ⓒ뉴시스제2 롯데월드 비행 안전 문제에 대한 실언을 해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고개 숙인 이상희 장관.
항공 안전과 유사시 국가 안보를 둘러싸고 큰 논란을 빚는 초고층 건물을 기어이 잠실에만 짓겠다고 20여 년간 고집해온 롯데그룹의 태도를 비난하는 여론이 높다. 잠실 부지를 팔고 상암동이나 서울의 다른 곳에 일찌감치 초고층을 추진했다면 반대할 이가 거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롯데 측은 잠실에 제2 롯데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도 성남공항 이용 항공기가 충돌할 위험은 1000조 분의 1에 불과하다며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롯데 측이 제시하는 충돌 확률 수치는 2006년 건교부가 민간 기관인 문엔지니어링과 항행협회에 의뢰한 충돌 위험 모델(CRM)에 근거한다. 그러나 당시 이들이 펴낸 ‘CRM 검증 결과’ 자료집을 〈시사IN〉이 입수해 분석하고 당사자 확인 취재를 거친 결과 이는 공군 기종 및 성남공항의 현실과는 거리가 한참 먼 비현실적 결과라는 점이 드러났다. 당시 이들은 자동항법장치를 장착하고 정밀 계기 이착륙을 하는 ‘ILS접근비행로’에 한정해 충돌 위험 모델을 검증했다. 문제는 현재 한국 공군 기종 중 ILS 장착 기종이 대통령 전용기를 포함해 극소수라는 점이다. 한 현역 공군 조종사는 “공군 기종은 대부분 ILS 미장착으로 조종사가 직접 조작하는 태칸(TACAN)과 VOR/DME 접근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라고 말했다. 또 일부 ILS 장착 기종 가운데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제외하고는 오토파일럿(자동항법장치)이 장착된 기종은 거의 없고 조종사가 로컬라이저(방위각신호 계기)를 직접 조작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런 비현실적 CRM 검증 결과 보고서가 나온 데 대해 문엔지니어링 측에 문의한 결과 당시 프로그램을 돌린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건교부가 ILS 기종 조건만 줬기 때문에 그대로 돌렸을 뿐이다. 공군에 ILS 미장착 기종이 대부분이라면 전부 장착하거나 항법 절차를 변경해야 안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곧 당시 건교부가 민간 기관에 충돌 확률 분석을 의뢰하면서 현재 공군이 보유한 기종을 도외시한 채 가상의 부실한 정보를 줘서 ‘아무 의미 없는’ 충돌 안전 확률을 이끌어냈다는 것을 뜻한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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