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빌 게이츠의 화장실 이순희 지음, 빈빈책방 펴냄 “수세식 변기를 최고의 변기로 여기고 사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야외 배변으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돕고자 나선 빌 게이츠의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야외 배변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며, 수세식 화장실이 과연 그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짚어본다. 우리가 사용하는 쾌적한 수세식 화장실 역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절대 최선은 아니라는 점, 지구촌이 건강하게 지속되려면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화장실 혁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리고 화장실 혁명을 위해 필... 아이들이 통학하던 ‘바다의 작은 길’을 걷다 김은남 기자 ‘일본이라는 거대한 섬나라에 와서 또 섬으로 들어가야 하다니….’ 사이키(佐伯) 시 항구에서 페리호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스쳐간 생각이다. 사이키 시는 일본 규슈 오이타 현의 남동부 중심 도시다. 오이타 현에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벳푸 온천, 유후인 온천 등이 있다. 오이타 현에서도 가장 면적이 큰 도시가 바로 사이키 시다. 그러나 인구는 불과 7만명 남짓. 한때 30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일자리 감소와 더불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이제는 도시라는 말조차 무색해졌다. 규슈올레 20번째 코스가 생긴 오뉴지마(大入島)는 사이키 시... 소녀가 남긴 일기 속 미스터리 박성표 (〈월간 그래픽노블〉 전 편집장) 손힐 복지원은 30년이나 폐허로 남겨져 있었다. 철조망에 붙어 있는 출입금지 안내문, 창문마다 널빤지가 덧대어 있고, 황폐한 정원에는 까마귀가 날아다닌다. 어느 날 외로운 소녀 엘라가 근처로 이사를 왔다. 엘라의 방에서는 손힐이 한눈에 들어온다. 엘라는 어쩐지 손힐에 자꾸 눈길이 간다. 자기와 손힐이 다르지 않기 때문일까. 엘라의 엄마는 곁에 없고, 아빠는 늘 바빠서 메모로만 존재를 확인한다.그러다 엘라는 손힐의 정원에서 한 소녀를 발견한다. 호기심에 그녀를 쫓아간 엘라. 정원 여기저기서 인형 조각을 발견하고는 집으로 가져와 예쁘게 오키나와 음식은 왜 맛이 없을까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일본 하면 으레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운 먹거리만 지역 특산품으로 팔리는 줄 알았다. 오키나와에서는 고작 ‘흑당(黑糖)’이라 불리는 검은색 설탕이 특산품이다. 인도에서는 ‘재거리(Jaggery)’, 중국에서는 ‘추탕(粗糖)’이라 불리는, 정제하기 전 설탕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식재료를 굳이 특산품이라고 팔고 있었다. 다른 특산품도 후줄근한 구석을 감출 수 없었다. 류큐 왕가에서 먹을 정도로 귀했다는 과자 ‘친스코’는 밀가루와 설탕으로 이루어진 빈곤한 맛의 쿠키에 가까웠고, ‘사타안다기’는 시럽이나 크림이 발리지... 한국인은 어떻게 ‘발견’되었나 김대수 (미지북스 편집자) 우리는 어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을 규정하려고 한다. 이런 시도는 일종의 고지전, 즉 ‘정치적 투쟁’을 동반한다. 이 싸움은 그 치열함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채 이루어진다. 그래서 누군가가 승리하고 언덕에 깃발을 꽂지만 ‘진실’의 승리라기보다 일방의 승리, 정치적 규정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승자가 사건의 대변인이 되어, 이른바 정론으로 변신해 성역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일단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 박제된 모습을 순례할 뿐 좀처럼 그 생생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최정운 교수의 〈한... 0.75평 독방에서 19년을 산 사람 정희상 기자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는 사람.’ 박정희 정권 시절 고문 피해자인 서승 교수(리쓰메이칸 대학)를 이르는 말이다. 1971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열흘 앞두고 재일동포 서울대 유학생 서승은 보안사로 끌려갔다. 당시 야당 김대중 후보에게 용공 혐의를 씌우려고 조작한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었다. 이른바 ‘재일동포 유학생 학원침투 간첩단 사건’ 조사를 받던 서승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분신을 기도했다. 난로를 끌어안아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그는 동생 서준식과 함께 기소되어 1심에서 사형을, 2... 데이터가 들려주는 길고양이의 삶 장일호 기자 〈시사IN〉은 서울시와 공동기획으로 ‘빅데이터, 도시를 읽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의 인구 지형을 살펴본 서울의 맥박(〈시사IN〉 제547호 ‘빅데이터가 잡아낸 천만 서울시민 움직임’ 기사 참조)과 서울의 속살(〈시사IN〉 제551호 ‘서울시 민원 38.8%는 바로 이 문제’ 기사 참조)에 이어 마지막으로 서울의 또 다른 시민인 고양이가 도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봤다.