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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꿈 이루고 세상도 바꾼다

블로그가 사람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고 있다. 블로그로부터 '노다지'를 캐는 이가 꽤 많다. 블로거가 새로운 미디어 권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대한민국 대표 스타 블로거의 성공 사례를 통해 &

안은주 기자 anjoo@sisain.co.kr 2008년 02월 25일 월요일 제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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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한향란
블로그 마케팅 전문가 박성호씨(왼쪽)는 블로그 마케팅의 최종 강자 자리는 전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이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성이나 금성에서 온, 종족이 다른 사람이라고 여겼다. 일기와 다름없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올리고, 밥벌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블로깅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 ‘블로거’, 그들은 외계인 같았다. 그러나 머지않아 블로깅을 하지 않는 기자 같은 사람이 외계인 취급을 당할 것 같다.

인터넷 이용자 10명 가운데 4명 이상(40.4%)이 블로그를 운영한다니 말이다(표 참조). 바야흐로 ‘블로깅 러시’다. <블로그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책은 ‘블로깅 러시’의 배경을 이렇게 분석한다. ‘블로그야말로 이야기(스토리텔링)와 대화(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주는 수단이기 때문에 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할 수밖에 없다’고.

   
     
 
‘블로깅 러시’ 속에서, 블로그로부터 ‘노다지’를 캔 이가 적지 않다. 블로거들은 주로 친교나 교제를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69.3%), 다른 사람의 것을 이용한다(64.7%)고 한다(위와 같은 조사 결과). 그러나 그렇게 시작한 블로깅이 자산이 되어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었고, 또 어떤 이에게는 돈을 버는 수단이 된다. 또 어떤 이에게는 언론 매체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톱니바퀴를 돌리게 해주었다. 블로그가 적지 않은 이의 인생을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와이프로거(주부 블로거)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문성실씨(33)는 블로그 덕에 새로운 인생을 찾은 대표 경우다. 약 4년 전부터 가족을 위해 만든 요리 이야기를 재미 삼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대박’이 났다. 하루 방문자가 1000 명이 넘어서고 문씨 블로그가 유명세를 타면서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주문이 들어왔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쌍둥이 키우면서 밥해먹기> 등 4권의 책을 냈고, 그녀의 책은 10만 부 이상 팔렸다. 문씨는 요리 관련 파워 블로거로 우뚝 섰다.

기업들까지 문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생활가전업체나 식품업체 등에서 자사 제품을 사용해 요리를 만들고 그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달라고 주문해왔다. 필립스 키친, 농수산홈쇼핑, 호주 청정우 같은 기업은 그 대가로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거나 재료를 후원했다. 후원업체의 식재료나 주방용품을 사용해서 요리 레시피를 올리면 그 제품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문씨의 영향력은 막강해졌다.

문씨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요리 분야 와이프로거가 크게 늘었는데, 와이프로거를 ‘문성실파’와 ‘비문성실파’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당연히 수입도 짭짤해졌다. 웬만한 샐러리맨의 연봉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다. 문씨는 “취미로 시작한 블로깅이 평범한 주부였던 내게 새 직업을 만들어주었고,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었다. 블로그라는 무대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자꾸 보여주다 보니 점덤 더 자신감이 붙는다. 블로그가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씨가 유리 구두를 신은 신데렐라처럼 모든 것을 거저 얻은 것은 아니다. 문씨는 여느 직장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블로그에 투자한다.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취재하고 공부한다. 최근에는 요리 공부를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요리가 더 먹음직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사
   
 
ⓒ시사IN 한향란
문성실씨(왼쪽)는 요리로, 백선희씨(오른쪽)는 재활용품 리폼으로 스타 와이프로거가 되었다.
 
