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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빼곤 다 졸았던 박근혜 결심공판

박근혜 피고인이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박 피고인이 재판에 넘겨진 이후 1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1심 재판부는 18개 공소사실 가운데 16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2018년 04월 16일 월요일 제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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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피고인을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에 처한다.” 4월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근혜 피고인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렸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삼성 정유라 승마 지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와대 문건 유출 등 18개 혐의 가운데 16개가 유죄로 인정됐다(왼쪽 인포그래픽 참조). 지난 2월 최순실씨 1심 선고와 닮은꼴 판결이었다. 형사합의22부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재판도 담당했다.

‘박근혜·최순실 법정중계’라는 이름으로 107회 공판을 지면에 담은 <시사IN> 기자들이 다시 모였다. 여기에 같은 법정을 취재한 다른 언론사 소속 기자도 방담에 참여했다. 솔직한 방담을 위해 닉네임을 사용했다. 닉네임은 ‘박근혜 어록’에서 따왔다.



바쁜벌꿀: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판결이었다.

비선은대박:어떤 선고가 내려질지 거의 답안지가 나와 있었다. 박근혜 피고인의 혐의 18개 중 13개가 최순실씨와 공범 관계였다. 최순실·박근혜 피고인 재판부가 같았다. 같은 재판부가 판결을 내린 만큼 공범 관계인 혐의에 대해서는 동일한 판단이었다.

유죄의기운:최순실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피고인은 25년 정도 선고될 줄 예상했다. 딱 내 예상에서 1년이 깎였더라.

바쁜벌꿀:본인은 충분히 가혹하다고 여길 거다. 항소심과 최종심에서 일부 형량이 줄어들 수 있는데 1심 판결대로라면 2041년에 출소한다. 2041년이면 박 피고인이 아흔 살이다.

비선은대박:판결 직후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박근혜 피고인 나이였다.

자괴감뿜뿜: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을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도 똑같았다. 최순실씨가 설립하고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16억2800만원을 지원한 건 무죄가 났다. 제3자 뇌물수수죄는 ‘부정한 청탁’이 확인돼야 범죄 요건이 성립된다. 예상했지만 여전히 아쉽다.

유죄의기운:김세윤 부장판사가 1시간40분 동안 판결 취지를 쭉 설명했다. 처음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었다. 워낙 조리 있게 말해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왔는데 삼성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좀 알아듣기 어렵더라.

자괴감뿜뿜:그 부분은 판결 이유에 자세히 기재했다면서 간략하게 넘어갔다. 이해는 간다. 검찰 공소장에서도 삼성 승계 작업 부분이 제일 복잡하고 분량도 많다.

ⓒ그림 우연식
2017년 5월23일 공판 당시 박근혜·최순실 피고인(왼쪽에서 두 번째, 네 번째)은 사진 취재와 방송 촬영 때문인지 긴장한 듯 보였다(위).
바쁜벌꿀
:박근혜 피고인은 선고 때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자괴감뿜뿜:그것도 예상했다.

바쁜벌꿀:법정에서 지켜본 피고인 박근혜는 어떤 사람처럼 보였나?

유죄의기운:지난해 5월23일 첫 공판이었다. 그날 박근혜 피고인을 보고 놀랐다. 구속 중이니 부스스한 상태로 나왔는데, 그때만 해도 뭐랄까 위엄 같은 게 엿보였다. 고고한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고 해야 하나.

자괴감뿜뿜: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비하하는 의미로 그녀를 ‘공주’라고 부르는데, 첫 재판 때 풍기는 분위기를 보고 이 사람은 실제로 한평생 왕족 마인드로 살았구나 싶었다.

비선은대박:나는 5월25일 두 번째 재판부터 들어갔는데 그때는 이미 총기를 잃은 상태였다(웃음).

유죄의기운
:첫 공판 때 사진 취재와 방송 촬영을 허가해서 긴장을 유지한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보여지는 이미지에 최적화된 인물 아닌가.

자괴감뿜뿜:맞다. 첫 공판 이후 빠르게 무너졌다.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자기 재판이 아닌 것처럼 앉아 있곤 했다. 졸 때도 있었고.

