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간 10주년 기획 ‘저널리즘 미래를 묻다’ 취재를 위해 해외로 떠나는 기자들에게 따로 지시를 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덴마크·스페인 등 각국의 포털 상황을 자세히 알아오라고 했다. 물론 보고서나 논문 등을 통해 대충 현황은 알고 있었다. 나는 현황이 아닌 기자들의 ‘디지털 체감 지수’가 궁금했다. 유럽 취재를 다녀온 김동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유럽 기자들도 디지털을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럽 포털은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같은 뉴스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라고 보고했다.
한국의 디지털 뉴스 시장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포털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는 자체 모바일 앱의 뉴스 편집권을 가졌다. 포털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개인 맞춤 노출을 한다며 ‘편집권’을 부인한다. 플랫폼 사업자이지, 미디어는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포털을 미디어로 인식한다. 매년 이뤄지는 〈시사IN〉 언론 분야 신뢰도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주관식으로 가장 신뢰하는 ‘매체’를 두 가지만 꼽아달라고 물으면, 네이버는 늘 상위권이었다. 지난해 조사에서 네이버는 JTBC, KBS에 이어 3위였다. 불신이 아닌 ‘신뢰’받는 매체라는 긍정적인 의미지만, 네이버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제발 매체로 다루어주지 말라”고만 한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결합열독률이 79.0%에 달한다. 즉 PC나 모바일 등으로 뉴스를 접하는 결합열독률은 2013년부터 꾸준히 상승 중이다. 결합열독률 상승에 포털 뉴스 서비스가 기여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포털의 역기능을 피부로 체감했다. 창간 3년차쯤 온라인뉴스팀장을 맡았을 때다. 온라인뉴스팀장을 마치며 나는 정반대 전략을 제안했다. ‘탈포털 전략’이다. 포털에 종속되면 무엇보다 자체 홈페이지 방문 비율이 낮아질 게 뻔했다. 길게 보고 SNS로 방향을 틀자고 했다. 페이스북 등 SNS 서비스가 국내에 도입된 초기에 진입했다. 주간지로서 이례적으로 페이스북 독자가 36만명에 달한다.
드루킹 사건은 포털 뉴스 서비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포털 뉴스 서비스의 대대적인 개혁이 어렵다면, 댓글 창이라도 없애는 게 맞다. 댓글을 달고 싶은 독자는 아웃링크로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 연결해주면 된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도 피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포털 뉴스의 댓글 창이 지금처럼 전쟁터나 혐오의 배설지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도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만 댓글을 달게 하자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제2의 드루킹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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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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