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동, 박장옥, 이규석, 이영만, 이인규, 장희철, 주경복(이상 가나다순). 6월20일 현재 서울시선관위에 등록을 마친 교육감 선거 예비 후보자 7명의 이름이다. 이들 가운데 서울 시민이 ‘아, 그 사람!’ 할 수 있는 인물은 과연 몇이나 될까. 냉정하게 봤을 때 단 한 명도 없다.

이런 판국인데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다. 개중에는 일찌감치 홈페이지를 열어 ‘얼굴 알리기’에 적극 나선 사람도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철학을 밝힌 부분에서는 많은 내용이 두루뭉술해 대체 어떤 교육관과 성향을 가진 후보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시사IN〉의 설문조사는 이런 현실 속에서 조금이라도 그들 간의 ‘차이’를 드러내고자 마련됐다. 예비 후보자 전원에게 ‘주요 교육 현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으며, 동시에 각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이력도 따로 조사·분석해 깊이 있는 평가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다만, 공정택 교육감은 ‘현직’인 데다 후보 등록 전이어서 답변이 곤란하다고 양해를 구해왔고, 행정사 사무소 대표로 알려진 장희철 후보(55)는 아예 연락 두절 상태라 설문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보수 성향 4명 대 진보 성향 2명

조사 결과, 20쪽 표에서 알 수 있듯이 각 후보자의 정책 지향은 선명하게 갈렸다. 김성동·박장옥·이규석·이영만 후보는 대체로 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고, 이인규·주경복 후보는 정반대 위치에 서 있음이 확인되었다. 통상적인 이념 스펙트럼으로 구분하면, 앞의 네 후보는 오른쪽(보수)에, 뒤의 두 후보는 왼쪽(진보)에 자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약간의 강도 차이는 있으나, 앞의 네 후보는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비롯해 0교시·심야 보충수업, 일제고사·개인 성적 공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나머지 두 후보는 이들 정책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뜨거운 감자’가 된 학원 심야교습 시간 연장과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서는 거의 한목소리로 ‘반대’를 외쳤다. 이영만 후보가 영업 몰입교육에 대해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과목부터 점진 도입하자’는 기타 의견을 냈을 뿐이다.

답변이 조금 복잡한 양상을 띤 현안도 있었다. 수준별 이동교육(우열반 편성)과 3불정책,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여, 전교조 평가, 교원평가제가 그것이다. 이들 질문에서는 박장옥·이규석 두 후보만이 수준별 이동교육(우열반 편성)과 3불정책 일부 폐지에 찬성하고 촛불집회 참여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등 일관되게 ‘보수’에 충실한 후보로 꼽혔다. ‘진보’ 후보로 분류되는 주경복 후보와 이인규 후보는 촛불집회 참여와 전교조 평가, 교원평가제에서 적지 않은 시각차를 드러냈다.

후보자 개인별로 들어가보자. 지난 4월 경일대(경북 경산 소재) 총장직을 사임하고 교육감 선거에 뛰어든 김성동 후보(66·한국교육문화포럼 회장)는 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 교육비서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교육 관료 출신이다. 경기도 교육청 관리국장과 교육부 기획관리국장,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등을 지냈다.

그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대체로 보수 성향을 내비치면서도, 몇 가지 부분에서는 약간 다른 결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준별 이동교육(우열반 편성) 문제에서 우열반의 ‘항시적 운영’에 반대하고 ‘학습자의 선택권’을 강조한 점이 그렇다. 이는 ‘다른 성향’의 이인규·주경복 후보도 언급한 부분이다.

김 후보의 과거 행적 가운데 논란이 될 만한 것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에 재임 중이던 2002년 ‘한국 근현대사 검정교과서 편향 논란’이라는 제목의 교육부총리 보고용 내부 문서를 한나라당에 유출한 일이다. 이 사건으로 그는 검찰 조사까지 받았고,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교과서에 실린 반국가적인 내용이 문제가 됐다. 그런데 교육부는 우리의 요구를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 모두 ‘무혐의 처리’되어 명예는 회복했지만, 참 억울한 일이었다”라고 해명했다.

박장옥·이규석 후보, 한나라당과 관계는?

동국대 부속 중·고등학교에서 평교사와 교감·교장 등으로 총 28년 동안 일해온 박장옥 후보(56·한국청소년연합 자문위원)는 ‘30년 현장교육 실천자’임을 적극 내세운다. 그는 설문 문항에 빠짐없이 답하긴 했으나 ‘구체적인 이유’는 거의 밝히지 않았는데, “향후 TV토론에 대한 고민 속에서 논리적 근거를 생각 중이다. 너무 ‘오픈’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라며 이해를 부탁했다.