ⓒ시사IN 신선영
4월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비선은대박
:평소와 달리 감정을 드러낸 적이 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인데 졸지도 않고 매섭게 쳐다봤다. 유진룡 전 장관이 2014년에 “나쁜 사람”이라면서 문체부 공무원 경질을 지시했다고 폭로하지 않았나. 그런 악연 때문인지 유영하 변호사가 증인 신문하는 태도도 신경질적이었다.

자괴감뿜뿜
:그 재판 때 유영하 변호사가 “지금 반말하는 겁니까” 하고 유진룡 전 장관한테 소리를 빽 질렀다. 그 순간 박근혜 피고인이 빵 터졌다. 크게 웃었다. 방청석에 있던 박사모도 같이 웃었다. 그 대목을 통쾌하게 여긴 것 같다.

유죄의기운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도 한번 그랬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VIP(대통령)가 말 사주라고 한 것인데 세상에 알려지면 탄핵감’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때 박근혜 피고인이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 한동안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너무 뜬금없는 타이밍에 터진 웃음이라 방청석에 있던 박사모까지 순간 얼음이 됐다. 이해가 안 됐다.

유죄의기운:최순실씨는 정반대였다. 최씨는 증인에게 자주 질문하고 적극적으로 임했다. 반면 박근혜 피고인은 첫 공판에서 판사가 직업을 묻자 “무직입니다”라고 답한 이후 한동안 법정에서 입을 열지 않았다.

비선은대박:최씨가 이례적이었다. 최후진술을 제외하면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법리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나올 수 있으니까.

바쁜벌꿀:최순실씨도 박근혜 피고인만큼 말을 못하긴 한다. 그런데 사람을 코너로 몰아붙이는 재주가 있더라. 최순실 피고인이 증인한테 자주 한 질문이 “저 만난 적 있어요?”였다. ‘나랑 모르는 사이면서 왜 다 아는 것처럼 나한테 불리한 얘기를 하냐’ 이런 뜻이었다.

유죄의기운:박근혜·최순실 피고인이 나란히 앉아 있으니 최씨가 왜 비선 실세인지 알겠더라. 최씨는 주도적이고 박근혜 피고인은 수동적이고.

자괴감뿜뿜:검찰 수사로 드러난 세월호 7시간 의혹도 딱 그렇지 않나. 4월16일 오후 2시15분에 최씨가 청와대 관저에 와서 회의를 한 후에야 대통령이란 사람이 움직였다.

유죄의기운:정호성 전 비서관이 증인으로 나와서 그런 말을 했다. “대통령께서는 가족도 없고 24시간 국정에만 올인하신 분”이라고. 그때 유영하 변호사도 울고, 박사모도 울고 법정 분위기가 숙연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20분까지 침실에서 안 나왔다니 그마저도 거짓말이었다.

비선은대박:박 피고인이 유영하 변호사한테 “내가 임기를 못 마치고 나올 줄 알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나 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2014년 4월16일은 수요일이었다. 휴일에 일하고 평일에 쉬었다는 건가.

바쁜벌꿀:박 피고인은 지난해 10월 구속영장이 추가 발부된 이후 계속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사선 변호인도 사퇴해 중간에 국선 변호인이 맡았다. 그 이전에도 재판을 받는 피고인 측 태도가 썩 바람직하지는 않았다.

비선은대박:사실 박 피고인이 재판을 보이콧하고 ‘아무말 대잔치’였던 사선 변호인이 사퇴한 뒤 재판 진행이 원활해졌다. 나만 그렇게 느꼈나(웃음).

자괴감뿜뿜:나도 공감. 박근혜 피고인 사선 변호인단은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했다. 다른 국정 농단 재판에 출석했던 증인을 꼭 이 법정에 다시 불러 신문해야 한다고 했다. 그 바람에 한때 증인 목록이 300여 명까지 불어났다. 박 피고인 보이콧 이후 증인 신청을 여럿 철회했는데도 최종적으로 증인신문이 138차례(중복 증인 출석 포함)나 이뤄졌다.

유죄의기운:
유영하 변호사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진술조서, 공판조서를 모두 부동의한다고 할 때마다 재판부 탄식이 들리는 것 같았다(웃음).

비선은대박:변론도 법리 다툼보다는 대중에게 호소하는 식이었다.

