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이 ‘신뢰하는 언론인’ 1위(31.9%)에 올랐다. 2007년 첫 조사 때부터 줄곧 1위를 지켜왔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그를 신뢰한다고 꼽은 응답자 비율이 역대 가장 많았다. 앵커로 복귀하기 직전에 실시한 지난해(17.3%) 조사 때와 비교해보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예상대로 신뢰하는 언론인 1위에 올랐다.
신뢰를 보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라디오를 할 때나 지금이나 내 딴에는 전력투구를 해왔다. 응답해주신 분들은 아마도 ‘그래, 당신은 어디 있어도 열심히 하긴 하는구나’라는 뜻으로 답을 주신 것 같다.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손 사장이 진행하는 JTBC 〈뉴스 9〉가 공동 1위에 올랐다.
얼마 전 다른 종편사의 어떤 분이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JTBC 뉴스는 공중파 흉내를 내려고 하지만 그건 잘못된 전략이고 종편은 종편답게 하는 게 유리하다”라는 것이다. 천만에, JTBC 뉴스는 공중파 흉내를 낸 적이 없다. 종편다운 게 정확히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물론 그렇게 한 적도 없다. 논조나 보도의 방향성도 우리가 택했고, 기존의 나열식 뉴스를 벗어난 형식도 우리가 택한 것이다. 그건 본래적 의미의 저널리즘을 추구한 거였다.
 

ⓒ시사IN 조남진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사진)은 세월호 참사를 꾸준히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에 대해 “창피하지 않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손석희와 JTBC 〈뉴스 9〉를 시청자에게 강하게 인식시킨 게 세월호 보도라고 보나?
세월호 관련 보도로 강하게 인식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도 있는 것 같고, 무슨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보는 시선도 일부 있는 걸로 안다. 그러나 세월호는 아직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 사고 원인도 모르고 많은 어린 친구들이 왜 죽어갔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또 ‘보혁’으로 나뉘었다. 욕설과 비방, 유언비어, 마타도어(흑색선전)가 난무한다. 이런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꾸준히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자랑스럽기 위해서가 아니라 창피하지 않기 위해서다.

세월호 관련 보도는 JTBC에 상처와 영광을 동시에 안긴 것 같다. 사건 초기 속보 때 진행하던 기자의 인터뷰 실수로 뭇매를 맞았다. 손 사장이 직접 사과했고, 뒤이어 세월호 관련 보도에서 유가족들의 신뢰를 얻었다. 후배 기자들에게 특별히 강조한 게 있나?
역설적이지만, 첫날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모두가 느꼈던 것 같다. 굳이 강조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재난과 그 재난에 빠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고, 그 결과물이 JTBC의 보도였다. 야단을 맞았던 후배 기자는 어찌 보면 우리 중에 누구든 할 수 있는 실수를 가장 먼저 한 셈이었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지난 1년간 가장 아쉬움이 남는 보도를 꼽는다면?
아쉬움이 남는 보도는 너무 많다. 매일 그렇게 느낀다. 진실에 한 걸음 더 들어간다고 늘 주장하지만 과연 더 들어갔을까, 우리가 놓친 또 다른 측면의 보도가 있지 않을까, 늘 생각한다.

손 사장이 내세운 ‘건강하고 합리적인 시민사회 편에 속하겠다’라는 보도 철학에 그동안 JTBC 뉴스가 얼마나 부합했다고 보는가?
그 표현이 좀 모호하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 그러나 사실은 매우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는 자각한 개인이 모여 만들어진 사회이고, 여기엔 좌든 우든 극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수익을 위해 극단을 이용하거나 수용하기 시작하면 시민사회는 왜곡되고 갈등은 첨예화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이미 그런 상황까지 상당 부분 와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JTBC가 과거보다 신뢰받는 매체로 이름을 올렸다면 건강한 시민사회로부터 조금씩 그 역할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니 보람을 느낀다.

