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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이명박 정부 심판대 된다?

‘주민이 직접 뽑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7월30일 실시된다. 지금까지는 국민 대다수가 무관심한 채 교육계 내부의 ‘물밑 선거전’만 뜨거운 양상이었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오면서 국민의 관심도 서서히 달아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2008년 06월 30일 월요일 제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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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사IN 윤무영, 사진 합성:시사IN 이정현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킹왕짱’ 중요한 것 아시죠? 꼭 투표하세요!”(6월24일 ‘미친소·미친교육 반대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교육감 선거 홍보물을 나눠주던 중·고생)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의 손에 교육권이 넘어간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암담합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우리 모두 팔 걷어붙이고 뜁시다. 파이팅~.” (6월23일, 네이버 카페 ‘과격불법 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 게시판에 올라온 글)

7월30일, 처음으로 ‘주민이 직접 뽑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는 투표권자인 국민 대다수가 무관심한 채 교육계 내부의 ‘물밑 선거전’만 뜨거운 양상이었다. 하지만 선거가 코앞에 닥치면서 일반 국민의 관심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불을 지핀 것은 단연 ‘촛불시위’다. 촛불집회가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넘어 각종 사회 쟁점을 아우르는 양상으로 ‘진화’하면서 지난 6월21일에는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자’라는 내용의  손팻말이 등장했다. ‘미친소·미친교육 반대’를 주제로 내건 6월24일 집회에서는 좀더 다양한 손팻말과 구호가 등장했다. 초기 촛불집회를 주도한 10대 청소년의 불만이 ‘학교 자율화 조처’ 등 현 교육정책에 대한 것이었음을 떠올리면 촛불집회 참가자가 교육감 선거를 이슈화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누리꾼도 부쩍 늘었다. 일부 누리꾼은 선거 자체를 홍보하는 것은 물론, 출마 예상 후보의 경력과 성향까지 분석하며 나름의 평가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촛불집회 배후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공정택 현 서울시 교육감(출마 예정)의 경우 인터넷에선 이미 ‘비호감’ 1순위다.

‘촛불 진화 세력’도 움직이기 시작

촛불 세력이 움직이는데 ‘촛불 진화’ 세력이 가만 있을 리 없다. ‘과격불법 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 등 보수 성향 인터넷 카페에는 최근 “전교조의 지지를 받는 주경복 후보를 떨어뜨려야 한다”라는 글이 잇따른다. 일부 게시물은 ‘주경복 OUT’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노골적으로 주 후보를 비방해 선관위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가 ‘진보-보수’ 대립 구도로 흐르는 양상이다. 
 
선거를 진보-보수 구도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은 보수 언론도 마찬가지다. 6월23일자 조선일보는 ‘비용만 320억 들인 그들만의 교육감 선거’라는 제목으로 교육감 선거 문제를 크게 다뤘다. 조선일보는 “국민 대다수가 선거에 무관심한 가운데 국민 혈세만 낭비되고 있다”라며 비판하는 한편, 이번 선거가 ‘전교조 후보 대 공정택 교육감’의 2파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감 선거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동시에 국민의 ‘반전교조’ 정서를 자극하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런 보도 태도는 다른 ‘보수’ 진영 후보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보수층 표를 잠식할 것으로 보이는 한 후보는 “2006년에 주민 직선제로 법이 개정될 땐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혈세 낭비 운운하는 건 유권자의 냉소를 불러일으켜 투표율을 떨어뜨리자는 속셈이다”라고 반발한다. 투표율이 낮을 경우 조직력이 앞서는 공정택 현 교육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선일보 보도가 교육감 선거에 무관심하던 이들을 자극한 면도 있다. 한 후보의 선거운동본부 관계자는 “최근 며칠 사이에 6월23일자 조선일보를 보고 선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유권자가 부쩍 늘었다. 조선일보가 좋은 일 했다”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일보의 ‘물타기’가 선거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셈이다.

촛불집회나 인터넷의 분위기와 달리 일반 시민의 관심은 여전히 높지 않다. 이미 지난해부터 부산·제주·울산·충남 등에서 교육감 선거가 치러졌지만 투표율은 모두 10%대를 넘지 못했다. 교육계 관계자가 “일선 교사조차 교육감 선거가 언제 치러지는지 모른다”라고 말할 지경이다. 교육감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도 “많은 사람이 교육감과 장학사도 구분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라고 하소연한다. 

대다수 시민이 무관심한 것은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을 아직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 교육감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권능’의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 과거 교육감 선거는 각 지역의 학교운영위원이 선출하는 간선제였던 탓에 일반 시민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교육감은 각 시·도의 교육기관을 대표하는 수장이다. 단순히 행정적 의미의 대표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최고 결정권자다. 교사 및 교장의 임명권은 물론 0교시, 우열반 실시 등 구체적인 교육정책을 세우고 추진하는 권한도 가졌다. 고교 신입생 배정, 학원 강사의 학교 수업 등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높은 문제의 결정권도 교육감에게 있다.  