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퍼시픽루서런 대학에는 기말시험 기간이 되면 훈련받은 고양이가 파견된다. 시험에 지친 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고양이 ... 인성 교육도 이벤트가 되는 학교 이준수 (삼척시 도계초등학교 교사) 학부모 총회와 상담 주간을 준비하며 학습 관련 자료를 잔뜩 쌓아두었다. 올해부터 ‘2015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니 학업에 신경 쓰는 학부모들이 많으리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이가 즐겁게 생활했으면 좋겠어요. 친구 관계가 제일 걱정이에요.” 새로 바뀐 교과서를 잠시 옆으로 밀어두어야 했다. 특히 여학생 학부모들은 뉴스에 등장하는 극단적인 학교 폭력 사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근래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 등 청소년 강력 범죄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이... 그 게으름뱅이가 내 삶을 바꾼 방법 은유 (작가) 자유기고가 시절 ‘프리랜서’라는 명함을 파서 일했다. 있어 보인다고 남들은 말했고 나는 비정규직도 아니고 무정규직이라고 둘러댔는데, 이번에 정식 용어를 찾았다. 호출형 노동계약. “노동시간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필요할 때 ‘호출’하면 달려가야 하는 노동 형태. 고용주는 노동시간을 보장할 의무가 없으며, 노동자는 실제 노동한 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받는다(59쪽).”호출형 노동자는 시간 관리가 생명이다. ‘시간은 돈’이므로, 돈이 되는 시간 창출을 위해 주도적으로 머리를 싸매야 한다. 나는 취재를 위한 왕복 시간, 원고 집필 시간을 봄 주꾸미가 맛있다고요? 이오성 기자 올봄에 주꾸미 좀 드셨습니까? 못 드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주꾸미 값이 만만치 않다는 소식이 계속 들리지요. 4월19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살아 있는 주꾸미가 1㎏에 3만원이었습니다. 대형마트는 대개 좀 더 비싸지요. 새조개·주꾸미 축제가 열리는 충남 홍성군 남당항에서도 1㎏에 3만5000원 하더군요. 식당에서는 5만원입니다. 소고기로 치자면 한우보다 비싸다는 말은 과장이지만, 과거처럼 싼 맛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건 확실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봄철 주꾸미 정보를 접할 때마다 의아합니다. 한쪽에서는 주꾸미 값 폭... 주꾸미에게 닥친 ‘공유지의 비극’ 이오성 기자 충남 보령 출신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에는 주꾸미가 자주 나온다. 1977~1981년 발표한 연작소설 〈우리 동네〉에서 어느 여인은 질박한 사투리로 이렇게 신세타령한다. “접때 장부텀 봄 것은 읎는 게 읎이 죄 새로 나와 만전했던디 그 흔해터진 쭈꾸미 한 코 못 만져보고 사네.” 그랬다. 주꾸미는 원래 흔해터진 ‘바닷것’이었다. 봄가을이면 서해와 남해 연안에서 무시로 잡혔다. 봄철 보릿고개 때면 바닷가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구황식품 노릇을 했다. 특히 주꾸미를 ‘쭈깨미’라 부르는 충남 지역이 전국 어획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스텔라데이지호, 우루과이를 울리다 우루과이·브라질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40여 시간 비행하는 동안 허영주씨(40)는 말이 없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그녀가 지금 향하는 곳은 남미의 땅끝 나라 우루과이다. 나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67일간 우루과이·아르헨티나·브라질·프랑스 등을 찾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를 취재했다. 지난해 12월 〈시사IN〉 제536호에 ‘스텔라데이지호를 찾아서’라는 커버스토리를 썼다. 내게 이 취재를 부탁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허영주씨와 그 여동생 허경주씨였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자매는 “우리는 선사와 정부한테 정보를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를 찾는 이유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4월18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허영주·허경주씨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오매불망 기다려온 사람들이 이날 입국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심해 수색 전문가인 데이비드 갈로 박사와 윌리엄 랭 박사이다.지금은 타이태닉호의 유물 및 잔해 관리업체인 ‘RMS 타이태닉’ 선임고문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갈로 박사는 한때 미국의 유명한 우즈홀 해양연구소 소속으로 CNN 방송에도 자주 등장한 전문가다. 윌리엄 랭 박사는 현재 우즈홀 해양연구소 첨단이미지·시각화연구실장이다. 이들은 에어프랑스 447편 추락 사고 조사와 블랙박스 회수 어떤 여자들은 자기 병명을 아는데 12년이 걸린다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세리나 윌리엄스. 