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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스토리다 이유가 있어야 한다”

실내 건축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내 건축 시장 또한 급성장하는 추세이다. 단순히 외국 스타일을 추종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나만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지 김종호 대표에게 들어보았다.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2017년 02월 17일 금요일 제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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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점점 사람들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야다. 집을 사거나 전세를 구할 때 쓰는 돈 다음으로 큰돈을 지불하는 추세다.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자동차 구입비용 수준을 인테리어에 쓴다고 한다. 인테리어보다 더 정확한 용어는 ‘실내 건축’이다. 실내 건축은 단순히 치장이 아니라 공간 디자인이다. 예전에는 건물의 가치가 규모와 외형에서 결정되었지만 요즘은 실내 건축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코엑스몰, 파르나스몰, 파미에스테이션,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몰은 실내 건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다.

도시인은 실내생활자이다. 집에서 쉴 때, 직장에서 일할 때, 심지어 여가를 즐길 때도 이제 실내를 선호한다. 그들은 더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실내를 원한다. 실외 건축이 규모와 높이의 전쟁이라면 실내 건축은 디자인과 깊이의 전쟁이다. 김종호 디자인스튜디오 대표(한국실내건축가협회 명예회장)는 실내 건축 분야에서 돋보이는 존재다. GT타워, 63빌딩, 파크하얏트 등 각종 호텔의 실내 건축을 도맡았다. 호찌민 인터콘티넨탈호텔, 마카오 디지털리조트 ‘LUNAR’ 등 대형 해외 프로젝트도 여러 번 진행했다.

ⓒ시사IN 조남진
김종호 디자인스튜디오 대표(위)는 디자인의 핵심을 ‘논리’라고 했다.
실내 건축은 생활 디자인 영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한국이 산업을 고도화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지목된다. 서울시의 ‘I Seoul You’ 논쟁이나 국가 브랜드 ‘Creative Korea’의 표절 논란에서 우리의 열악한 디자인 역량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탈리아 스타일이니 북유럽 스타일이니 외국 스타일에 기대지 않고 한국이 디자인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지 김 대표에게 들어보았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실내 건축’이라는 말보다 ‘인테리어’가 익숙한 것 같다.


실내 건축은 단순히 인테리어가 아니다. 건축물 중에서 사람이 실제 접하는 공간을 다루는 분야다. 사람이 건축물의 외형을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조감도를 실제로 보는 경우도 드물다. 사람들이 실제로 겪는 것은 실내 건축이다. 좋다 나쁘다 평을 하는 공간도 바로 이곳이다.

ⓒ디자인스튜디오 제공
ⓒ디자인스튜디오 제공
김종호 대표가 설계한 강남 GT타워 외관(맨 위)과 내부(위). 곡선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건축과 실내 건축은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차이가 있을 듯한데.


실내 건축의 영역이 매우 커졌다. 어떻게 보면 건축 이상으로 커졌다고도 할 수 있다.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의 경계가 허물어졌듯 건축과 실내 건축의 경계도 사라졌다. 사람들이 인테리어를 표면을 치장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실내 건축은 내부 공간을 다루고 구획을 나누며 위치를 잡는 일이다. 단순한 치장과는 다르다. 실내 건축가는 데코레이터가 아니라 공간 디자이너다. 그래서 순수예술 전공자도 실내 건축에 뛰어들고 있다. 그리고 건축을 배운 사람에게 좀 더 용이한 부분이 있다. 바꿔 말하면, 건축을 모르고 실내 건축을 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건축과(혹은 건축공학과)가 공대에 있지만 미국은 미대에 있다. 건축을 미학적 디자인 작업으로 본 것이다. 공학은 구조 전문가의 몫이다. 설계자는 ‘젓가락 위에 집을 짓지는 못한다’ 정도만 알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토목공학과 건축공학이 나뉘어 있는데 구조는 원래 하나다. 토목공학이 모든 것을 포괄한다.

실내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공간 안의 공간을 설계하는 일이다. 그 설계는 분명한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 왜 그곳을 그렇게 꾸몄는지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의미가 먼저이고 디자인은 그다음이다. 예쁘고 멋있게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기능만 추구해서도 안 된다.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실내 건축은 사무실이든 집이든 늘 생활해야 하는 일상적인 공간을 다룬다. 그래서 실내 건축을 설계할 땐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공간’을 구현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궁리한다.

ⓒ디자인스튜디오 제공
욕조의 곡면을 잘 살린 새턴바스 전시장 전경.
사람들은 실내 건축에서 화려하고 예술적인 디자인을 원하는 것 같다.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작업은 응용미술이다. 의뢰인이 존재해야 우리도 존재한다. 디자이너는 현실 개념이 있어야 한다. 내가 쓸 공간이 아니라 그(의뢰인)가 쓸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디자인으로 ‘나만의 세계’를 구현하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후배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있다. 예술가인 척하지 말라는 것이다. 디자인은 작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작품이 아니라 프로젝트다. 디자인은 의뢰인이 쓸 때 완성되는 것이다. 순수예술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의뢰인의 취향을 대신 표현해주는 사람이다. ‘디자이너의 도덕성’이라는 것이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의뢰인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뢰인)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고 잘 설명하지 못하지 않나?


