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웠던 그 아이 살인마가 되었네 송아람 (만화가) 〈내 친구 다머〉는 미국 최악의 연쇄살인마 제프리 다머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더프 백더프의 말에 따르면, 책 한 권이 완성되기까지 무려 20년이 걸렸다. 저자는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 제프리 다머가 저지른 범죄가 세상에 알려진 뒤, 오랜 시간에 걸쳐 다머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수집한 수많은 자료 중 일부라고 할 수 있는 다머의 학창시절만을 만화로 옮겼다. 저자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재생산된 다머의 끔찍한 살인 행각 대신 그의 성장기에 초첨을 맞췄다.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다머와 학창시절을 공유했던 저... 지식인의 반지성주의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무식꾼임을 드러낸 식견과 당최 품위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언행으로 제45대 미국 대통령직을 꿰찬 도널드 트럼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선거 직후 쏟아진 흔한 해설은 하나같이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반란을 주워섬긴다. 1970년대까지 그럭저럭 성황을 이루었던 이 지역의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속출한 백인 실직 노동자들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호응했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유색인 인종차별을 해명하지 못한다. 저런 모자란 해설은 제조업 쇠퇴 현장에서 우선적으로 일자... 팩트폭행 담당의 ‘위대한 태클’ 중림로 새우젓 (팀명)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리사 심슨이 만들어진 것은 아마 가벼운 의도에서였을 것이다. 깡촌의 무식한 시골뜨기들 사이에서 돌연변이 같은 똑똑한 캐릭터, 그래서 극이 막장으로 흘러갈 때 반론을 제기하고 갈등을 불러일으켜서 재미를 더해줄 만한 존재가 필요했을 거다. 그렇게 미국 중부 어딘가에 존재하는 작은 도시 스프링필드에 살고 있는 심슨 가족의 장녀이자 둘째인 리사 심슨이 탄생했다. 리사는 모든 과목에서 A를 받는 최고의 모범생이자, 테스트도 거치지 않고 합격한 멘사 회원이며, 불교 신자이고, 예술에 조예가 깊고 환경 파괴를 ...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구체적 소년 서윤후·노키드 지음, 네오카툰 펴냄 “일인분의 점심을 차리는 일에 능숙합니다. 홀수와 짝수가 나란해집니다.” 시인 서윤후와 만화가 노키드가 만나 ‘만화시편’이라는, 세상에 없던 장르를 만들어냈다. 시인의 말마따나 “구체적인 장면으로 시를 읽어가는 일”은 독자에게도 새로운 경험이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데는 편집자의 공이 크다. “시인과 만화가, 이렇게나 좋은 두 재능이 만나면 뭐가 돼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라는 기획의 변이 눈에 띈다. 책을 펼치면 시의 한 연 한 연이 한 컷 한 컷으로, 차곡차곡 그림이 된다.... ‘어디서든 괜찮은’ 우리들의 이야기 장일호 기자 타고나길 겁쟁이라 한국 밖에서의 삶을 꿈꿔본 적 없다. 물론 한두 달 정도 한국이 아닌 어딘가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야 자주 하지만, 그 ‘망상’ 역시 여행의 범주에 포함해야 옳다. 아예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은 대단한 결심과 어느 정도의 통장 잔고와 뛰어난 어학 실력과 무언가 하나쯤은 뛰어난 재주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처럼 여겨졌다. 실제로야 어떻든 간에 말이다. 학창 시절 그 흔한 워킹홀리데이도 흘깃대본 적 없다. 나는 매일 당장 먹고사는 일을 걱정하는 청년이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 리가. 그래서 나는 ‘탈조선’이 가능... 금빛 건물에 갇혀 희생하고 침묵하고 은유 (작가) 서울 강남역, 정오의 해를 받아 번쩍거리는 고층 빌딩들이 산처럼 우뚝하다. 마천루의 도시라도 온 양 감탄사를 연발하던 딸아이는 급기야 스마트폰을 꺼내 찰칵찰칵. “엄마, 여기가 강남이야?” 내 대답을 듣기도 전, 아이는 가장 기세 좋은 건물을 가리키며 어디냐고 묻는다. 저 일대가 삼성타운이라고 했다. 아이가 흠칫한다. 우리 집은 수년 전부터 삼성 제품을 쓰지 않는다. 그래도 자기는 저런 ‘화려한 건물’에서 일하고 싶다며 나를 힐끗 본다. 입사도 어렵지만 갈 곳이 못 된다고 난 일축했다. 아이가 재차 묻는다. “내가 삼성 안 가면 백 경제학자가 놓친 여자들 안유정 (부키 편집자) 한 독서 모임에서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를 선정해 독서토론을 한다고 해서 몰래 참여한 적이 있다. 전반적으로 좋다는 의견이었지만, 간단한 내용을 너무 풀어썼다거나 같은 어구의 반복이 거슬린다는 말도 나왔다. 나도 처음에는 반복되는 비슷한 문장과 은유적 표현을 보며 군더더기가 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교정을 몇 차례 보는 동안 문장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반복되는 문장은 다 나름의 함의가 있고, 에둘러 말한 부분은 독자에게 더 생각하게 해 집중도를 높인다... 