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4일 저녁 6시 서울 청계천 앞에서는 난데없이 삼계탕 70인분이 끓었다. ‘혁명적 육식주의자 동맹’이 준비해온 초복 보양식이었다. 이른바,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박 아무개씨(46·성범죄 피해자는 신분이 드러나면서 2차 피해를 입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박씨는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드러나기를 원치 않았다) 기운 돋우기 프로젝트.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장마에 야외 농성을 벌이다 지친 박씨를 위한 잔치가 벌어졌다.

박씨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하청업체 14년차 노동자였다. 2009년 공장의 한 조장은 그에게 “우리 둘이 자고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라며 치근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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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 소장은 작업 도중 박씨의 몸을 주물럭거렸다. 성희롱 사실을 사내에 알리자 돌아온 건 오히려 박씨의 해고였다. 그는 2010년 국가인권위에 진정해 ‘성희롱으로 고용상 불이익을 받았다’라는 결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싸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산공장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박씨에게 회사 측은 폭행을 가했다. 그의 외침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올해 5월 상경했다. 부당해고 문제를 해결하라며 청계천 앞 여성가족부 건물 앞에서 노숙을 하고 촛불집회를 벌였다. 그는 “현대차 아산공장 안에서는 성희롱이 만연하다.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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