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 들어서자 밥그릇, 양철냄비, 나무주걱이 쌓여 있는 테이블이 보인다. 한쪽 벽면에는 각기 모양이 다른 머그컵이 진열돼 있다. 식기를 판매하는 곳인 줄 알았더니, 차(茶)가 있는 문화 전시 공간이란다. 그러고 보니, 벽마다 작가의 이름이 적힌 미술 작품이 걸려 있다. ‘카페 그라폴리오’의 사장 노장수씨(39)는 “숟가락 하나부터 탁자, 음식까지 일상 속에서 손닿는 모든 제품이 아트다”라고 말했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노씨는 디자인 파트 직원을 찾기 위해 해외 웹사이트를 뒤졌다. 우리나라에는 개인 창작자의 포트폴리오를 쌓아둔 웹사이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직접 이들을 조직하고, 콘텐츠를 모아놓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온라인 ‘그라폴리오’가 탄생했다.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웹사이트에 전시하면, 기업은 그들의 디자인을 산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카페 그라폴리오는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이자 오프라인 매장이다. 온라인 그라폴리오에 있던 창작자들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이곳에는 그라폴리오 회원 5명이 참여한 〈스프링전〉이 열리고 있다. 이렇게 꾸민 전시회만 벌써 7회째.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구석에 위치해 커피 열 잔을 팔기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창작자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단다. 현재 그라폴리오에 가입한 창작자는 2000여 명. 노씨는 “모든 창작자가 그라폴리오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일자리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