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커피&카페 전광수커피하우스 명동 본점의 매력 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커피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좋은 커피점을 찾아 일본까지 다녀온 내게 2002년 봄 새로운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경기도 일산에서 머리를 기른 어떤 자가 공방을 열어 커피를 가르치고 커피를 볶아 판매하는데, 미국에서 배워온 내공이 만만찮다는 내용이었다. “공~바아앙~?” 하며 궁금해했으나, 그해 5월 캐나다로 건너오느라 분주했던 까닭에 끝내 그곳을 찾지 못했다.얼마 전 커피점 연재를 위한 취재차 한국을 다시 찾았을 때, 그는 건재할 뿐만 아니라 이름을 ‘공방’에서 ‘아카데미’로 바꾸고 서울 한복판인 명동으로 옮겨와 있었다. 그 사이 ‘좋은 콩’이 주는 ‘좋은 뒷맛’ 성우제 (커피 칼럼니스트) 캐나다에 살면서 한국에 가끔 가면, 한국은 모국이 아니라 거의 천국이다. 한 가지만 해결되면 딱 천국이겠는데 1% 부족한 것이 바로 커피다. 한 잔에 1달러(약 1000원) 남짓 내고 먹다가, 3000∼4000원씩이나 내려면 빈속에 나쁜 커피 마신 것처럼 속이 쓰리다. 한국 커피 값이 이렇게 비싼 것은, 커피와 공간을 함께 소비하는 한국 고유의 문화 때문이다. 커피점의 비싼 자리 값이 높은 커피 값의 주범인 것이다.자리가 필요하지 않는데도 커피 값이 비싸면 나 같은 사람은 참 억울하다. 서울 종로2가에 이런 억울함을 풀어주는 전문점 고소하고 구수한 ‘숯불구이 커피’ 성우제 (커피 칼럼니스트) 숯불구이 갈비는 익숙해도 숯불구이 커피는 처음 듣는 분이 많을 것이다. 한때 커피를 잘 안다고 자부하던 나도 “좋은 가스 불 놔두고 웬 숯불? 치기도 유분수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건 뭘 모르고 한 소리였다.허영만의 만화 〈식객〉 ‘소고기 전쟁’ 편을 보면 성찬이와 봉주가 좋은 숯을 구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좋은 숯불은 ‘재료의 잡맛을 날려버리고 고기 고유의 향을 은은히 살린다’라고 허영만은 설명한다. ‘고기’ 자리에 ‘커피’를 넣어도 딱 맞아떨어진다.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마을 1번 게이트. 마을 안쪽을 바라보 ‘씨앗과 컵’ 이야기까지 팝니다 성우제 (커피 칼럼니스트) 차림표를 달라고 했더니 두꺼운 팸플릿 같은 것을 가져다준다. 24쪽짜리 차림표 표지에 ‘씨앗에서 컵까지’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가비양’에서 마실 수 있는 메뉴와 가격뿐 아니라 커피콩을 수확한 지역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적혀 있다. 세인트헬레나. 나폴레옹의 유배지로 널리 알려진 이 섬에서도 커피가 생산된다. 나폴레옹은 죽어가면서도 커피 한잔을 원했으며 “이곳에서 얻을 것이라고는 커피밖에 없다”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황제의 커피여서 그런지 가격은 커피의 최고봉 블루마운틴(1만5000원)보다 높은 1만8000원이 매겨져 있다.콜롬 천년 고도의 ‘1000단계’ 커피 맛 성우제 (커피 칼럼니스트) 까놓고 말하자면, 경북 경주의 커피점 슈만과클라라 대표 최경남은 내 친구다. 2000년 봄 그는 나를 만나자마자 “친구하자”라며 말을 ‘깠다’. 서울에서 기자로 일하던 나를, 경주에서 커피점을 막 시작한 최경남과 친구의 연을 맺게 해준 것은 커피이다. 커피 마니아 행세를 하던 나는 경주 출장길에 열심히 한다고 소문난 슈만과클라라에 들른 적이 있다. 나는 아마추어였고 그는 프로의 세계에 막 진입한 터였다. 낮에 한번 보았는데, 자정이 넘어 그가 내 숙소에 다시 나타났다. 가게 문을 닫고 오는 길이었다. 선술집에서 동이 틀 때까지 커피 과연 고종이 처음 커피를 마셨을까 성우제 (커피 칼럼니스트)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처음 커피를 마셨다.’ 한국 커피사의 첫 문장은 으레 이렇게 시작한다. 근거도 출처도 없는 사실이 신문 잡지와 책자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어느덧 정설 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 그보다 오래된 ‘기록’이 발견되었다. 박종만 ‘왈츠와닥터만 커피박물관’ 관장이 발굴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커피는 아관파천이 일어나기 13년 전인 1883년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 1882년 고종은 외교사절단 보빙사를 미국에 파견했는데, 그 일행을 안내하고 조선에 함께 돌아온 퍼시벌 로웰이 작성한 문건에 커피를 매개로 ‘공간’을 소비하다 성우제 (커피 칼럼니스트) (주)커피명가 대표 안명규씨에게 연락했더니, 2010년 5월에 문을 연 ‘Camp by 커피명가’로 안내했다. 대구시 삼덕동 커피명가 본점에서 만나겠거니 여겼는데 뜻밖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새로운 커피점은 바깥 풍경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안명규는 ‘씨~익’ 웃기를 잘 하는 사람이다. 그날도 그는 그렇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느낌 좋지요?”느낌이 좋았다. 아니 조금 놀라웠다. 외국에서 산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내 눈에도 주변 분위기는 이국적으로 보였다. 대구 중구 계산동2가 50번지. 〈매일신문〉 사옥 1층에 자리 잡은 캠프바 뭔가 특별한 부암동 ‘클럽에스프레소’ 성우제 (커피 칼럼니스트) 예전부터 그랬다. 일부러 그런 곳에다 자리를 잡지 않았나 의심할 정도로 클럽에스프레소 가는 길은 불편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257-1. 그 커피점을 9년 만에 다시 찾으면서 나는 또다시 툴툴거리고 말았다. 예전에 차를 몰고 갈 때는 주차 때문에 골 아프게 하더니,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도 단번에 닿지 않는다.오랜만에 다시 찾은 부암동은 여전히 고요하다. 그러나 클럽에스프레소는 놀랍게도 손님들로 북적댄다. 수요일 오후 2시. 1층의 40여 좌석은 빈 곳이 거의 없었고, 볶은 콩(원두)을 사려는 손님들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맛있는 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