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월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지진 규모 5.0, 위력은 10kt(킬로톤) 정도로 추정된 이번 핵실험은 역대 최대급이다. 북한 핵실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핵우산을 포함한 더 강력하고 실질적인 확장 억제 능력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강공 모드다. 그렇다면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무엇을 노리는가? 중국에서 북한 핵을 연구해 사회주의권 핵기술 개발 경로에 정통한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인터뷰했다.



ⓒ시사IN 신선영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공학박사. 중국 베이징 사범대학 교육학박사. 베이징 대학, 중국과학원, 스탠퍼드 대학 방문연구원. 중국 옌볜과학기술대학 부총장. 통일부 자문위원.
4차 핵실험을 하고 불과 8개월 만에 5차 실험을 했다. 실험 주기가 이렇게 짧아진 이유는?

실험 여건이 좋아졌다. 전에는 플루토늄 양이 충분치 않았다. 약 30~50㎏(핵탄두 5~7개 분량)이라 연속 실험이 무리였다. 그런데 원심분리기에서 고농축우라늄을 대량으로 얻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 할 수 있다. 대량생산해서 실전 배치도 가능하다(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은 원료와 제조 방식 등에서 차이가 난다. 고농축우라늄은 천연 우라늄을 원심분리기 등을 이용해 핵분열 물질인 U-235의 비율이 90% 이상 되도록 농축한 것이다. 플루토늄은 사용 후 핵연료 내부에 생성된 물질을 재처리해서 만든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얼마나 갖고 있다고 보나?

학자들마다 추정치가 다르다. 중국 전문가에 따르면 1년에 약 100㎏ 생산한다. 2010년 미국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에게 보여준 원심분리기 2000개에서 40㎏, 여기에 같은 시설을 하나 더 증설했다고 하니 더해서 80㎏, 파일럿 공장 또는 다른 데 숨겨놓은 것까지 합쳐서 100㎏으로 보는 것 같다. 우라늄의 임계질량(연쇄반응 과정에서 스스로 폭발할 수 있는 최소의 양) 20~25㎏을 기준으로 하면 매년 4~5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지난 9월9일 북한 핵무기연구소가 ‘새로 연구 제작한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이라고 발표했다. 6월 무수단 미사일 발사, 7월 노동 미사일 3발 발사 등과 연결해보면 결국 무수단과 노동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기 위한 실험인가?

북한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여 해석하면 그렇다. 지금까지 연속 다섯 번 실험했는데 1차 실험은 핵폭발, 2차는 위력 개선, 3차는 소형화와 경량화, 4차는 수소폭탄 실험이다. 즉 4차까지는 요소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이고 5차 실험은 미사일 탄두에 장착해 실전 배치를 하기 위한 종합성능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4차 실험과 5차 실험은 연속성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4차에 증폭핵분열탄 실험으로 위력 증가를 시도했다가 이번에는 위력 증가는 잠시 보류하고 실전 배치를 위한 실험을 한 것인지, 증폭형을 시도했는데 또 실패했는지 불분명하다. 김정은 위원장도 시찰을 안 하고 발표도 핵무기연구소 차원에서 어정쩡하게 한 것을 보면 북한이 뭔가 꿀리는 게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북한의 발표대로 성공했다고 보면 현재 상태에서 핵탄두 장착은 실제로 가능한가?

3월9일자 〈노동신문〉에 공개된 축구공 모양의 내폭형 기폭장치를 사용하면 가능하다(44쪽 사진). 보통 내폭형은 플루토늄탄을 터뜨릴 때 사용하는데 우라늄을 넣으면 폭발력이 더 좋아진다. 중국이 1964년 처음 핵실험을 할 때 내폭형 기폭장치 안에 우라늄을 넣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실험을 내폭형 기폭장치를 사용한 고농축우라늄탄 실험이라고 할 수 있나?

그렇다. 북한이 발표한 내용 중에 ‘각종 핵탄두를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한 말이 곧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플루토늄은 북한 원자로에서 생산할 수 있는 양이 1년에 5㎏밖에 안 된다. 또 핵물질 ‘이용곁수’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곧 이용률을 뜻한다. 우라늄탄에 내폭형 기폭장치를 써서 핵물질 이용률을 높였다는 뜻이다.

이전에도 같은 실험을 한 적이 있나?

