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사진)은 프레임 전환에 능하기로 유명하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부터 보수 정당에 들어가 한국 정당사에서 금기로 여겨진 ‘빨간색’을 선점하는 것까지, 한마디로 프레임을 가지고 싸울 줄 안다. 세월호 정국의 영향권 안에 있던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벌인 1인 시위도 그의 작품이었다. 주로 소수자·약자의 도구이던 1인 시위를 벤치마킹하면서 정부·여당의 한 축인 새누리당을 ‘책임자’의 자리에서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이동시켰다. 결과는 승리였다.

2012년 총선·대선과 2014년 지방선거·재보선까지, 새누리당 연승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그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여의도로 돌아왔다. 이번에 내놓은 키워드는 개혁이다. 새누리당의 자리에 대한민국을 넣어, ‘대한민국을 개혁시켜달라’고 한다. 총선을 두 달 남짓 남겨둔 2월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조 본부장을 만났다. 2012년 영입 당시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붉은 머리와 머플러 대신, 검은 셔츠에 검은 정장 바지 차림이었다.

 

ⓒ시사IN 신선영

홍보기획본부장으로 돌아온 후 일성이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위기”였다.
위기였다 아니다가 반복되며 가는 거다. 여야가 중요한 게 아니고 대한민국이 위기다. 대한민국의 위기가 올해도 지속되어 내년까지 가면 여당도 패배하고 대한민국도 패배한다.

그래도 오늘 아침부터 당이 시끄러웠는데(당 최고위원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천 룰을 둘러싸고 언성을 높였다).
‘눈이 올 땐 쓸지 않는 게 낫다.’ 정주영 회장의 유명한 말이다. 눈이 올 때는 그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정치는 옳고 그름이 없다.

기득권 싸움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건 경계해야 하지 않나?
정치에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도 그렇다. 통과의례다. 정치의 속성은 자기 조직이나 정치력의 확장이다. 밥그릇이 깨질 것처럼 요란하지만 결국 하나로 갈 거다.

재입성 때 옷차림도 눈에 띄었다. 점잖아졌다.
2012년 당에 올 때는 이단아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이 구태로 공격받았다. ‘나 같은 변종이 당에 들어가 어떻게 의사를 관철할까.’ 저들이 구태로 느껴진다면 나는 변화의 아이콘처럼 포지셔닝하는 게 중요했다. 붉은 염색도 다 전략이었다. 지금은 당 사람들과 신뢰가 생겨서 그렇게 튈 필요가 없다.

반바지, 1인 시위 등이 화제가 됐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나?
정치는 상품광고와 다르다. 상품은 안 변하지만, 정치는 생명체가 흐르는 강과 같다. 이 강에 하나의 배를 띄우는 일이다. 흐름에 비껴나가지 않기 위해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 실시간 검색어, 베스트 댓글은 물론 댓글 속 댓글까지 다 본다. 보기 싫은 댓글까지. 예전에는 나에 대한 반응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엔 쌍욕까지 나오더라.

악플까지 다 보려면 스트레스가 클 텐데.
반응한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거다. 진보·보수 50대50인데 저쪽에서 보면 (내가) 원수 아닌가. 가르치던 제자 중에서도 ‘그 좋은 머리로 왜 거기 계시냐’고 하는 사람도 많다. 신경 안 쓴다.

그중에서도 1인 시위에 대한 비판이 많더라.
야당 쪽은 ‘우리 걸 빼앗겼다’ 생각해서 충격받은 것 같다. 물론 ‘피켓 시위가 가장 힘없는 사람들의 의사소통 도구인데 그걸 새누리당이라는 강자가 할 수 있냐’라는 부분은 나도 안타까웠다. (그런데) 그 당시 우리가 너무 힘들었다.

정부·여당이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내놓아도 되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당에 그 아이디어를 꺼낸 건 2014년 5월 안대희 총리 후보가 낙마하고 이틀 뒤였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때 던졌다. T.P.O(Time, Place, Occasion의 약자로 적재적소를 의미)에 맞춰 카드를 꺼냈다. 그때가 아니었다면 서청원, 김무성 대표가 피켓을 들려고 했겠나. 아이디어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세일즈다. ‘피켓 아이디어 좋다’고만 이야기하는 건 과정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 좋은 아이디어가 실행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설득의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연합뉴스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무성 의원이 1인 피케팅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외부 전문가를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에서 그 전문가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동의하지만 동의가 안 되기도 한다.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스스로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과거 홍보기획본부장은 3선 의원 정도가 맡았다. 그 정도로 정치권에서는 홍보전문가를 갑을병정 중 병이나 정으로 보았다. 기술자로 생각한다. 지금도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정책 다 만들어놨으니 제목 섹시하게 달아달라’다. 정책 만들 때부터 홍보도 같이 시작해야 한다. 2012년 대선 때 그렇게 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생애주기별 공약 등을 만들며 따라온다. 일사불란하게 조직이 재편돼 조용한 당이 됐다. 우리는 시끄러운 당이 됐고.

그럼 국민의당은?
정체성이 아직 혼란스러운 거 같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할 땐 좀 긴장했다던데?
처음에는 중도 표를 가져갔으니까. 원래 당에 1월 초·중순에 가려 했다. 한 달 앞당겨 간 이유가 새누리당이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개혁 어젠다를 안철수 대표 쪽에서 가져갈까 싶어서였다.

선거 때 반짝 홍보하고 지금은 바뀐 게 없다는 비판도 있다.
선거 때는 혁신의 결과를 보여줄 수가 없으니까, 반바지와 보디페인팅 등으로 마음과 의지를 드러냈다. 최선을 다하고 당을 떠났다.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한) 책임감은 갖지만, 민간인이었을 때도 나름 경기도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대가도 안 받고 헌신했다. 그런데 자꾸 나한테만 약속 안 지키느냐고 하면…(웃음).

젊은 층 지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항상 그게 숙제다. 그런데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외려 이준석 같은 친구가 당에서 크게 되는, 청년이 크게 되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게 홍보다.

지난 총선은 ‘to the 150’이라 썼다. 이번은?
그 당시에는 뭘 모르고 의석수를 이야기했고, 지금은 잘 얘기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157석이다.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가까이서 본 새누리당의 장단점은?
순진하다. 약점이자 장점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게 다르다. 싸움을 잘 못한다.

오랫동안 이겨온 정당인데?
싸움꾼이 없어서 이겼다. 위기 때마다 뭉치고, 하나가 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순진해서 그렇다. 선거에 돌입했을 땐 이해관계를 다 제쳐둔다. 저쪽(야당)은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많지만 생각이 복잡하다.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측면이 있고. 싸울 줄 모르니까 나 같은 전문가를 인정해주는 조직이다.

※ 다음 호(제442호)에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인터뷰가 실립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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