정의당 “누구 보고 갈지 명확해졌다” 이오성 기자 새로운 지지층이 유입됐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기존 진보 정당 지지층과는 결이 다르다. 여성 그리고 청년이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대에서 12.7%를 얻었다. 출구조사 전체에서 심 후보가 얻은 득표율(5.9%)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갤럽이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인 5월7~8일 조사한 결과에서도 20대의 13%가 심 후보를 지지했다.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받는 노쇠한 진보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탈색됐다. 같은 조사에서 여성(8%) 또한 남성(6%)보다 더 높게 심 후보를 지지한 것으 프랑스식 제3의 길 ‘극단적 중도’ 이종태 기자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를 누르고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자신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이른바 중도주의(Centrism). 사회당 올랑드 정부의 내각에서 경제장관까지 지낸 인물로서는 놀라운 발언이다. 미국의 유력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마크롱을 ‘근본주의적 중도주의(Radical Centrism)’, 심지어 ‘극단적 중도(Extreme Center)’라고 부른다. ‘중도’와 ‘극단’만큼 붙여 사용하기에 어울리지 않은 개념도 없을 텐데 말이다. 마크... 프랑스 대선을 강타한 11.5%의 무효표 파리∙이유경 통신원 지난 5월7일, 프랑스 새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승리 연설을 했다. 이날 연설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분열된 나라를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얻은 34%의 민심까지 껴안겠다고 밝혔다. 기존 정치 세력이 아닌 스스로 만든 정당 ‘앙마르슈(전진)’를 기반으로 당선된, 서른아홉 살 젊은 대통령의 새로운 시작이었다.‘기존 정당을 벗어난 정치와 극우 정당의 대결’이라는 구도 외에, 이번 프랑스 대선에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있다. 1969년 이후 최고치에 달하는 2 위기에 몰린 ‘난민 엄마’의 선택은? 김영미 국제문제 편집위원 ‘난민 엄마’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이다. 2015년 9월 독일 남부와 오스트리아 국경에는 시리아 난민 4만여 명이 몰려 독일 영토 내로 진입하려고 아우성이었다. 대다수가 가족 단위인 난민은 기나긴 여행으로 지칠 대로 지친 상황. 일촉즉발, 언제라도 독일 경찰과 충돌이 일어날 기세였다. 이날 경찰과 대치 중이던, 시리아 홈스 출신 아흐메드 사이크 씨(34)는 “나는 아내와 젖먹이를 포함한 세 아이 그리고 노모까지 함께였다. 무려 3개월이나 걸려 독일 국경까지 왔다. 누구든 막으면 죽음도 불사할 생각이었... 용마랜드에서 시간여행하는 법 장일호 기자 목적지를 말하자 서울 중랑구 토박이라는 백발의 택시 기사가 계속 물었다. ‘그런 데’를 혼자 왜 가느냐고 했다. 요새 이상하게 거기로 가자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대답이 없자 혼자 중얼거렸다. “거기 망했는데 이상하네….” 서울 중랑구 망우로70길 103.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은 놀이공원이다. 정확히는 용마랜드라는 놀이공원이었다. 사람들은 용마랜드가 망했다고 했다. 어느 언론에서는 경영난 때문이라고 했고, 또 어디서는 시설 노후화 탓이라고 했다. 우범지대라는 소개도 빼먹지 않았다. 물론 ‘영광의 시절’도 있었다. 1985... 하리수는 되는데 홍석천은 안 된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그거는 거, 안 그러게 해야지.” 자신의 아들이나 조카가 성 소수자라고 커밍아웃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YTN 〈안드로메다〉 대선 주자 인터뷰 팀의 질문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마치 자신의 혈육이라면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조차 자기 마음대로 참견할 수 있다는 식의 답변에 이어, 홍 후보는 하늘의 섭리를 들어 소수자 인권을 부정했다. “나는 그게, 거 생각이 좀 달라요. 그거를 소수자 인권 측면에서 보시는 분도 있지만, 그게 하늘이 정해준 것을….” 그런데 이 완고한 편견에 한 가지 조건이 달린다... 아베의 못된 주문 ‘북풍아 불어라’ 홍상현 (〈게이자이〉 한국특파원) 지난 4월28일 〈산케이신문〉 계열사인 후지 뉴스 네트워크(FNN)는 “일본에도 (사드를) 배치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한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발언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FNN는 안보 이슈와 관련해 사실상 아베 정권의 ‘관보’ 구실을 하는 매체다. 