일반인도 전문지식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구현하지 못할 뿐이다. 이때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유럽의 호텔에서 본 걸 우리 주택에서 구현하려고 한다면 부분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깨진다. 이때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서 절제하고 수렴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의뢰인이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해내야 한다. 그래서 소통을 많이 한다. 그것은 설득이라기보다 이해의 과정이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디자인의 새로운 정의라 할 수 있다.

ⓒ디자인스튜디오 제공
김종호 대표가 설계한 호텔의 로비. 타일의 반복성을 응용.
어떻게 소통하는가?


우리는 사옥 디자인을 많이 하는데 디자인에 앞서 해당 기업에 관한 책을 본다.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을 파악한다. 멋지고 예쁘게 만드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 대신 사전 스터디를 많이 한다. 개인 의뢰인도 설계 전에 열 번은 만난다. 사전 조사와 설계가 7대3 정도로, 사전 조사를 더 많이 한다. 철저한 분석 없이 시작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 의뢰인과의 신뢰도 깨진다. 우리가 유일하게 구현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빨리 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래서 최종 디자인은 어떻게 결정하나?

의뢰인은 자기만의 맞춤한 답을 원한다. 이때 그가 원하는 바를 권해줄 수 있는 능력이 디자이너에게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삶을 위한 공간을 원한다. 자기만의 공간 언어를 갖고 싶어 한다. 그것을 구현해줘야 한다. 하지만 여러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해서는 안 된다. 디자인은 단순하고 메시지가 명확해야 한다. 실내 디자인은 판단의 연속이다. 더 좋은 것을 고르는 선택이 아니라 포기할 것을 고르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과 외국 디자이너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디자이너는 과제 수행을 잘한다. 빨리 정확히 한다. 하지만 백지를 주면 거기서부터 그리는 것을 잘 못한다. 형체를 잡아주면 잘하는데 구상을 잘 못한다. 자기 스토리부터 만들 줄 알고 거기서부터 시나리오를 써나가야 한다. 디자인 시안이 나오면 왜 그런 디자인이 나왔는지 시나리오를 써보라고 한다. 신입사원은 아이디어가 많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가 좋은지 나쁜지 잘 판단을 못한다. 이를 구분해주고 이끌어주는 것이 상사의 구실이다. 어설프게 유행을 따르는 것도 지양해야 할 자세다. 매년 밀라노와 파리 등에서 리빙페어가 열린다. 이를 한국에서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데 실제 유럽에서는 전혀 유행하지 않는다.

ⓒ디자인스튜디오 제공
김종호 대표가 설계한 호텔의 로비.돌을 원석 그대로 활용해 질감을 살렸다.
사람들이 디자인에 대해 평가할 때 절대적인 기준은 없는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린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뉜다. 얼마나 생명력을 불어넣었느냐가 관건이다. 모든 사람이 나쁘다고 하는 것은 공간의 목적을 잘못 분석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공간의 완성은 사람이 들어갔을 때 나타난다.

일반인이 실내 건축을 강렬하게 접하는 계기는 대형 몰(mall)이 아닌가 싶다. 최근 실내 건축에서도 중요성이 커지는 것 같다.


우리가 몰링(malling·쇼핑몰에서 시간 보내기) 개념을 갖게 된 지가 오래되지 않았다. 몰은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공간이라는 게 핵심이다. 다른 건물과의 차이는 수직적 공간을 수평적으로 펼쳤다는 것이다. 그 장소에 갔을 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몰링은 쇼핑·휴식·식사 등을 다 하는 공간을 체험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단점도 많다. 냉난방에 에너지 소모가 많다.

지금까지 한 프로젝트를 보면 곡선을 많이 그리고 과감하게 사용하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곡선을 다루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부자재도 직선이 많다. 곡선은 중력을 파괴하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 몽환적이기도 하다. 곡선을 쓸 때는 과감하게 쓰고 3차원적으로 쓴다. 이때 주의할 것은 너무 많은 것을 표현하려 하면 밸런스가 깨진다는 점이다. 색과 자재는 단순하게 쓴다.

요즘 관심 있는 분야는?

미술사 책을 다시 읽는다. 건축사도 다시 보고 있다. 현재에 왜 이런 형태가 나왔는지 알기 위해서는 역사적 맥락을 알아야 한다. 한국 디자이너들은 세련되고 멋있는 형식은 잘 만들어내지만 그것에 대한 설명은 세련되고 멋있게 하지 못한다. 깊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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