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2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이영선 행정관은 대포폰(차명 휴대전화) 사용을 시인했다. 2014년 폴더폰 화면을 닦아 최순실씨에게 건네주는 장면이 CCTV에 찍힌 터라 대포폰 사용을 부인할 수 없었다. 현행법상 대포폰 사용은 불법이다. 이 행정관은 보안 때문에 대포폰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국가원수는 도·감청 위험을 안고 있다. 개인적으로 판단해 보안 관련해 사용해야 된다고 생각해 마련했다.”

정작 이 행정관은 해당 대포폰으로 청와대 보안을 무너뜨리는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13년 정호성 비서관에게 ‘최 선생님 들어가십니다’와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최씨의 청와대 출입에 대한 헌재 재판관들의 질문에 대통령경호법상 비밀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결국 이 행정관이 말하는 ‘보안’의 핵심은 최순실씨 보호였던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와 가까웠던 이들이 챙긴 ‘보안’의 흔적이 대포폰에 고스란히 남았다.
 

ⓒTV조선 화면 갈무리2014년 최순실씨 작업실에서 이영선 행정관이 대포폰을 옷으로 닦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최순실씨는 자신과 가까웠던 인사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을 때 대포폰을 자주 사용했다. 지난해 12월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차은택씨는 “최순실과 통화할 때 대포폰 한 대를 썼다”라고 밝혔다. 1월13일 최순실씨 등에 대한 재판에서 공개된 진술 조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순실씨 개인 비서 안 아무개씨는 검찰 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최순실 소유 (주)얀슨에서 근무하던 직원 명의로 폰 10대 이상을 개통했다. 이를 최순실에게 전달했고, 어디다 이용하는지는 모른다. 정유라 이름으로도 대포폰을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포폰 사용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청문회에서 노승일씨는 “독일에서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과 대포폰으로 전화하는 걸 한 차례 목격했다”라고 말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11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장시호가 사용한 대포폰 6대 중 하나를 박 대통령에게 줬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지급하는 전화기 외에 다른 전화기는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이영선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한 1월12일 헌재 탄핵심판에서도 박 대통령의 대포폰 사용 의혹이 불거졌다. 이 행정관이 지난해 검찰 압수수색 당시 대포폰을 검찰에 넘기는 과정에서 특정 번호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국회 소추위원들이 “박 대통령 번호가 아니냐”라고 묻자, 그는 한동안 말을 않다가, “그 전화기에 그 번호(대통령 번호)는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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