하지만 해리스 사령관의 이 같은 주장이 일본의 차기 지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국민적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자위대가 안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에도 “군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믿는 일본에서, 사드 도입은 안보가 아닌 경제 ... 아내가 사라졌다 핏자국만 남긴 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집이 무너질 것 같아서 집을 나왔다. 벽에 금이 가고 지반이 흔들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당장 머물 곳 없어 막막하던 차에 고맙게도 지인이 거처를 내주었다. 낡고 비좁은 옥탑방. 전 세입자가 아직 가져가지 않은 짐 때문에 한층 더 비좁게 느껴지는 곳이지만, 라나(타라네 알리두스티)와 에마드(샤하브 호세이니)는 노숙을 피할 수 있어서 그저 다행스러울 따름이었다. 둘은 부부이면서 동료 배우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는 틈틈이 짬을 내 지역 극단 연극 무대에 오르는 에마드는, 곧 공연할 작품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입구로 들어가려면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촛불이 대통령을 바꿨다. 박근혜씨의 탄핵 결정이 첫 번째 고비였다면 이제 막 두 번째 고비를 넘었다.잠깐 한숨을 돌린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북한의 핵전략은 정확히 ‘상호 확증 파괴(MAD:Mutual Assured Destruction)’를 따르고 있다. 냉전 시대 강대국의 행동 원리를 이론화했다는 미어샤이머 유의 공격적 현실주의나 셸링의 게임이론은 오히려 북한의 행동, 벼랑 끝 전술을 정확히 묘사해준다. 북한의 행동은 순수하게 안보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당 안에 모든 정치행위를(심지어 경 [단독] 안종범 수첩에 적힌 한화 ‘아들 문제’ 특별취재팀 (주진우·김은지·김연희·신한슬 기자) 지난해 2월17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독대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월15일), 황창규 KT 회장(2월18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2월22일)을 연이어 만났다. 김승연 회장은 당시 만남에 대해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이렇게 증언했다.“2015년 7월25일 대통령과 비공개 독대 면담이 있어 무슨 일로 부르는지도 모르고 갔다. 14분 정도 독대했다. 그런 다음 재단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지원했다. 출연 이후 2016년 2월17일 또 대통령과 비공개 독대 면담을 했다. 서비스 [단독]혼이 빠진 국정 교과서는 이렇게 탄생했다 특별취재팀 (주진우·김은지·김연희·신한슬 기자)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2월 취임 3주년을 기념해 〈사람 나고 법 났지, 법 나고 사람 났나요:정책을 만드는 대통령의 비유〉라는 105쪽짜리 어록집을 펴냈다. ‘배려와 진심이 가득한 대통령의 말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더욱 쉽고 친근하게 다가서길 기대하며’ 펴낸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어록집 60~61쪽은 국정교과서 관련 부분이다. 2015년 10월1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서 박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역사를 모른다고 하면 혼이 빠진 인간이고 또 역사를 잘못 알고 이상하게 왜곡돼서 그게 진리인 줄 알고 돌아 이승우의 쇼타임이 시작됐다 주진우 기자 1983년 멕시코에서 세계청소년축구대회(20세 이하)가 열렸다. 당시 한국 팀 상황은 열악했다. 박종환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 직접 밥을 지었고, 교민들이 준비한 김치로 끼니를 해결했다. 믿을 건 ‘헝그리 정신’뿐이었다. 한 걸음 더 뛰어서 모자란 기술을 커버했다. 고질적인 문전 처리 미숙도 투지로 버텼다. 결국 악조건을 극복하고 한국은 4강에 진출했다. 한국 축구팀의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북한이 1966년 월드컵에서 이룬 8강 신화에 주눅이 든 상태였다.한국 청소년대표팀이 34년 전의 멕시코 신화 재현에 도전한 스승의 날을 우울하게 만드는 제도 조영선 (서울 영등포여고 교사) 2001년 처음 교사로 발령받았다. 꿈에 부푼 첫해 스승의 날, 아이들의 반짝반짝한 눈망울과 스승의 노래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날이었다. 뭘 가지고 오지 말라고 하려니 ‘안~돼요돼요돼요’ 하는 것 같고, 가만히 있자니 ‘부모의 숙제 제출’을 거부하기가 참 어려웠다. 오히려 김영란법이 생기고 나니 서로에게 명확한 기준이 생겨 후련했다. 스승의 날은 형식이 아니라 관계가 만드는 것이기에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아이들은 편지를 쓰든, 하트를 그리든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래서 김영란법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