첫 번째와 두 번째 실험은 플루토늄탄이었으니 내폭형을 썼을 것이고, 세 번째 내지 네 번째는 우라늄탄으로 전환했을 텐데 우라늄탄에 보통 쓰는 포신형 기폭장치 대신 내폭형을 언제부터 썼는지 확실하지 않다(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우라늄탄이다. 포신 내부에 고농축우라늄을 이격시킨 뒤 결합해서 핵폭발을 유도하는 포신형 방식이다. 8월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플루토늄탄으로, 내폭형 방식이다. 핵 물질 주변에 고폭 장약을 설치해 일시에 핵 물질을 압축함으로써 핵폭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평양 조선중앙통신북한은 3월9일 〈노동신문〉을 통해 내폭형 기폭장치를 공개했다.
핵탄두 소형화는 어디까지 왔나?

핵폭발이 일어나도록 하는 일종의 기폭장치를 북한이 3월에 공개했는데 직경이 60~70㎝로 보였다. 이 정도면 탄두 중량이 1t 이하로 충분히 내려온다. 무수단과 노동 미사일에는 탑재할 수 있다. 스커드 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얼마 전 발사 성공한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북극성도 탄두 모양이 둥그렇다. 같은 기폭장치를 썼을 것이다.

5차 핵실험이 결국 무수단과 노동 미사일에 핵탄두를 얹기 시작한 전환점이 되는 건가?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미 플루토늄 핵을 가지고 실전 배치를 했는지, 그동안 몇 기를 생산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번에는 고농축우라늄을 기반으로 표준화해서 대량생산한다는 의미가 있다. 100㎏ 기준으로 매년 4~5개인데 북한이 도대체 몇 기까지 실전 배치하려 하는지 관계 부처에서도 굉장히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산업 유지 능력, 그리고 엄폐 방어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무작정 늘릴 수는 없을 것이다.

4차 북핵 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지하 700m 깊이까지 내려가 실험을 한 것은 폭발 위력을 의식해서인가? 증폭 분열탄 실험을 했으나 1차로 핵분열탄만 터졌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

1월 4차 실험에 대해 나는 그렇게 해석했다. 5차 실험도 그럴 가능성은 있다. 증폭이 되려면 먼저 원폭이 확실하게 터진 다음 핵융합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원폭만 터지고 핵융합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핵융합 기술이 어렵기 때문이다(히로시마형 원폭은 우라늄을 60㎏이나 썼으나 핵분열이 1~2%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핵분열탄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 핵융합물질인 중수소(D)와 삼중수소(T) 혼합기체(습식)나 중수소와 리튬6(Li6) 혼합물인 중수소화리튬6(Li6D. 건식)을 소량 섞어서 같이 터뜨리는 것을 증폭 분열탄이라 한다. 먼저 고폭탄을 이용해 1차로 핵분열탄을 터뜨리고 여기서 발생한 고온고압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발생한 중성자가 여분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에 작용해 다시 다단계의 핵분열을 일으키는 원리이다. 핵융합 물질을 많이 넣으면 수소폭탄이 된다).

1월 4차 핵실험에 대해 일부에서는 증폭핵분열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기도 한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해 핵융합까지 됐으나 의도적으로 증폭률(보통 2~5배)을 조절해 폭발력을 낮춘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는데?

증폭률을 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에너지가 100 나오는 걸 200~300으로 조절하는 것과 에너지가 1000 나오는 걸 조절하는 것은 다르다. 더구나 핵분열과 핵융합을 동시에 조절해서 맞춰야 하는데 가능하겠나. 또한 북한이 삼중수소를 사용했으리라고 가정하고 그래서 증폭에 성공했으리라고 보는 것은 대체로 미국 쪽 시각이다. 미국에서 공부한 국내 전문가의 상당수가 삼중수소가 있어야 핵융합이 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를 확보하려면 생산 전용 원자로를 확보하는 등 산업기반을 갖춰야 한다. 옛 소련도 첫 실험 때는 삼중수소를 안 썼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북한도 현재 마찬가지라고 본다.

북한이 2013년 8월부터 영변 5MWe(메가와트) 원자로를 가동해 삼중수소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국책기관의 연구보고서도 있는데?

