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에 담은 시절이 역사가 되었다 이오성 기자 2017년 겨울호가 나온 뒤 전성원 편집장이 〈황해문화〉를 발행하는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에게 말했다. “늦었지만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뭔가?” “이번 호에 최영미 시인의 시를 실었습니다.” 내용을 본 지용택 이사장이 말했다. “이 사람아, 좀 빼지 그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2017년 겨울호 특집은 ‘젠더 전쟁’이었다. 특집 필자는 물론 시, 소설, 포토에세이 작가도 전부 여성으로 꾸렸다. 창간 이후 처음으로 창작 코너 작가들에게도 ‘페미니즘과 젠더’라는 특정 주제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최영미 시인이 문제의 작품... 조종사 외주화로 수수료 장사? 전혜원 기자 대한항공은 외국인 조종사를 가장 많이 쓰는 국적 항공사다. 2017년 3월 말 기준 대한항공 조종사 2697명 가운데 409명(15.2%)이 외국인 조종사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9.7%보다 높은 비율이다. 대한항공 기장 4명 중 한 명은 외국인이다. 그런데 대한항공이 외국인 조종사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에이전시들이 이들을 고용해 대한항공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게 한다. 사람을 고용하는 회사와 일을 시키는 회사가 다르다. 파견이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은 일부 업종에만 제한적으로 파견을 ... 말리 청년에게 준 ‘선물’ 일회성 선심이었나 파리∙이유경 통신원 ‘스파이더맨’ 별명이 붙은 스물두 살 아프리카 말리 출신 청년 마무두 가사마. 5월26일(현지 시각) 맨손으로 발코니에 매달린 아이를 구한 그는 불법체류자 신분에서 프랑스 국민이 되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가사마를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면담하고 소방대원으로 특별 채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일을 “예외적 행동에 대한 예외적 결정”이라고 말했다.‘스파이더맨’ 청년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보답은 정부의 난민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매거진 〈코죄르(Causeur)〉 저널리스트인 엘리자베크 레비는 “정부가 양승태 대법원이 남긴 까다로운 숙제 천관율 기자 “BH(청와대) 민주적 정당성 부여 방안.”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이하 양승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만든 문건 중 하나의 제목이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특별조사단)이 붙인 문건 번호는 111번(이하 번호는 특별조사단이 붙인 문건 번호다). 작성일은 2015년 9월5일.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향해 상고법원 로비에 온 힘을 쏟을 때다. 상고법원 과정에서 재판을 로비 수단으로 삼은 것이 양승태 대법원 사법 농단 사건의 핵심이다(〈시사IN〉 제561호 ‘대법원 문 앞에서 삼권분립이 멈췄다’ 기... “차별에 분노하되 네 능력을 의심하지 마” 임지영 기자 구작가(본명 구경선·35)는 두 살 때 앓은 열병으로 청력을 잃었다. 동물 중 토끼가 가장 듣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고 ‘베니’라는 토끼 캐릭터를 만들었다. 대신 많이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그가 준비한 파워포인트를 넘기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600여 장의 슬라이드에는 준비한 말이 한두 마디씩 쪼개 적혀 있었다. 발음이 정확하진 않았지만 화면의 글과 함께 들으니 금세 이해가 되었다. 구작가는 살면서 귀가 안 들리니까 두 배로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숱한 좌절을 겪으며 남들이 하는 대로 살... 정주영의 생애 최대 이벤트 김형민(SBS Biz PD) 언젠가 어느 회사를 방문했는데, 그 회사 노동조합이 로비에서 무슨 농성을 하고 있었고 스피커를 통해 우렁찬 ‘민중가요’가 흘러나왔어. 어? 이거 아는 노래인데… 어깨를 움씰거리며 노래를 따라가던 아빠는 얼마 안 가 노래의 제목을 기억해냈단다. ‘그 누구.’ 1992년 대통령 선거 무렵에 나온 노래였어. 당시 78세의 나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노래의 주인공이었단다. ‘돈으로 대통령을 사겠다는 장사꾼’을 비꼬는 노래였는데 그 가사 가운데 이런 게 있었어. “아파트 까짓 거 반값, 공산당 까짓 거 허용, ... 지혜를 얻고자 하는 마음 김현 (시인) 오늘은 ‘지혜를 구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한 언론인이 자신이 취재하여 쓰게 될 글이 많은 이들의 마음에 가닿길 소망하며, 이 세계에 없는 존재에게 지혜를 간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요’를 누르는 대신에 나 역시 기도했다. 지혜를 얻게 하소서. 그이가 내 친구여서가 아니라 내가 그이의 글을 애독하는 사람이어서였다.