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1일 국제앰네스티가 한국 군대의 성소수자 인권을 조사해 발간한 보고서 〈침묵 속의 복무〉에는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인터뷰에 응한 현역 또는 전역 장병들은 얼굴은 물론 이름조차 밝히기를 꺼렸다. 국제앰네스티는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국방부·법무부·행정부·국회에 군형법 제92조 6항 폐지를 비롯해 군대 내 성소수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실행하라고 권고했다. 기자회견을 위해 7월9일 입국한 로젠 라이프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국장을 만났다.
당사자 인터뷰가 대부분 익명으로 진행됐다.
성소수자인 현역 군인과 전역 군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걸 무척 망설였기 때문에 인터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인터뷰를 통해 개인의 경험과 이야기를 드러냄으로써 군형법으로 성소수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군복무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보고서에 ‘군형법은 군대 안에서만 적용되는 법이지만 그 영향력은 사회 전체에 미친다’는 내용이 있다.
인구 절반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하는 환경에서 군대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군대가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그들을 차별해도 괜찮다’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제대한 뒤 그런 태도를 간직한 채 사회에 나오게 되면 결국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괴롭힘, 폭력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군형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한반도의 상황이 특별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 특수성을 성소수자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 인권침해에 대한 변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앰네스티는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권고를 했는데, 그때마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라는 똑같은 답변을 내놓고 있다. 물론 비상사태에는 정부가 특정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조건이 필요하다. 어떤 인권을, 왜, 어느 정도로 제한할지 명시해야 한다.
군형법 제92조 6항도 그런 제한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니다. 전쟁 중에도 결코 제한될 수 없는 권리가 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고문받지 않을 권리다. 성소수자의 권리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해당한다. 군형법 92조 6항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존재 자체를 근거로 기소와 처벌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 정부에 어떤 내용을 권고했나?
먼저 군대에서는 군형법 92조 6항이 폐지돼야 하고, 성소수자 군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부대관리훈령이 제대로 시행되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시행해야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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