돈과 권력 모두 쥔 ‘교육 대통령’


중앙정부의 결정을 뒤엎을 수도 있다. 예컨대 교육과학기술부가 자립형사립고 100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도 지역 교육감이 반대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의 인가권이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4·15 학교자율화 조처를 발표하면서 학교운영·수업지도 등 관리·감독 권한까지 교육청에 넘김으로써 교육감의 권한은 한층 커졌다. 교육감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교육환경이 180도 바뀌는 것이다.

   
ⓒ연합뉴스
6월24일 열린 ‘미친소·미친교육 반대 촛불문화제’(위)에서는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자는 주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교육감의 권한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예산 규모다. 서울시 교육청의 지난해 예산은 6조2000억원으로 부산시 1년 예산과 맞먹는다. 교육청이 ‘돈과 권력’을 모두 손에 거머쥔 셈이다. 게다가 서울시 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대표를 맡게 된다. 올해 1월 법정기구로 출범한 교육감협의회는 실질적으로 전국의 교육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서울시 교육감=교육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태풍의 눈 될 수도

물론 한계도 있다. 예산 집행 등과 관련해 교육감은 서울시 의회의 견제를 받는다.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한 현 서울시 의회가 ‘반한나라당’ 성향 교육감의 발목을 잡을 경우 사사건건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학원수업 시간 제한 등 지역 정치인의 ‘이권’이 걸린 문제에 대해 서울시 의회가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직선 교육감의 힘’이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직선으로 뽑힌 교육감인 만큼 의회가 마음대로 예산을 삭감하려 들 경우 주민과 교육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교육감의 정책이 올바르다면 의회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직선’의 정치적 의미는 짐작보다 크다. 2006년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선출되는 이번 교육감의 임기는 2010년 6월30일까지다. 임기 4년을 꽉 채울 차기 교육감은 그해 5월 치러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 함께 뽑는다. 정당 공천을 받을 수 없는 현행 교육감 선거와 달리 2010년에는 선거법 개정으로 정당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정당 공천을 받아 함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건의했다. 이 경우 교육감의 정치적 위상은 한결 높아진다. 일부 지역은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교육감이 자치단체장을 ‘고르는’ 일도 생길 수 있다. 호사가들이 이번 선거에 ‘교육 수장’ 선출을 넘어선 의미를 부여하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투표율 전망은 낮다. 지난해 2월 첫 선거를 치른 부산에서는 투표자에게 영화관 할인권을 선물하고, 충남에서는 투표율이 높은 지역에 포상금까지 약속하는 등 투표율 높이기에 고심했지만 투표한 유권자는 적었다. 17%의 투표율을 기록한 6월25일 충남 교육감 선거 당시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한다는 사실을 아는 유권자는 43%에 불과했다.

관계자들은 서울 교육감 선거의 투표율 역시 15% 남짓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선거일이 법정 공휴일이 아닌 평일인 데다 여름 휴가철의 한가운데 들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 800만 유권자 중 15%가 투표하고 35%를 득표한 후보가 당선한다고 가정했을 때 당선자가 얻는 표는 겨우 50만 표이다. 전체 유권자의 6%만 지지하는 교육감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낮은 투표율의 변수는 ‘촛불시위’이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뒤 치러지는 첫 대규모 선거라는 점이 중요하다. 각 후보 진영은 “학교 급식 등 광우병 쇠고기 문제의 당사자인 30~40대 학부모의 투표 참여 여부가 이번 선거의 관건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촛불 정국의 향배에 따라서는 ‘이명박 정부 심판’이라는 상징성을 띨 수도 있다.

30~40대 학부모의 투표 참여가 관건


이번 교육감 선거 구도는 아직 안갯속이다. 지금까지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는 7명. 7월에 후보등록이 확실시되는 공정택 교육감까지 합하면 8명이다. 후보마다 인지도 높이기에 급급해 아직 의미 있는 여론조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선거 초기엔 ‘4파전’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공정택 교육감, 주경복 건국대 교수,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 이규석 전 서울고 교장이 그들이다. 그 중에서도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운 공 교육감(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시민사회 단체의 지지를 받은 주 교수가 양강 구도를 이룬다. 선거 구도로만 보면 주 후보가 다소 유리하다. 조직력이 탄탄한 시민사회 진영의 지지를 받는 데다 출마자 중 보수 성향 인물이 많아 보수층의 표가 갈리기 때문이다. 

주 후보의 경우 초·중등 교육 현장이 아닌 대학 출신이라는 점이 한계다. 선거 양상에 따라서는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이인규 후보와의 연대설도 솔솔 흘러나온다. 전교조 출신이지만 교원평가제 실시를 찬성하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 강사 이범씨가 정책위원장으로 참여한 이인규 후보가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구도가 결국 4파전이 될지, 팽팽한 양강 구도로 굳어질지 지금으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사상 첫 직선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우리 교육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주민 손으로 뽑는 교육 대통령 선거, 이제 꼭 한 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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