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채홍〉에 이어 사랑이라는 죄목으로 국가의 처벌을 받은 조선 여성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다.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을 읽다가 3명의 여성을 발견했다. 궁중 유일한 동성애자로 기록된 순빈 봉씨가 첫 번째. 궁중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성적 억압을 참지 못했던 그녀의 이야기가 궁중비사였다면 이번엔 남녀 간의 순애보를 그렸다. 〈불의 꽃〉은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2권, 세종 5년, 9월25일의 기사에서 비롯된다. ‘전 관찰사 이귀산의 아내 유씨가 지신사(도승지) 조서로와 통간하였으니 이를 국문하기를 청합니다.’ 조선 양반가 간통 사건이었다. 젊은 왕 세종은 분노했고 유씨를 참형에 처하고 조서로를 영일로 귀양 보낸다. 13년 뒤 세종은 참형이라는 과도한 징계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례적인 형벌이었다.
“역사는 교훈이 아니라 위로”
15세기 조선에서는 문신이 정치를 장악하고 있었다. 문신은 무신·여성·서리·서얼 등 4개 계층을 억누르며 세를 강화해 나갔다. 특히 여성에겐 이중·삼중의 억압이 있었다. 15세기 이후는 상층부 여성에 대한 도덕적 통제가 완벽했던 시기다. 15세기까지는 눈에 띄는 스캔들이 몇 건 있었다. 아직 남아 있던 고려의 유산 때문이다. 자유롭던 고려의 여성들이 조선의 유교적 체제 안에 귀속되는 과정이었다.
작가가 생각했던 작품의 원제는 ‘청매죽마’다. 어린 시절부터 오랜 연인이라는 의미. 유녹주와 조서로의 사랑은 어린 시절에 시작되었다. 집안의 반대와 우여곡절 끝에 각자 다른 이와 결혼했지만 변함없는 사랑이었던 것. “억울하겠다. 나 같으면 구천을 떠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범람하는 시대, 진짜 사랑해서 죽은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간통은 오늘날도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통제가 가능하면 모르겠지만 개인의 사적 생활을 국가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게 자명해진 마당에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소설가 김별아는 늘 대중적인 글쓰기를 고민한다. 문학과 출판의 위기를 말하는 시대, 도대체 대중이 소설에서 원하는 게 뭔지 궁금하다. 재밌는 건 다른 매체가 다 하고 있다. 모국어를 잘 써야 한다는 기본에 충실하되, 쉽게 다가가고 싶다. 의성어와 의태어 같은 순우리말을 감각적으로 쓰려는 노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돋보인다.
〈미실〉을 비롯해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만 이번이 여덟 번째다. 사실을 거스르지 않는 게 그의 원칙이다. 재미를 위해 족보를 바꾸는 일은 하지 않는다. 대신 캐릭터에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혼불〉의 최명희 작가는 작품 속 캐릭터를 만들 때 사주까지 봤다고 한다. 김 작가는 심리학적 분석을 이용한다. 가족 관계에 주목해 인물의 성격을 분석하는 것. 기록을 자세히 읽으면 역사적 인물의 평면적인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역사는 교훈이 아니라 위로다. 당시의 사람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고통을 받고 있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다.” 삶이 곧 역사인 셈이다. 3부작의 세 번째 소재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실〉보다 더 야하다는 사실만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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