어떤 존재에게, 무엇인가로부터 지혜를 얻고자 하며 간곡한 마음을 먹어본 지가 오래되었다. 지혜로운 노인이 되는 걸 장래 희망의 하나로 삼고, 늙으면 자연히 지혜로워진다는 말을 믿어본 적이 없는 나인데도 그리되었다. 책장 독자와의 수다 김동인 기자 독자 번호:117030654 이름:나문희(32) 주소:서울 용산구 나문희씨(32)는 ‘하드코어’ 독자다. 굵직한 기사를 좋아한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각종 의혹,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 세월호 참사, 국정원 관련 뉴스와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이슈까지. 기사 한두 개로는 도저히 맥락을 파악할 수 없는, 끈기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슈를 눈여겨본다. “진실은 모르는 거니까. 어쨌든 끝까지 뒤져봐야 하잖아요.” 이런 독자에게는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언제부터 〈시사IN〉을 구독했는지. 기자보다 훨씬 연륜 있는 분은 ... 기사 후~폭풍 이종태 기자 김승하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장의 ‘육성 고백’인 ‘우리는 국가에 두 번 속았다’가 〈시사IN〉 페이스북 계정(facebook.com/ sisain)에서 절절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현아 독자는 “눈물이 난다. 정말 억울한 내용이다. 원상회복이 될 수 없지 않은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많은 독자들이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촉구했다. 법관들끼리 담합해서 슬그머니 넘어가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문건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 김동인 기자의 ‘법원행정처가 만든 문건, 이렇다’ 기...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두 마리 토끼 잡을까 이나래 (변호사)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활용되었다고 알려져 큰 파장이 일었다. 페이스북은 로그인 기능을 통해 이용자의 동의를 받은 뒤 그 이용자 프로필 정보를 데이터 분석 및 정치 컨설팅 업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제공했다. 그런데 해당 이용자뿐 아니라 그와 친구 관계인 이들의 정보까지 제공되었다. 그 정보를 당시 트럼프 대선 캠프가 활용했다는 사실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전 직원이 폭로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개인정보는 법률에 따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었다. 다른 한편으로... 남성 손에 엇갈린 총여학생회의 운명 김동인 기자 30년 역사의 총여학생회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6월13~15일 학생총투표를 개최하고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을 통과시켰다. 전체 재적생 가운데 55.16%가 참여한 총투표에서, 82.24%가 재개편 ‘찬성’에 손을 들었다. 발단은 지난 5월24일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주축이 되어 마련한 은하선 작가의 강연이었다. 이를 두고 연세대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은 작가는 ‘남성 혐오’를 조장하는 인물이며 십자가 모양 딜도(자위 도구)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은 신성모독이라는 주장이 주요 반대 논리였... 트럼프 스타일은 ‘위에서 아래로’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이번 주 난 멋진 일을 해냈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내가 포기했다고 합니다. 뭘 포기했다는 겁니까? 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어요. 만났습니다. 우린 죽이 아주 잘 맞았습니다. 그도 우리한테 많은 걸 내줬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5일 기자들과 일문일답 중 내놓은 발언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손익계산서를 놓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성과를 홍보하는 ‘세일즈맨’으로 나선 것이다.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라는 발언의 근거를 따지는 기자에게 그는 “내가 취임했을 때 사람... 한반도 평화에 아베만 홀로 남아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대북 압박만을 강조하던 일본 아베 정권의 처지가 궁색해졌다. 아베 정권의 대미 종속 노선과 편향된 동아시아 전략을 비판해온 기무라 아키라 교수(가고시마 대학·평화학)를 만났다. 평화 연구가이기도 한 그에게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물었다. 