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연예인 신정환씨, 은경표 전 PD, 박근혜 의원의 동생 박지만씨.

무수한 의혹 가운데 이상득 전 의원은 저축은행으로부터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위기에 처했다. 이 전 의원은 포스텍이 부산저축은행에 50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프라임저축은행에서의 7억원 수수설도 나돈다.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씨가 구속된 것도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 때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처사촌인 김재홍 전 KT&G 복지재단 이사장도 저축은행에서 4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저축은행 부실과 부실을 감추려는 정관계 로비는 이 정권에서 가장 악취가 나는 저수지였다(19쪽 기사 참조). 하지만 저축은행 수사는 변죽만 울린 채 핵심으로 향하지도 못했다는 평가다. 현 정권 실세인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 전종화씨, 이웅렬 코오롱 회장, 박근혜 의원의 동생 박지만씨와 그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 등…. 실세들이 얽히고설킨 삼화저축은행 사건은 가장 큰 권력형 게이트로 지목됐다. 하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초기에는 브로커 이철수씨가 도피해 수사에 애를 먹는다고 했다. 그는 저축은행 감사 무마를 위해 정관계에 로비자금을 뿌린 인물. 이철수씨는 삼화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 부실 과정에서 MB 조카사위 전종화씨와 MB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윤만석씨와 공모해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하려고 했다. 또 저축은행에서 불법 대출을 받아 코스닥 기업 인수에 가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철수씨가 도피하자 수사는 멈추다시피 했다. 그러다 지난 3월 말 이철수씨가 도주 11개월 만에 검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수사는 진척되지 않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신삼길과 이철수가 다른 로비스트 김창민에게 죄를 미루고 있다. 김창민이 도망가 수사가 진척이 없는 형편이다”라고 말했다.

삼화저축은행과 박지만·서향희 부부의 관계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김한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회장과 절친한 사이인 박지만씨에 대해 ‘본인이 확실히 밝혔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박근혜 의원이 한마디 하니까 검찰의 혐의 사건에서 이 사안이 사라져버렸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2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전일저축은행 불법 대출과 관련해 연예인 신정환씨를 소환·조사했다. 신씨는 티엔터테인먼트 이사로 50억원 부정 대출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2부는 연예인 신동엽·강호동 씨 그리고 은경표 전 PD를 차례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계좌 추적과 관련자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특수2부에서 조사를 받은 한 참고인은 “저축은행 대주주인 은인표와 은경표가 신동엽·강호동·김혁 등을 앞세워 불법 대출을 받고는 회사를 폐업했다. 검찰은 저축은행 손실금이 200억원이 넘는 것을 모두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수사는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한동영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은 기자가 전화를 걸자마자 이유도 듣지 않고 “할 말이 없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전일저축은행의 연예계 불법 대출에 대한 수사는 예금보험공사 그리고 전주지검, 수원지검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수사는 매번 주변인 한두 명을 처리하는 것으로 끝났다. 지난 5월에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은인표씨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8930만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구치소 교도관 한 아무개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전일저축은행 건으로 수원지검에서 구속당한 한 관계자는 “검찰은 주범에 대한 죄는 묻지도 않고 심부름한 사람만 잡아들였다. 저축은행 돈은 먹고 보는 놈이 임자라는 말이 딱 맞다”라고 말했다. 한 수사 검사는 “전직 총장과 지검장 등 워낙 거물급 변호사가 활약을 해 윗선에서 두려워했다. 저축은행에서 빼돌린 눈먼 돈이 범죄자의 죄를 줄이는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6월29일에는 은경표 전 PD가 서울 여의도에서 ‘익산 중앙동파’ 두목 박 아무개씨의 칼에 허벅지와 턱을 찔려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등포경찰서에서 기자를 만난 박씨는 “2002~2003년 은인표와 은경표가 전일저축은행에서 불법 대출받은 수십억원을 내가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돈세탁해 주었다. 저축은행 돈을 자기 돈처럼 쓴 은인표·은경표는 떵떵거리며 살고 하수인만 피해를 보는 현실이 억울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은씨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박씨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수천만원을 빌려달라고 해 ‘도와줄 형편이 안 된다’고 하자 식칼을 꺼냈다”라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는 그동안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에 22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다. 밑 빠진 독에 부어야 할 세금은 아직도 필요하다.


'은경표 전PD 전일저축은행 불법대출' 관련 추후보도

시사IN Live는 2012년 7월9일자 〈저축은행 수사, 핵심은 다 빠졌네〉(위) 제하 기사에서 '은 전PD가 전일상호저축은행의 거액 불법대출 사건에 연루돼 검찰 소환을 받을 계획이고, 검찰은 이를 위해 계좌추적과 관련자 조사를 마쳤으나 그 이후 수사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전일상호저축은행의 피해자들이 은 씨에 대해 제기한 진정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3월12일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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