상대적으로 보수층의 JTBC 신뢰도는 떨어졌다. 한국 언론 환경에서 JTBC의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어떤 분이 자기 지인이 JTBC 뉴스 팬이라고 하면서 그분은 정말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런 분은 진짜 보수일 겁니다’라고 했다. 뉴스도 점점 더 자극적인 것만 찾게 되면 사실 우리는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할 생각은 없다. 나름 정도를 잘 지키는 노력을 계속하면 언젠가는 인정받으리라고 믿는다. 과거에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13년 했는데 여기선 이제 겨우 1년 했다.

시청률은 여전히 2%대이다. ‘시청률에 매달리지는 말자’는 손 사장의 지론은 알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신뢰도와 시청률의 괴리는 시청률 조사(가구 텔레비전 중심 조사)의 한계인가?
그 영향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요즘의 시청률 조사는 아직도 모두가 거실에 모여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1970~80년대식이다. 매체 환경이 몇 번의 혁명기를 거쳤는데도 식구들이 모여 앉아 흑백텔레비전을 보던 시대에 쓰던 방식에서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젊은 층은 텔레비전은커녕 PC로도 안 보고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우리 뉴스를 본다.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던져주면 앉아서 받는 시대가 간 지 오래다. 우리 뉴스가 온라인상에서 지속적으로 재활용되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JTBC 〈뉴스 9〉가 지난해 10월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실시간 보기’를 시작했다.
내가 뉴스를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논의를 거듭했고, 나로서는 케이블이라는 플랫폼에 주저앉아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로서는 뉴스의 형식과 내용 면에서의 혁신뿐 아니라 플랫폼을 온라인 전체로 확장하는 혁신을 이뤘다고 자평한다. 우리 이후에 대부분의 뉴스 프로그램이 같은 길을 걸었다. 다음은 JTBC 〈뉴스 9〉만 중계하면서 스페셜 페이지를 만들어 누리꾼과 방송사, 포털이 합작으로 뉴스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단계에까지 왔다. 그리고 9월 개편 이후에는 또 다른 시도들이 있을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계속 받고 있다. 다이빙벨과 관련해 인터뷰한 이종인 대표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신뢰성 의문이 일기도 했는데?
이종인씨의 알파잠수는 해경의 구난업체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업체였다. 이종인씨는 우리 방송에 나오기 전에 이미 다른 방송에도 여러 번 나갔고 인터뷰도 많이 한 상태였다. JTBC가 다이빙벨을 다루는 바람에 구조작업이 방해받았다고 하는데 정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참사가 나고 며칠 동안 아무것도 안 하거나 못하고 있던 것이 누구였나? 언론으로서는 그 참담한 상황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JTBC 보도를 보면 손석희만 눈에 띈다. 손석희가 없다면 지금처럼 JTBC 보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많은 이가 가지고 있다. 홍석현 회장과 의견 차는 없는가?
나만 뛰지 않는다. 우리 전체가 뛴다. 늘 얘기하지만 우리 뉴스는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협의도 하고 토론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양보하기도 하면서 나오는 것이다. 자꾸 내가 없어진 뒤를 얘기한다는데 왜 누가 있고 없고의 잣대를 JTBC에만 들이대고 걱정을 하나? 그런 식이라면 공영방송이든 사영방송이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다 겪어봐서 아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JTBC 보도국이 어떤 경험을 해나가고 있느냐이다. 그것은 나로 인해서 비롯된 경험도 있지만, 결국엔 기자 개개인이 체화시키고 있는 경험들이다. 사주와의 의견 차? 이런 질문은 뭐라고 대답해도 흥밋거리가 된다. 그래서 차라리 이렇게 대답하겠다. 나는 능력이 모자라도 본래적 의미의 정론 저널리즘을 실천해보고 싶다고 말해왔고, 회사는 그에 동의했다. 그 다음은 서로 잘 조율해가며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