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살 때였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였습니다. 세상이 그리도 살기 어려웠습니다. 살기 싫었어요. 그때 저를 위로해주던 친구가 음악이었습니다. 클럽을 드나들게 된 것도 그즈음입니다. 클럽 디제이를 꿈꾸었습니다. 진지하게…. 그러다 기자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힘들 때나 외로울 때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디제이에 대한 꿈이 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얼마 전 〈아닌밤중에 주진우쇼〉라는 이름으로 라디오 방송을 했습니다. 스스로 그냥 했습니다. 아무튼 제가 디제이가 된 것이지요. 초대 손님을 모시는 일은 난관이었습니다. 나오겠다던 아이돌·걸그룹이 돌연 출연을 취소했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도 난처해하더군요. 모든 게 〈나는 꼼수다〉 때문입니다. ‘전염병 환자로 살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즐거웠어요. 사연을 받고, 곡을 선정하고, 가수를 고르고, 가사를 음미하고…. 제 방송을 위한 로고송을 받았을 때의 기분이란…. 지금도 뭉클합니다. 방송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어요. 얼마나 떨리던지. 그렇게 그날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하루가 됐습니다.

디제이를 한 번 했더니 자꾸 선곡 욕심이 납니다. 7월11일 ‘또 하나의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됐지요. 구속되는 길에 저축은행 피해자에게 넥타이를 잡혔습니다. 이 전 의원은 “저런 사람들을 통제 못한다”라며 짜증을 냈고요. 경찰은 신속하게 폭행 수사에 나섰습니다. ‘상왕’ 이상득 전 의원에게 보냅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멱살 한번 잡히십시다’. 형님을 보낸 이 대통령에게는 이혜연의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띄웁니다.

사법 정의의 수호자이자 인권 옹호의 최후 보루라는 대법관 청문회가 진행 중입니다. 브로커로 의심받는 대법관 후보, 재판 중 기도를 강요하고, 지진을 ‘하나님의 경고’라고 하는 대법관 후보, 판사의 본분을 삼성 변호사로 헷갈렸던 대법관 후보가 나섰습니다. 함량 미달이거나 하자가 큰 사람만 골라 쓰는 이명박 대통령의 용인술, 정말 놀랍습니다. 다이나믹 듀오가 부릅니다. ‘너나 잘하세요’.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