현역 여성 테니스 선수들 중 가장 많은 그랜드슬램 달성, 전 세계 여성 스포츠 선수들 중 최다 상금 기록 보유, (출산 직전까지인) 36세 나이에도 세계 랭킹 1위. 말 그대로 비교 불가 ‘톱’이다. 지난해 9월 딸 올림피아를 출산했다. 당시 죽을 뻔한 이야기가 잡지 인터뷰를 통해 크게 화제가 되었다. 제왕절개로 출산한 다음 날이었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을 느꼈다. 윌리엄스는 2011년 다리 수술 후 혈전으로 인한 폐 색전증을 경험한 적이 있었기에, 이게 무슨 증상인지 바로 알았다. 혈전색전증은 혈액이 끈끈해... 정중하고 예의바른 차별 [프리스타일] 임지영 기자 ‘노키즈존(No Kids Zone)’을 다룬 기사에는 많은 댓글이 달린다. 주로 그런 결정을 내린 점주를 옹호하는 내용이다. ‘개념 없는 부모’의 목격 사례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나 역시 실생활에서 노키즈존에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를 체감한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는 않지만, 아이 없는 곳을 찾게 된다는 지인도 있다. 이해는 된다.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몇 년 새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두 달 전만 해도 아이와 함께 다녀왔던 곳이 그새 노키즈존으로 바뀌어 있기도 했다. 아직 글을 몰라서 왜 안 들어가느냐고 묻는 아이에게 설명할 ... 성인용품점 사장에서 코미디언으로 주진우 기자 최정윤씨(32)는 유능한 프리랜서 기자였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AP 통신에 한국 문화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 고성 비무장지대(DMZ)까지 혼자 도보로 여행하며 남긴 한국 여행기, 사우나 여성 세신사들을 심층 인터뷰한 뒤 쓴, 삶과 몸에 대한 기사가 주목을 받았다. 또 한국·중국·타이·라오스를 오가며 만든 탈북자 관련 다큐멘터리는 미국 HBO에 방영되기도 했다. 최씨는 외신기자 통역을 도맡을 정도로 영어도 잘한다. 그녀는 삼성에서 일하기도 했다. 앞날이 쨍쨍하던 최씨는 기자도, 삼성맨도 걷... 청와대의 싱크탱크 탄압? 진실은 이렇다 김동석 (미국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아베 일본 총리가 2015년 워싱턴을 방문했다. 필자는 당시 아베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을 막아보려고 동분서주했다. 일본 정부 지원을 받는 싱크탱크나 로비스트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그런데 한국계 싱크탱크들은 정중동이었다. 화가 나서 한국 중앙 일간지 소속 한 특파원을 만나 한국계 싱크탱크들은 뭘 하는지 물었다. 그는 특파원으로 부임하며 특별히 한국계 싱크탱크에 관심이 많았다. 이 특파원은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한미연구소(USKI)와 한미경제연구소(KEI) 문을 닫는 게 낫다. 대미 공공... 일본의 촛불이 아베를 몰아낼까 도쿄·홍상현 (〈게이자이〉 한국 특파원) 4월14일 국회의사당 근처 나가타초 역을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 저마다 손에 “아베 정치를 불허한다”라고 쓴 부채를 들었다. 국회의사당에 다가갈수록 늘어나는 인파. 오후 2시, 사회자가 연단에 올라 집회 시작을 알렸다. 아베 퇴진을 요구하는 릴레이 발언이 이어졌다. 반(反)아베 야당 연대를 주도하는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이 “아베 총리가 ‘아니다’ 하면, 대략 ‘그렇다’고 봐야 됩니다!”라는 ‘사이다’ 발언을 하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사방에서 터지는 웃음과 환호성. 어느새 10차선 도로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아이... 천 년 전에도 외교천재 선조들이 있었다 김형민(SBS Biz PD) 1107년 고려는 17만 별무반을 총동원해 동북면의 여진족을 정벌하고 동북 9성을 쌓는다. 여진족들은 동북 9성의 고려군을 쉴 새 없이 공격하는 한편으로 납작 엎드려서 빌어. “이 오아속(여진족 지도자), 고려를 부모의 나라로 삼겠습니다. 옛 땅을 돌려주시면 기왓장 한 장 던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동북 9성을 돌려받은 여진족은 그야말로 급성장을 해. 고려에 엎드렸던 오아속의 동생 아골타는 거란을 물리치고 금(金)나라를 세운단다. 세 번이나 큰 전쟁을 치렀지만 거란과 고려는 근 한 세기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어. 신흥 여... 시진핑 절대권력 떠받치는 ‘소조’를 아시나요 문정우 기자 몇 년 전 베트남 기자협회 초청을 받아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에 끼어 베트남을 방문한 일이 있다. 당시 베트남 기자협회장과 1시간 가까이 회담하며 양국 기자들 간의 교류 방안을 논의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그곳 기자협회장은 베트남 집단지도체제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공산당 정치국원 18인 중 한 명이었다. 정치국에는 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이 포함돼 있다. 민간인인 우리가 한국의 대통령이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베트남 최고위 인사와 공적인 회합을 가진 셈이다. 당시 한국 기자협회장은 YTN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