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함께 책 작업을 한 작가가 다른 책 작업으로 먼저 연락을 해온다면? 우선은 반갑다. 다음으로 함께한 작업이 나쁘지는 않았나 보다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쿠바 여행 에세이 〈너는 쿠바에 갔다〉도 그랬다. 책 작업으로 인연이 있는 박세열 기자가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준비해 먼저 연락을 해줬다. 반가움과 안도감 말고 걱정이 더해졌다. 기존에 작업한 책도 쿠바를 배경으로 한 여행 책이었고, 새로 건네준 기획안과 샘플 원고도 쿠바를 배경으로 한 여행 관련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는 여행 정보를 충실히 넣기보다는 삶의 모습과 생각을 나누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책 디자인 작업도 예전에 박세열 기자와 함께 작업한 디자이너에게 부탁을 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작가와 디자이너, 편집자는 지난 따스함과 새롭게 설레는 마음으로 〈너는 쿠바에 갔다〉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너는 쿠바에 갔다〉에 담긴 내용은 여전히 타국의 낯선 삶과 풍경을 묘사하고 있지만 동시에 익숙한 우리네 삶과 풍경을 그리고 있다. 책에서 소개된 쿠바의 정치·경제·사회·문화와 사람들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와 아주 많이 다르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의 그것과 겹쳐 보인다. 책 제목에 ‘너’를 넣기도 했지만 〈너는 쿠바에 갔다〉는 2인칭 시점인 ‘너’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는 쿠바를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서였는데 조금 거리를 두고 찬찬히 살펴본 쿠바에는 우리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너는 쿠바에 갔다〉는 여행 에세이지만 쿠바를 그저 스쳐가는 장소가 아닌 사유의 공간이자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공간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그 공간은 쿠바를 여행하고 사유하며 우리의 삶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많은 독자들이 책을 통해 여행하며 삶을 고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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