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나들목에서 분당 방면으로 5분을 달리면 서울시 어린이병원 부근에 7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능안마을이 나온다. 행정구역상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에 속한다. 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면 숲으로 둘러싸인 으리으리한 대문이 눈에 들어온다. 그린벨트 내에 홀로 서 있는 건물이다. 풍수에 식견이 없는 일반인이 보아도 좋은 자리다. 얼마 전까지 ‘수양’이라는 고급 한정식집이 있던 곳이다. 이웃한 내곡교회에서 만난 한 주민은 “수양은 4~5년 전부터 영업하다가 올 2월에 영업을 중단했다. 손님도 많고 결혼식도 하고 그래서 주차 문제로 주민과 다투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수양’ 앞에서 만난 한 이웃은 “1인분에 7만원을 받았고, 한정식집이 무지무지 컸던 게 기억난다. 주로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드나들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지난 5월13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33)가 한정식집 ‘수양’을 사들였다. 대지가 총 1613㎡(488평)에 이르는 대저택이다.


직장생활 2년 만에 수십억원 마련?

지난 5월13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33)가 한정식집 ‘수양’을 사들였다. 대지가 총 1613㎡(488평)에 이르는 대저택이다. 건물은 330㎡(100평)가 넘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이는 주민들 의견이다. 정확하지는 않다. 부동산 건축물 대장에서 이 건물에 대한 자료가 사라져 확인할 수 없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건물에 대한 자료가 없다. 서초구 혹은 그 윗선의 행정처리가 굉장히 빨리 진행되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 한정식집 건물은 철거됐다. 철거 작업을 하던 한 인부는 “포클레인으로 길을 새로 닦고 건물을 철거하는 것이 우리 일이다. 일단 가림막으로 가려두고 나중에 단독주택을 새로 지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시형씨가 사들인 땅은 세 필지로 이루어졌다. ‘수양’ 건물이 있던 20-17번지 528㎡(160평)는 도시지역 제1종 전용거주지역. 옆에 붙어 있는 20-36번지 259㎡(78평), 30-8번지 826㎡(250평)는 개발제한구역 그린벨트다. 특이한 사실은 이 땅을 시형씨가 대통령실과 함께 샀다는 것이다. 20-17번지 528㎡(160평)에 대한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시형씨는 528분의 330, 대통령실은 528분의 198에 해당하는 지분을 공유했다. 옆에 붙어 있는 20-36번지 259㎡(78평)도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시형씨 지분은 259분의 97(신고 거래가액 80,250,000원), 대통령실 지분은 259분의 162다. 5월25일 대통령실은 30-8번지 826㎡(250평)도 사들였다. 이 땅에 대해서는 시형씨의 지분이 없다. 세 필지는 모두 유 아무개씨 한 사람의 소유였다. 강남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 필지 땅 가운데 두 필지의 지분을 쪼개서 소유하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두 사람의 공동 소유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환영식에서 히딩크 감독과 사진을 찍은 이시형씨(왼쪽). 맨 오른쪽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청와대나 대통령 경호실이 대통령 자녀와 함께 땅을 사거나 집을 사들인 전례는 없었다고 한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청와대가 대통령 자녀와 함께 집을 사는 것은 법적 근거도 없고 비교할 만한 전례나 관행도 없는 희한한 일이다. 대통령 자녀의 경우 통상적으로 경호원들이 출퇴근하면서 경호를 한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한 경호실 관계자는 “경호실은 대통령 사저를 지으면 옆에 경호동을 만들게 되어 있다. 현직 대통령 직계 존비속도 경호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대통령 자녀의 집을 사거나 짓는 데 경호실이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등기부에 기록된 이 땅의 매입금액은 50억1775만원. 집과 땅을 산 자금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 시형씨가 산 땅을 중개했다는 ㄴ부동산 대표는 “그곳은 특별한 용도로 국가가 직접 사들인 땅이다. 그 이상은 국가기밀이어서 말해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주변 땅을 사겠다고 접근하자, 그는 “청와대에서 샀는데 가격이 50억원 언저리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호텔 회원권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재산을 청계재단에 기부했다. 시형씨에게는 변변한 재산이 없었다. 1993년 이명박 대통령은 민주자유당 국회의원에 당선돼 처음으로 공직자 재산 신고를 한다. 1995년 2월27일 신고에서 시형씨는 처음 등장한다. 국민투자신탁·한국투자신탁 주식과 대한생명·동아생명 등 보험료로 2380만9000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비고란에 제일은행(이상득) 3500만원 입금(1993년 7월20일) 및 보험 불입금이라고 기록했다. 1996년부터 시형씨는 재산등록 고지를 거부했다.

MB가 서울시장에 오른 2002년 8월30일 시형씨는 스포월드 헬스클럽 회원권 700만원을 전 재산으로 신고한다. 2004년 시형씨는 스포월드 헬스클럽 회원권을 팔아 예금했다고 재산변동 사항을 신고했다. 이후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첫해인 2008년 4월 시형씨는 신한은행 예금 758만5000원, 우리은행 예금 497만7000원, 대한생명 보험금 2400만원 등 총 3656만2000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2009년부터 시형씨는 독립생계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재산신고 고지를 거부했다.

 

 

 

 

 

구글 지도로 확인한 이시형·대통령실 공동 소유의 대저택(위 노란 점선 부분)은 세 필지로 나뉘어져 있다.


“개발 시작되면 110억원 넘을 것”

2008년 7월 시형씨는 매형(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 조현범씨가 부사장으로 있는 한국타이어에 입사했다. 국제영업 부문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후 석 달 만에 정규직 직원이 됐다. 그리고 1년여 만인 2009년 11월 퇴사했다. 2010년 2월 이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가 작고하자, 2010년 8월 시형씨는 다스에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지난 3월1일에는 해외영업팀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했고, 현재는 다스 기획팀장으로 승진해 경주에서 근무한다. 시형씨가 직장생활을 한 것은 약 2년. 2년 월급쟁이 생활로 서초구 내곡동 대저택을 살 정도의 돈을 마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시형씨가 사들인 땅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의혹을 살 만하다. 시형씨가 사들인 내곡동 20-17번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그린벨트가 해제되어 건물이 들어섰다. 현재는 지구단위 계획구역으로 지정되어 개발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 시형씨가 사들인 땅 부근 임야가 경매로 낙찰되었고, 주변 땅을 보러 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능안마을 부동산업자는 설명했다. 강남의 부동산 전문가 안 아무개씨는 “이 부지는 2010년 서초구청이 지구단위 계획구역으로 입안하면서 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허가가 떨어지면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평당 2500만원이 넘을 땅이다. 시형씨 땅은 동네에서도 목이 좋아 110억원이 훌쩍 넘어가는 금덩어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등기부등본에 소유자가 ‘이시형’ ‘대통령실’이라 적혀 있다.


지난 6일 이시형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5월에 내곡동에 땅과 건물을 산 것은 맞다”라고 확인했다. ‘주거용으로 매입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시형씨는 “네. 뭐. 사적인 문제여서 말하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다. 기자가 ‘대통령실과 함께 매입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개인적인 이유여서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매입한 토지가 용도변경이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