박 후보 역시 앞서 김성동 후보와 마찬가지로 일부 현안에서 조금 의외의 답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선대위 교육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데서 알 수 있듯 박 후보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자율형사립고·기숙형공립고 등 ‘특수목적고’ 문제와 전교조에 대한 그의 견해는 각각 이랬다. “기존 학교의 운영 정상화를 기본 원칙으로 해야 한다. 기존 것은 인정하지만 신규 설립은 재고가 필요하다.” “전교조는 교직원 복지 향상에 많은 기여를 했으며, 향후 학교에 대한 고객 만족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수목적고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전교조에는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친 셈이다.

중앙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이규석 후보(61)도 지난 5월 서울 사직공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당 등반대회’에 이 당 소속 시의원들과 같은 옷을 입고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애초 한나라당과 관련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은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서울시 교육 문제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인사를 하러 갔을 뿐이다”라며 이를 극구 부인했다.

서울고등학교 교장,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국장, 교육부 교육연구관 등 현장과 교육 관료 생활을 두루 경험한 사실을 강점으로 제시하는 이 후보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보수 쪽 시각을 가장 일관되게 보여준 인사다. 특수목적고 문제에 ‘무분별한 설립 반대’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원칙적 찬성’이었고, 3불정책도 일부 폐지(고교등급제 금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기여입학제 금지’도 현재는 정서상 안 되지만, 언젠가는 폐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에 대해서도 “시대상황이 노조를 요구해 설립했다고 해도, 초기의 교육적 열정(일부는 그렇지도 않았지만)이 필요하다. 특정 이념·가치의 지나침이 없어야 한다”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영어 몰입교육 지지? 눈길 끄는 답변들

경기고등학교 교장, 교육부 교원정책심의관 등을 지낸 이영만 후보(62·호원대 겸임교수) 역시 교육부 근무 시절(2002~2004년) 전교조와 직접 충돌한 적이 있었다. 2003년 전교조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저지 연가투쟁에 나섰을 때, ‘교원노조법 위반’ ‘불법 행위 엄정 대처’를 강조하며 정

ⓒ시사IN 윤무영서울시 교육청에서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홍보(위)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시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부의 방침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교원 복지를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나, 교원 복지 이전에 학생 복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라고 비교적 온건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영만 후보는 교육 현안에 대한 찬반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기타 의견’을 가장 많이 낸 인사이기도 했다. 학교 자율화, 수준별 이동교육(우열반 편성), 0교시·심야 보충수업 등에 대한 견해가 그랬다.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실행 과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특수목적고 설립과 영어 몰입교육도 ‘신중한 검토를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 영어 몰입교육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인 사람은 이 후보가 유일하다.

2005년부터 2007년 사이에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지낸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이인규 후보(48·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참여정부와 현 통합민주당에 가까운 인물로 분류할 수 있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관여한 이종태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이 선대본부장을 맡았으며,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각각 정동영 민주당 후보·심상정 진보신당 후보를 지지한 이범 곰TV 강사가 정책위원장으로 일한다. 지난 6월25일에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이 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이인규 후보의 교육 비전에 공감한다”라며 간접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현장 교사·전교조 출신인 이 후보는 현재의 전교조에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이후 수정하긴 했으나 한때 ‘반이명박-반전교조 국민후보’임을 내세웠고, 설문에서도 “교원의 저항이 있더라도 교원 평가를 즉시 전면 실시할 것이며 부적격 교원은 바로 퇴출시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여에 대해 “평가 대상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보았으면 한다”라고 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참여를 결정한 아이들이든, 불참을 결정한 아이들이든 모두 성장을 위한 선택으로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이유였다.

진보 후보끼리도 적잖은 시각차

반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등 교육·시민단체와 진보정당 쪽 인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주경복 후보(57·건국대 교수)는 촛불집회 참여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밝혀 대조를 이루었다. “광장에서의 민주주의를 배우는 것이 지금 다른 어떤 교육보다 더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주 후보는 교원평가제에 대해 유일하게 ‘기타 의견’을 제시한 인사이기도 했다. “지금의 교원 평가는 구조조정을 위한 기계적인 평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교육제도와 학교 체제 전반에 대한 평가 속에서 교원 평가도 진행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이었다.

주 후보는 시민단체·진보정당뿐만 아니라 전교조의 지지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이에 대해 “교사들은 공무원법 때문에 공식적 지지는 못한다. 내용적으로는 지지를 하지만, 아주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교조에 대한 평가를 묻는 설문에서는 “우리 교육의 민주화를 위해 해온 역할이 적지 않다. 교사 노동기본권 신장뿐만 아니라 학생·학부모의 교육권이 신장되는 일에도 함께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설문조사 과정에서 예비 후보자들은 마감 시한을 넘기거나, 서로 모순되는 답변을 보내오는 등 일부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후보자들의 준비성을 우선 탓해야 하는 문제이겠지만, 그만큼 서울시민과 언론의 관심을 못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시사IN〉의 이번 설문조사가 후보자에게는 실전에 앞선 ‘혹독한 도상훈련’의 기회가 되었기를, 그리고 서울시민에게는 교육감 선거에 ‘흥미’를 느끼는 좋은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기자명 고동우·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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