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군 생활을 경험한 남성은 사회에서 별로 낯설지 않은 또 다른 ‘군 조직’을 만나게 된다.
왜 주로 여성이 비조직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걸까.
여성과 남성의 조직 적응 방식이 확연히 다른 것은 역시 군대 경험 때문이다. 언론사 1년차인 박 아무개씨(28·남)는 명쾌하게 정리한다. “솔직히 난 회사 생활이 별로 힘들지 않다. 기업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대다수 조직은 사실상 군대와 같다. 그런데 나는 군 생활 2년 동안 그게 무엇인지 배우지 않았나? 여자들은 당연히 낯설고 힘들 수밖에 없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도 “삼성이든 현대든, 조직 운용 원리는 군대와 거의 같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직장은 군대와 같은 위계를 가진 조직틀 내에서 일원이 되는 곳이다. 사람들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그곳에 간다.”

전통적인 가족 내 성역할 역시 여전히 위력을 떨친다. 외국계 회사에서 컨설턴트 일을 하는 문 아무개씨(27·남)는 “나 역시 짜증나고 좌절을 거듭하지만 어쩔 수 없는 구석이 있다”라고 토로한다. “자존감이 없어서일까? 어쨌든 현실 인식에서 남자가 더 냉정한 것 같다. 나도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게 있다. 하지만 내 주변 관계, 부양해야 할 가족, 다가올 미래 등을 생각하면 절대 그만두지 못한다.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은행원 최 아무개씨(24)도 같은 생각이다. 그녀는 “여성이라서 쉬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직까지 사회가 요구하는 ‘가족 부양의 짐’ 같은 게 남자에 비해 덜 무거워서라고 본다”라고 인정했다.

‘남자에 대한 의존성’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노정태 〈포린 폴리시〉 편집장은 “부모에 대한 의존도는 남성·여성 공히 같지만, 여성은 어렵거나 조르면 대신 해주는 남자라는 존재가 하나 더 있다. 남자도 여성에게 인정받기 위해 은근히 이를 적극 수용한다. 여성의 독립 인격체로서 성장은 그만큼 더 지체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차(性差)보다는 세대적 특성이 조직 적응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20대 여성 회사원의 말이다. “20대 남자 직원을 자세히 보면 굉장히 나약하고 심지어 여성스럽기까지 하다. 여자보다 더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을 많이 한다. 학력과 능력에 비해 일이 너무 보잘것없으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괴리감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기자명 고동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intered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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