지난해 전쟁 발발 위기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 구축 프로세스로 북·미 긴장 사태가 순식간에 호전된 최대 요인은 뭐라고 보는가?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가 크다. 문 대통령의 ‘미래 지향적이고 전략적인 사고’에 근거한 용기 있... 3차 방중의 비밀, ‘경협’에 있다 남문희 기자 지난 3월5일 한국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만 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국 협상 카드로 활용할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를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에게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에 폭탄선언이었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쌍중단)을 주장해왔다. 중국으로서는 북한과 공유해왔다고 믿어온 ‘쌍중단’ 원칙을 김 위원장이 무너뜨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특... 이세계 정치에 개혁을!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극우 유튜버의 곤혹스러운 논리 [프리스타일] 이종태 기자 좀 기괴한 취미로 욕먹을 수 있지만, 가끔 극우 유튜버들의 방송을 ‘즐긴다’. 박근혜 정권 시절엔 나름 심각하게 들었다. 극우 담론을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게 된 것 자체가 정권 교체와 한반도 정세 변화의 효과다. 올해 들어 극우 유튜버들은 한결같이 북·미 대화의 파탄을 갈구해왔다. 그들의 복음은 ‘미국의 북한 폭격(북폭)’이었다. 이에 따른 북한의 인명 살상을 당연하게 여기고, 북한 반격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피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한국인들을 설득할 논리적 장치까지 나름 마련했는데, ‘15분론자’들이 ‘30분... 정부군과 반군 사이 목숨이 다하고 있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예멘 수도 사나에 사는 움무 바시르 씨(51)는 원래 3남 2녀를 두었다. 지금 그녀에게 남은 자녀는 셋째 아들 한 명뿐이다. 그 아들도 멀리 떠나보냈다.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내전이 그녀의 삶을 바꾸었다. 가장 먼저 서른 살 큰아들이 실종됐다. 이웃들은 후티 반군이 그녀의 큰아들을 강제로 끌고 갔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내전이 계속되면서 병사가 부족하자 후티 반군은 남성들을 강제징집하고 있다. 그녀는 “아들의 생사를 알고 싶어 정부기관을 찾아다녔지만 공무원들이 대부분 피란을 가서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비극은 여기서 울산에 민주당 깃발 꽂은 ‘문재인 친구’ 이상원 기자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자의 말씨는 묘했다. 어휘는 경상도 쪽이었지만 억양에는 전라도 방언이 섞여 있었다. 그와 함께 ‘영남 인권변호사 3인방’으로 불리던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과는 판이했다. 널리 알려진 ‘8전9기’나 ‘울산 최초의 민주당 민선 시장’ 타이틀 뒤에 ‘정통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지 않는 첫 울산시장’도 붙여봄 직하다.송 당선자가 울산에서 선택받는 데에는 26년이 걸렸다. 국회의원 선거 여섯 번, 시장 선거 두 번을 내리 졌다. 진보 단일 후보나 무소속으로 나온 적도 있으니 민주당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부산 출신으로 전 노골적인 감정노동 ‘선거’의 한복판에서 한승태 (르포 작가·〈고기로 태어나서〉 저자) 4년간 ‘식용 고기’ 농장 아홉 군데를 잠입 취재했던 〈고기로 태어나서〉의 저자 한승태 르포 작가의 다음 타깃은 ‘지방선거’였다. 지난 3월 광주로 내려간 그는 그곳에 머물며 정의당 소속 나경채 광주광역시장 후보의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취재의 일환이었다. 그의 6·13 지방선거 참관기를 전한다. ‘유력 후보’ 중심의 정치 기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선거판의 단면을 그만의 시각으로 ‘클로즈업’했다. 선거 현수막을 다는 모습은 얼룩말들이 악어가 숨어 있는 강을 건널 때와 비슷하다. 물속에 포식자가 있다고 의심하는 말들은 다... 편견 뚫고 새 길 찾다 방글라데시·장준희 (사진가·Loop Media Team) 남성 운전자들의 시선이 따갑다. 히잡을 둘러쓴 리나 씨(35)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주행 중이다. 도로 주행을 연습하고 있는 그녀는 예비 운전기사. 리나 씨는 올해 의료 NGO ‘고노샤스타야 켄드라(Gonoshasthaya Kendra)’가 운영하는 방글라데시 유일의 여성 운전기사 훈련센터(이하 센터)에 입소했다. 이 센터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자, 고아, 소수민족 여성 등을 선발해 훈련시킨다. 이들은 운전면허증을 따면, 방글라데시의 각종 시민단체에서 운전기사로 일한다. 방글라데시에서 여성 운전기사는 구경거리나 조롱의 대상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