 
진 공부도 따로 했다. 대학 때의 미술 전공은 블로그를 꾸미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문씨가 블로그에 올린 요리 가짓수만 해도 1100개가 넘는다. 하나 올리는 데 평균 두 시간씩 걸렸다고 해도, 문씨가 블로그에 쏟아 부은 시간은 2200 시간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방문자가 남기는 댓글에 답변을 달아주는 시간까지 합하면 문씨는 요즘도 하루 평균 3~4시간을 블로그에 투자한다. 문씨는 “간혹 악플이 올라올 때면 기운이 쭉 빠지기도 하지만, 내 블로그 덕에 삶이 달라졌다는 소식을 전해오는 사람이 많아 블로깅이 즐겁고 보람 있다”라고 말했다.

"주부로만 살던 내게 이런 세상 올 줄이야"

문씨가 요리로 유명해진 블로거라면, 백선희씨(38)는 ‘리폼 블로그’로 스타가 된 와이프로거다. 백씨는 사과 박스를 이용해 선반을 제작하거나 음료수 병을 이용해 연필꽂이를 만드는 등 폐품을 재활용해 집안을 단장하곤 했다. 리폼 솜씨를 자랑하고 다른 사람과 정보도 공유해볼 겸 해서 2006년 9월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없어 휴대전화 카메라로 대충 찍은 사진과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올렸다. 간간이 친구나 지인들이 블로그를 방문해 칭찬해주는 정도였다. 새우젓 병을 활용
   
 
ⓒ시사IN 윤무영
홍순성씨(위)는 책과 사진, 일상의 작은 발견을 블로그에 올린다.
 
 
해 만든 촛대 이야기를 올린 날, 그녀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그 글이 포털 블로거 뉴스 메인에 소개되면서 이른바 ‘폭탄’(블로그에 올린 포스팅이 포털 메인에 소개되어 수십 만명에게 노출되는 일)을 맞은 것이다. 하루 방문객 몇 십명이 고작이었던 그녀의 블로그에 하루새 10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다녀갔다.

‘폭탄’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블로깅에 더 공을 들이게 했다.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쓰레기통을 더 열심히 뒤져 폐품을 모았고, 좀더 창의적이고 기발한 리폼 사진을 올리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도 장만했다. 그녀의 블로깅이 꾸준해지자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고, 기업에서 후원 제의가 들어왔다. 리폼 재료업체는 재료를 후원해주겠다 나섰고, 한 식품회사는 자사 제품 용기를 활용한 리폼 아이디어를 블로그에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환경자원공사에서는 홍보대사를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출판사에서는 책을 내자고 제안해 오는 3월 첫 책을 출판할 예정이다.

블로그를 발판 삼아 수입이 생기자 그녀는 집 근처에 작은 작업실을 마련했다. 백씨는 출판 작업이 끝나는 대로 리폼에 관심 있는 이들을 모아 강좌를 열 계획이다. 백씨는 “결혼과 동시에 전업 주부로만 살아온 내게 이런 세상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블로그가 평생 이루지 못할 줄 알았던 내 오랜 꿈을 실현해주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한향란
정광현씨(위)는 ‘특종 블로거’로 유명하다.
 
 
‘혜민 아빠’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홍순성씨(38). 딸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시작한 블로깅이 그만의 브랜드를 구축해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할 기회를 주었다. 그는 블로그가 돈이 될 수도 있고, 블로거들의 힘을 모으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엔진도 만들 수 있다는 경험을 해봤다. 그는 블로그에 구글의 애드센스(Adsense: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구글의 광고판을 끼워넣고 광고 수익을 일정하게 배분받는 광고 방식)를 달았다. 블로그 방문객이 많다 보니 월 평균 1000달러 정도의 광고 수익이 발생했고, 잘나갈 때는 월 6000달러도 벌었다. 블로그에 콘텐츠가 쌓이다 보니, 콘텐츠 제휴나 제공을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회사도 늘었다. 그는 블로그에 책 이야기를 주로 올리는데, 유료 서평을 써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이 심심찮게 들어온다. 그의 블로그를 찾는 이가 많다 보니, 그가 책을 소개하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구글의 애드센스 정책이 바뀌면서 블로그를 통한 그의 수입은 크게 줄었다. 홍순성씨는 “지난해 애드센스 수익이 좋을 때는 전업 블로거로 활동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수익이 충분했다.
   
