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는 10월17일 그들이 새로 출시한 아이폰 4S가 발매 한 주 만에 400만 대를 돌파했고, 2500만명이 업그레이드된 운영체제인 iOS5를 내려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20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클라우드 서비스인 iCloud에 가입했다고도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인공지능형 음성 인식 기반 인공지능 에이전트인 시리(Siri)가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리에게 ‘최고의 태블릿이 무어냐’라고 물으면 ‘아이패드’라고 답한다고 한다.

2011년 인터넷을 둘러싼 환경 변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소셜 미디어와 SNS? 아니다. 그런 것은 이미 1990년대 PC통신 시절부터 존재해왔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 협동생산, 이런 말은 분명히 10년 전에는 없었지만 이미 훨씬 이전 PC통신 시절부터 이용자들은 동호회나 게시판에 스스로 글을 올리고 협동했다. 다만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등장으로 더욱 확장되었을 뿐이다. 물론 이러한 양적 확장이 새로운 사회운동과 연결되고, 여론이 형성되는 방식을 바꾼 것은 사실이다. 폐쇄적이던 PC통신의 기업망이 인터넷으로 바뀌었고, 망 전달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으며, 이와 관련된 새로운 기계와 서비스, 업체 등이 크게 증가한 게 다를 뿐이다. 당연히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도 늘어났고, 그것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특히 스마트폰은 이동 시간을 경제활동 시간으로 흡수할 수 있는 좋은 통로를 제공해주었다. 


ⓒAP Photo애플은 ‘시리’를 통해 소리로 소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위는 아이폰 4S를 소개하는 팀 쿡 애플 CEO.
애플, 아이폰에 발 달아주고 몸 부여해

그러면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움직이는 인터넷, 그리고 몸과 기기의 결합이 새로운 환경의 핵심일까? 일리 있다. 몸이 스마트폰이라는 첨단기술 제품과 결합하면 멀리 떨어진 곳도 볼 수 있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면서 몸은 기계의 속도에 적응한다. 삶의 속도는 빨라지고 몸의 감각은 기계화된다. 결국 내 몸의 감각기관들은 자연이 아니라 미디어와 접속한다. 그래서 인터페이스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 인터넷 변화의 핵심은 소셜이 아니라 인터페이스 변혁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2011년은 인터페이스 혁신이 일어나는 해로 기록될 것이다. 네그로폰테가 16년 전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말했듯이 우리에 비해 형편없이 뒤떨어졌던 컴퓨터의 감각 인지 능력이 이제 본격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은 GUI (Graphical User Interface)와 결합한 촉각 인터페이스에서 소리 인터페이스로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이다. 인터페이스 과도기에는 새로운 하드웨어가 등장한다. 기계가 사람을 보고, 사람의 손길을 알아차리고, 상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감각(sense)의 세계로 들어서려면 그에 상응하는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해야 한다.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이동 전화기의 그래픽과 인간의 시각·촉각을 결합했고, 이제 시리를 통해 소리로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옷 주머니에 담겨, 때로는 손에 매달려 몸과 하나가 된 스마트폰은 인간의 감각능력을  확장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이제 그것이 인간에 의해 확장되기에 이른다. 인간이 스마트폰에 발을 달아주고 몸을 부여한 셈이다. 인터넷과 연결된 PC는 조작과 통제의 대상을 자연과 물질에서 물질의 정보로 확장했다. 이제 발 달린 컴퓨터, 인간의 몸과 결합한 스마트폰은 자연과 사물, 정보를 넘어 인간 자체를 조종과 통제의 대상으로 겨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터페이스 변혁은 편리하면서도 불편한 손님이다.

기자명 백욱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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