바쁜벌꿀
:박근혜 피고인 국정 스타일과 비슷하다. 정해진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비선 실세에게 의지해 국정 운영을 하다가 이 사태에 이르게 된 것 아닌가.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소추 심판에도 사실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자괴감뿜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돼서 사선 변호인이 총사퇴할 때는 정말 심했다. 유영하 변호사가 울면서 변론했는데 자극적인 단어만 골라 썼다. “저희 변호인들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울음을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면서 더럽고 살기 가득한 이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라고 말했다.

유죄의기운:
그날 박사모도 소란을 피웠다. 재판 끝나고 법정을 나오면서 유영하 변호사 말을 들으려고 기자들이 따라붙었다. 박사모 회원들이 “기자들 죽여버리겠다”라면서 미친 듯이 따라왔다. 유영하 변호사는 기자들 피하려고 뛰고, 기자들은 박사모 무서워서 뛰고.

자괴감뿜뿜:지난해 박근혜 피고인이 검찰 출석하던 날, 삼성동 사저 앞에 있었는데 취재고 뭐고 잘못하다가는 압사당하겠다 싶을 정도로 박사모 회원들이 많았다. 이번에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는 기자들밖에 없었다.

바쁜벌꿀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떡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구속 축하 기념으로.

비선은대박
:박근혜 피고인이 탄핵 이후 사저에 돌아왔을 땐 한동안 그 골목이 붐볐다. 취재진도 많고 지지자도 많아서. 그 앞에 있던 칼국숫집, 중국집, 치킨집은 때 아닌 특수였다. 기자들끼리 박근혜 피고인 탄핵으로 드디어 창조경제가 꽃피었다고 했다.

유죄의기운:
정호성 전 비서관 재판 때 화장실에서 그의 누나와 우연히 마주쳤다. 법정에서 정호성 전 비서관이 다 자기 잘못이라고 하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누나가 “오래 모셔왔던 분이니까 당연하죠”라고 하더라.

비선은대박
:그런데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했고, 검찰 조사 때 다 털어놓았다. 그래서 기자들끼리, 울면서 검찰에 다 분다고 했었다(웃음).

자괴감뿜뿜:이재만 전 총무비서관도 최근 전 국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잔고까지 챙겼다”라고 진술했다. 박근혜 피고인은 “이전 정부부터 관행으로 알았고 구체적 액수나 사용 내역을 보고 받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문고리 3인방도 각자도생의 길을 걸은 셈이다.

바쁜벌꿀
:1년 남짓 취재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공판 장면이 있나?

비선은대박:지난 2월27일 결심공판. 검찰 논고문이 인상적이었다. 역사에 남을 재판이라서 그런지 공들인 티가 났다. 따로 리허설도 했다고 한다. 검찰 측 의견 진술이 30분 만에 끝났는데, 그 이상 가면 집중력이 흐려질까 봐 시간을 맞췄다고 하더라.

유죄의기운
:나도 그날 공판이 기억에 남는다. 좀 다른 이유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상한 재판이었다(웃음). 김세윤 재판장 빼고는 다 졸았다. 웃음을 참으려 고개를 돌렸는데 옆에 있던 박사모도 졸고 있었다. 정작 피고인은 결심공판에 나오지도 않고. 뭔가 박근혜 재판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장면 같았다.

자괴감뿜뿜
:나는 아직도 이것이 무슨 사건인지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박근혜 정권이 권위적이고 무능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이 정도까지 국민을 속일 수 있을까, 국가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바쁜벌꿀
:박근혜 피고인은 끝까지 어떤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자괴감뿜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서 박 피고인이 직접 의견서를 읽었다. 법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길게 얘기했다. 그 이후에는 재판을 보이콧하며 출석하지 않았으니까. 그때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라고 했다. 그전에도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지난해 3월12일 청와대에서 나와 사저에 들어갈 때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쪽지를 대신 읽었다. 그사이 생각의 변화가 전혀 없는 거다.

바쁜벌꿀
:자꾸 무슨 진실이 밝혀질 거라고 하는 걸까.

자괴감뿜뿜:‘국정 농단 말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리가 더 있다’는 뜻 아닐까(웃음).

유죄의기운
:맞는 말이긴 하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유용과 공천 개입 사건 1심 재판이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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