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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문재인 불신의 국정원

이번 조사에서 신뢰도가 낮은 국가기관은 국가정보원·국회·검찰이었다. 그중에서도 국정원이 두드러졌다. 지난해에 비해 유일하게 신뢰도가 떨어진 기관이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2017년 10월 10일 화요일 제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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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과 군 요원이 조직적으로 온라인 댓글을 달아 여론을 왜곡했다. 정권을 비판한 문화·예술·언론인은 일자리를 잃었다. 급조된 자칭 보수 단체는 전경련의 돈을 받아 시위를 했다. 이 모든 기획과 집행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졌다. 그러려니 짐작했던 의혹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이 정권 교체 이후 정부 기관 스스로의 발표로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각 부처에서 이뤄지는 ‘적폐 청산’ 작업의 일환이다.

매년 실시하는 <시사IN> 신뢰도 조사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뚜렷이 반영되었다. 이번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도는 6.67점(10점 만점)이었다. <시사IN>이 2009년부터 시작한 현직 대통령 신뢰도(2011년과 2012년은 조사하지 않음) 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0~4점까지 ‘불신 구간’, 5점 보통, 6~10점까지는 ‘신뢰 구간’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취임 첫해인 2013년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 점수(6.59점)를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 떨어졌다. 2014년 5.27점, 2015년 5.39점, 2016년 3.91점이었다. 지난해 신뢰도 점수는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기 전인데도 급락했다. 불통 논란과 직전 총선에서 당내 갈등 등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불신 구간인 4점대에 머물렀다(2009년 4.31점, 2010년 4.97점). 이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겪었다. 이후 사정 정국을 조성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불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당시 친(親)박근혜계와의 갈등 등 임기 내내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점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신뢰한다’에 속하는 대답(6~10점)이 64.1%였다. 보통(5점) 18.7%, 불신(0~4점) 15.7%였다. 신뢰가 불신의 4배를 넘었다. 연령으로는 40대 이하(19~29세 7.08점, 30대 7.67점, 40대 7.26점), 지역으로는 광주·전남·전북(8.04점), 지지 정당으로는 더불어민주당(8.15점)과 정의당(7.82점), 직업으로는 화이트칼라(7.36점)와 블루칼라(7.0점), 정치 성향으로는 진보(8.07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대로 60세 이상(5.55점), 대구·경북(5.45점), 무직·기타(5.81점), 보수(5.21점)에서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지지율 조사와 궤를 같이하는 경향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17일 취임 100일에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78%를 기록했다. 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 지지율로 비교하면, 김영삼 전 대통령 다음으로 높다. 긍정 평가의 이유로는 서민 위한 노력과 복지 확대, 소통, 적폐 청산 등이 꼽혔다.

문 대통령의 높은 신뢰도 또한 취임 첫해의 기대감에 더해 소통과 적폐 청산 작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취임 100일 동안 문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 위로, 이전 정부와 달랐던 기자회견 모습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및 각 부처 장관 등에게도 대면 보고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해 더욱 대비되었다. 여기에다 각종 정부 부처가 TF를 꾸려 개혁 및 적폐 청산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적폐 청산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길 바라는 여론이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집권 세력에 ‘신뢰’라는 정치 자원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시사IN> 조사에서 역대 가장 높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이는 국가기관의 신뢰도 상승과도 연결된다. 국정원을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의 신뢰도가 지난해에 비해 올랐다(위 표 참조). 청와대(5.86점), 국회(3.73점), 대법원(4.8점), 검찰(3.88점), 경찰(4.55점), 국세청(4.63점), 감사원(4.45점)이다. 여전히 ‘불신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기관이 대부분이지만, 이전보다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눈에 띈다. 특히 문재인 청와대의 신뢰도는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 2.24점이나 올랐다.

ⓒ연합뉴스
5월18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민주화운동 유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유일하게 떨어진 국정원의 신뢰도(3.16점)는 역설적이게도 최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활발한 활동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국가기관 중 가장 먼저 적폐 청산을 위한 자체 기구를 꾸렸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국정원은 간첩 조작 사건, 댓글 사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신임 서훈 국정원장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꾸렸다.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 청산 TF가 조사 사건 15개를 선정했다. 댓글 사건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여, 국정원 내 우병우 라인의 청와대 비선 보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정보 유출, 해킹 프로그램인 RCS로 민간인 사찰 등 각종 의혹이 조사 리스트에 올랐다. 국정원 감찰실에서 조사한 내용을 매주 개혁발전위원회에 보고하고 언론에 발표하고 있다. 그런 다음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방식으로 과거 국정원의 ‘흑역사’가 다시금 확인되는 중이다. 또한 검찰이 자체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국정원 지난 ‘흑역사’ 밝혀지면서 신뢰도 하락

이렇게 검찰 수사의 초점이 국정원 전·현직 직원에게 모이면서 국정원 전 간부들이 줄지어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원세훈 전 원장은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고,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비롯해 심리전단 직원 일부도 구속되었다.

국정원만큼이나 개혁 요구를 받는 검찰 또한 ‘불신한다’는 대답을 50% 이상 받았다. 이번 조사 대상인 8개 국가기관 중 신뢰도 점수 3점대를 기록한 곳은 국회·검찰·국정원이었다. 세 기관을 그만큼 ‘불신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국정원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7.8%가, 국회에 대해서는 53.2%, 검찰에 대해서는 51.5%가 불신한다고 답했다. 특히 국정원과 검찰에 대해서는 적폐 청산·조직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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