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위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법률 용어다.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를 접하고 이 용어가 떠올랐다. 검찰에 따르면, 박근혜 피고인은 그날 통신축선상에 있지 않았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휴대전화를 두 번이나 했지만 받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 않자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관저로 올라갔다. 내실로 들어가 대통령을 불렀다. 박근혜 피고인이 그제야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가 나온 곳은 침실이었다. 오전 10시20분. 2014년 4월16일은 수요일이었다. 검찰 수사 발표를 접하고 허탈했다. 차라리 뭐라도 했다면? 300여 명의 생사가 달린 골든타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살려달라고, 무섭다고, 엄마 아빠 사랑한다고 마지막 카톡을 보낸 아이들에게 이 수사 결과를 알리기가 차마 미안하고 부끄럽다.
박근혜 피고인은 대면 보고를 받고도 집무실로 나가지 않았다. 오후 2시15분께 관저로 온 최순실씨가 문고리 3인방과 회의를 주재할 때까지 침실에서 머물렀다. 검찰은 “그 공간에 텔레비전이 있다”라고 말했다. 구조에 나선 해양경찰까지 우왕좌왕하며 그날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도 ‘부작위’였다.
박근혜 청와대는 부작위를 숨기기 위해 조작을 서슴지 않았다. 구조 가능한 골든타임 마지노선인 오전 10시17분 이전에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것으로 꾸몄다. 재난 컨트롤타워 책임을 벗어나기 위한 조작은 너무나 간단했다. ‘국가위기기본관리지침 3조’ 항목을 볼펜으로 그어 삭제했다. 65개 부처에 공문을 보내 똑같이 삭제하고 수정하게 했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아침에 일어나면 그것이 출근이고 주무시면 퇴근”이라는 궤변으로 부작위를 은폐했다. 고 김영한 민정수석이 업무일지에 적은 ‘김기춘 복무지침’에 빗대면 ‘조작의 일상화’ ‘기록의 은폐화’ ‘정부 기능의 초토화’다.
검찰 수사 발표문을 보고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문의 세월호 참사 대목을 다시 읽어보았다. 다수 의견과 달리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는 보충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여야 할 구체적인 작위 의무가 발생하였음에도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라고 적시했다. 박근혜 정부 검찰이 제대로 수사만 했다면, 보충의견은 다수의견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의 부작위는 세월호 참사에만 그치지 않았다. 외교 분야 부작위는 후유증이 오래간다. 대중 외교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 키워드는 ‘중국’과 ‘시진핑’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핵 방정식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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