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살인〉은 ‘독박 간병’이라는 상황을 끔찍한 결말로 끝낸 가족들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 소속 세 기자가 2010~2014년 가해자가 피해자의 간병인이었던 사건을 취재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나온 팩트를 정리하고 출소한 가해자를 찾아 직접 고백을 이끌어냈다. 동네에 소문난 효자·효녀, 극진한 남편·아내에서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된 사람들은 범행 직전 벼랑 끝에 서 있었다. 10년에 이르는 긴 간병 기간, (마지막엔 칼에 찔리고 목이 졸렸지만) 욕창 하나 없이 잘 돌봐진 피해자 몸, 지독한 불면,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는 범행 직전 자포자기 심정, 이 모든 것이 똑같았다. 놀랍도록 닮은 사건을 보며 취재팀은 ‘사회가 미리 막아줄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예전 한국의 ‘싱글 간병’ 사례와 간병 복지 시스템의 현주소를 취재한 기자로서 이 책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비교적 잘 갖춰진 간병 가족 지원제도 아래에서도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이럴진대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떨까?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데 이를 뒷받침해주는 안전망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니, 어쩌면 훨씬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읽는 내내 섬뜩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
기소 당한 절규 “장애인을 해방하라”
기소 당한 절규 “장애인을 해방하라”
심보선 (시인·경희사이버대학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어떤 나라의 거리에서는 장애인들과 자주 마주친다. 이때 일종의 착각이 일어난다. “이곳은 한국보다 장애인들이 많은가?” 한국에서 장애인을 자주 마주치지 못하다...
-
장애인 인권 위한 그녀의 소걸음
장애인 인권 위한 그녀의 소걸음
전혜원 기자
곽정숙 기념사업회는 ‘곽정숙 인권상’ 첫 수상자로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36)를 선정했다. 곽정숙 기념사업회는 “김 변호사가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 법률 지원 등으로 장애인 ...
-
“나는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다”
“나는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다”
장일호 기자
시멘트 범벅 된 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른 아침 갈아입을 작업복과 안전화가 담긴 큰 가방을 둘러메고 나갔던 아버지가 병원 응급실로 퇴근했다. 갓 스무 살을 넘긴 유일한 보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