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팬클럽이 있습니다. 기자가 무슨 팬클럽이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이름은 ‘쪽팔리게 살지 말자’. ‘쪽말’로 불립니다. 제가 삼성 관련 방송에서 “기자로서 쪽팔리게 살지 않겠다”라고 말한 데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회원은 2만5000명이 넘습니다.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까지 여성 회원이 주를 이룹니다. 35세 이상 여성은 김어준 총수의 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페 회원들은 아이돌 팬클럽 못지않게 열성적입니다. 팬레터는 기본인데, 하루 30~40통의 팬레터를 받습니다. 책상에는 편지와 선물이 수북합니다. 트위터와 메일 상자에는 더 많은 글들이 도착해 있습니다. 주로 사랑한다는 내용입니다. 저를 비난하는 사람에게도 회원들은 사랑하기도 모자란다며 ‘쪽쪽쪽’을 날립니다. 제가 있는 곳은 귀신처럼 알고 옵니다. 지방 강연에는 회원들이 전세 버스를 타고 몰려듭니다. 해외 강연을 따라나서는 이들도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PD가 있었습니다. 외신 기자도 취재하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사양했습니다. 부끄럽다고.

처음에는 팬클럽 분들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열성적이어서 국정원이 심어놓은 첩자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말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빠져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얼굴이 예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생각은 더 예쁩니다.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것은 ‘구리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들은 행동합니다. 제주 강정마을을 돕기 위해 경매를 개최했고, 평택 쌍용차 해고자 가족을 돕기 위해 일일밥집을 열었습니다. 해고된 언론 노동자를 위해서는 성금을 모았습니다. 최근에는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서 팔도유람단을 꾸려 나선 이들도 있습니다.

처음엔 그들이 저의 팬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그들의 팬입니다. ‘쪽말’ 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가슴으로 항상 꿈꾸면서 살길, 아름다운 영혼들이 결코 상처받지 않길, 우리의 끝이 부디 고요하고 아름답길….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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