     
 
그러나 애드센스 정책이 바뀌면서 광고 수익이 몇 분의 1로 줄었고, 콘텐츠를 활용한 수익 창출도 초기 단계여서 블로그로 충분한 돈을 벌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요즘 블로거의 힘을 모으는 일에 열심이다. 매달 블로거를 모아 포럼을 열고, 그들이 힘을 모을 수 있는 일을 도모한다. 2월 29일에는 홍대 앞의 클럽을 빌려 200명이 모이는 대규모 블로그 포럼을 기획하기도 했다. 홍순성씨는 “하루 방문자가 1만명이 넘는 블로거 10명만 모아도 독자 10만 명을 확보한 매체와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 정도의 힘이라면 무슨 일이든 도모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1주일에 네 번 특종한 1인 미디어의 힘

‘한글로’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시사 블로거 정광현씨(34)는 블로그를 1인 미디어로 적극 활용하는 경우다. 그는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주장이 있을 때 블로그를 이용한다. 그의 본 직업은 컴퓨터 엔지니어지만, 그는 자기 블로그를 기반으로 ‘기자’로 변신한다. 카메라를 들고 현장 취재를 나가고, 국회 속기록까지 낱낱이 뒤져 사실 여부를 확인한 ‘기사’를 블로그에 발표한다. 기존 미디어가 관심을 갖지 않은 소재를 발굴해 이슈화하는 것이 그의 주된 관심사다. 그가 올린 글 대부분은 포털 특종상에 뽑혔다. 포털로부터 1주일에 4번이나 특종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래서 그의 이름 뒤에는 ‘특종 블로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지난해에는 실종 아동 문제를 집중해서 다뤘다. 정씨는 그 기사를 통해 실종자 공익 광고 캠페인을 벌여 포털 다음의 광고 창인 ‘애드 클릭스’에 실종자 광고를 달게 하는 데 성공했다. 실종자 광고를 효율성 있게 바꾸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넣고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과 적잖은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고, 보건복지부로부터 명예훼손 소송까지 당할 뻔했다. 블로그의 힘을 한껏 맛본 것이다.

그러나 요즘 그는 이런 블로깅을 계속해야 할지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더 많은 네티즌(독자)과 만나려면 아직은 포털의 ‘폭탄’을 활용해야 하는데, 폭탄을 맞을 만한 포스팅을 생산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광현씨는 “폭탄에 맛들일수록 내 포스팅의 편집권은 내가 아니라 포털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가 온전한 독립 미디어로 서려면 포털로부터도 독립해야 하는데 아직은 요원하다”라고 말했다. 또 ‘특종 블로거’라는 명성을 얻기는 했지만, 블로깅 자체가 그의 밥벌이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기업 마케팅과 직결되는 블로거야 기업의 후원을 받거나 협업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사회 이슈를 제기하는 시사 블로거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블로거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정광현씨가 블로깅으로 얻는 수익이라고는 애드센스 광고 수익과 포털에서 받는 특종상 상금 정도가 고작이다. 애드센스 정책이 바뀐 이후에는 광고 수익과 특종상 상금으로 취재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광현씨는 “블로그가 개인이나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데서 벗어나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1인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전문 블로거가 밥벌이에 연연해하지 않고 맘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블로고스피어(bloggo-sphere:블로거 세계)에서 미디어를 지향하는 전업 블로거의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전문성을 살려 블로깅 활동을 꾸준하게 하지만 안정된 수입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이유 때문에 ‘블로깅 러시’가 줄거나 블로거의 영향력이 쇠퇴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블로그는 이미 적잖은 사람에게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했고, 미디어로서의 권력도 점차 강화하고 있다. 또 홍순성씨 말대로 트래픽이 높은 파워 블로거 몇 명만 보여도 어떤 문제를 이슈화하고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 정치인이 블로거가 마련한 토론회에 참석하고, 기업이 블로거의 눈치를 보며 마케팅 수단으로 끌어들이려는 것도 이미 블로그의 힘이 적잖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딸린 기사 참조).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라는 책 제목처럼, 블로그가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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