‘38노스’(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에서도 그 얘기를 했다. 영변 5MWe 원자로 옆에 무슨 시설을 하나 구축하고 있는데 그게 삼중수소 생산과 관련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리튬6에 중성자를 쏘아 생산하는 물질이 삼중수소인데, 삼중수소는 기체이기 때문에 별도의 추출 시설을 갖춰야 한다. 나는 북한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5MWe 원자로만으로 추출하기에는 그 양이 극히 적다. 몰래 외국에서 들여올 수는 있다. 값이 고가이긴 하지만 그럴 가능성까지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옛 소련이나 중국처럼 사회주의 국가의 핵 개발 경로를 밟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사회주의 국가의 핵 개발 경로라면 중수소화리튬6(Li6D)을 사용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서 시험용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발표했을 때 중국의 〈병기지식〉이라는 자료에 그런 얘기가 나온다. 즉 ‘초창기 수소폭탄을 개발할 때 삼중수소를 사용했는데 삼중수소 없이도 중수소화리튬6으로 할 수 있다. 옛 소련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 중국도 그걸 배웠고 그래서 북한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내가 보기엔 그게 맞다.

중수소화리튬6 방식으로는 증폭핵분열탄 개발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하던데?

그것도 주로 미국 쪽 시각이다. 중수소화리튬6을 쓰면 삼중수소를 쓰는 것보다 조건이 더 가혹한 것은 맞다. 즉 1차 핵분열의 온도와 압력이 삼중수소를 쓸 때보다 올라가야 핵융합이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성공 확률이 줄어든다. 처음부터 삼중수소를 쓰면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핵융합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한다고 사회주의 국가 초기에는 다 중수소화리튬6으로 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6월23일 북한은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발사 실험을 했다.
1953년 옛 소련의 최초 수소폭탄 실험이 바로 그것인가?

그렇다. 수소폭탄 이름이 조포(Joe 4)인데, 내폭형 기폭장치와 중수소화리튬6으로 증폭핵분열탄을 터뜨려 200kt의 위력을 발생시켰다. 이게 바로 슬로이카 디자인(Sloyka:단층 케이크라는 뜻인데 핵과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가 개발했다)이다. 중국은 처음부터 옛 소련으로부터 핵 기술을 전수받아 중수소화리튬6 생산 라인을 갖췄다가 바로 그것으로 했다. 북한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슬로이카 디자인에 의한 증폭핵분열탄이다. 내폭형 기폭장치 바깥에 핵융합 물질을 넣은 장치를 개발할 수 있다. 안에서 핵폭탄이 터지고 밖에서 핵융합이 일어나는 원리다. 가장 바깥은 우라늄238로 된 딱딱한 금속으로 에워싼다. 그것까지 핵분열에 참여해 증폭이 된다.

핵 기술을 중국에서도 획득했을까?

북한의 전문가들이 중국에서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이 가장 자랑하는 성과가 양탄일성, 즉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그리고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것이다. 따라서 관련 자료와 수기 등이 많다.

중국과 옛 소련은 지금도 중수소화리튬6을 사용하고 있나?

리튬6은 증폭핵분열탄이든 수소폭탄이든 다 사용한다. 핵융합탄의 주재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중수소를 조금 넣으면 삼중수소에서 발생하는 고속 중성자가 리튬6을 격발해 핵융합을 쉽게 해준다. 리튬6만 사용한 증폭핵분열탄이냐, 삼중수소를 같이 사용한 증폭핵분열탄이냐로 나뉠 뿐이다. 옛 소련과 중국은 초기에 리튬6만으로 증폭탄을 만들다가 삼중수소 생산 전용 원자로를 갖추는 등 산업기반이 갖춰지고 나서는 삼중수소를 같이 사용한다.

북한이 현재는 삼중수소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리튬6만으로 증폭핵분열탄을 만들 기술 수준이 안 된다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본다. 아직까지 핵융합 기술이 부족하거나 삼중수소가 없거나 아니면 둘 다일 수 있다. 그래서 지난 4차 실험은 1차 원폭만 터졌거나 핵융합이 일어났어도 극소량만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계속 하지 않을까? 앞으로 어떤 실험을 하리라 보는가?

위력 개선 실험과 다발형 실험이 있을 수 있다. 내 판단이 맞는다면 5차는 연구개발용이기 때문에 이제 실전 배치를 염두에 두고 양산형 테스트를 하려 할 것이다. 신뢰성을 평가하기 위해 한꺼번에 여러 발을 동시에 실험할 가능성이 높다. 증폭핵분열탄도 현재의 기술로 안 되면 삼중수소를 찾아서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원자로가 다 노출돼 있어서 삼중수소를 비공개적으로 생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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