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좋은 언론이었다. 뉴스와 프로그램의 수준이 높았다. 7년 전만 해도 MBC는 신뢰도와 영향력을 평가하는 조사에서 1, 2위를 달렸다. 지금은 ‘엠빙신’ 소리를 듣는다.

MBC 프로그램 가운데 〈PD수첩〉은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였다. 우리나라의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만 남겨놓아야 한다면 〈PD수첩〉을 꼽겠다. 물론 과거 〈PD수첩〉 말이다. 〈PD수첩〉의 최승호 피디는 빛나는 언론인이다. “촌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매우 세련된 분이세요.” 최 피디를 만난 여검사가 말했다. 그래서 말해줬다. “실제로는 엄청 더 촌스럽습니다.” “차갑고 독할 것 같았는데 순하고 따뜻한 분이세요.” 한 여배우가 말했다. 그래서 말해줬다. “네. 촌스럽지만 따뜻한 분입니다.” 그는 깊이 생각하고 치열하게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문 조작’ ‘검사와 스폰서’ ‘4대강 6미터의 비밀’ 등은 그의 집요함이 이뤄낸 성과였다. 최 피디의 실력이 최고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게다가 성실한 일벌레였다.

ⓒ시사IN 양한모

너무 잘하는 게 문제였다. 〈PD수첩〉의 탐사 보도를 정부는 못마땅해했다. 2012년 MBC는 최승호 피디를 해고한다. 최승호 피디는 “도대체 내가 왜 잘렸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며칠 전, 최 피디의 해고 사유가 알려졌다.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최승호 파업 배후 증거 없지만 해고했다.” “이놈을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해고를 시킨 것이다.” “단순하게 MBC의 문제가 아니다. 더 확장시키면 모든 노동조합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기업은 모두 문제가 돼.” 논란이 일자, MBC는 입장을 냈다. “관련 사규에 의거 적법하게 해고된 것입니다.” 최승호 피디는 “미워서 잘라놓고는 저성과자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1월26일 〈MBC 뉴스〉는 “박근혜 대통령 ‘쉬운 해고 없다, 흔들림 없이 개혁 완수하겠다’”라고 보도했다. 그들은 ‘쉬운 해고’를 노동개혁이라고 이름 붙였다. 서명운동에까지 나섰다. 사람들은 안다. 능력이 있어도, 성실해도, 창의력이 뛰어나도 상관없다는 것을. 상사에게 아부하지 않으면, 부당함에 저항하면, 노조에 가입하면 저성과자가 되어 해고될 수 있다는 것을. 능력 1등 사원도 잘릴 수 있다는 것을. 백 본부장의 말대로, 이건 대한민국 기업 모두의 문제다. 우리 모두의 문제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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