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 국방 개혁이 졸속인 이유

  • 정희상 기자
  • 2011.05.06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 개혁 307’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이다. 육해공 합동군을 ‘통합군’으로 전환하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것.

군심(軍心)이 부글부글 끓는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에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국방 개혁 307계획’ 때문이다. 현역과 예비역을 막론하고 군 안팎에 307계획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방부는 별다른 여론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이를 강행할 태세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날짜를 따서 ‘국방 개혁 307’이라고 이름 붙였다는 이 개혁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그동안 합동군 체제로 운영되던 육해공군을 통합군 체제로 바꾸겠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를 토대로 북한의 군사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즉 북한에 대해 정밀 공격을 실시할 수 있는 새로운 전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스텔스 전투기와 무인정찰기, 육군 헬기 등 새로운 무기를 대량 도입한다는 것이다. 




307계획을 추진하게 된 데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전투형 군대 및 선제공격을 염두에 둔 국방 개혁을 하겠다는 청와대와 육군 내 강경파(매파) 세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그렇다면 통합군 체제가 대체 무엇이기에 군 안팎에서 이토록 극심하게 반발하는 것일까.

합참의장 ‘힘’ 커지면 쿠데타 일어날 수도

한국군은 1990년 합참 창설 이래 21년간 합동군 군사제도를 유지해왔다. 군정 권한은 국방장관에게, 그리고 작전에 해당하는 군령 권한은 합참의장과 각 군 총장에게 부여하는 제도였다. 이는 문민 국방부 장관에게 군령과 군정이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현역 군인의 권한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분산되어야 한다는 헌법적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 합참의장 1인에게 권한이 집중되면 헌법이 표방하고 있는 문민 통제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군사제도에서 지금껏 이를 금기시했던 것이다.

그런데 307계획안에서는 이를 뒤엎고 합참의장이 각 군 참모총장을 지휘하면서 인사권까지 행사하도록 군 수뇌부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헌법정신 위배 논란이 생기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군사평론가 이선호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합참의장이 작전과 행정 그리고 지휘관과 참모 기능을 독점할 경우, 법적 신분은 장관 예하이지만 힘이 너무 비대해지면 장관을 건너뛰는 극단적 사례가 나올 수 있다. 가정이지만 만약 합참의장의 군사적 대권 행사가 오도되어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의 문민 통제에서 일탈하여 헌법을 유린하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면, 군사 쿠데타라는 비극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더구나 MB 정권 들어 국군 주요 보직은 이른바 ‘영포 라인’이 잡고 있다. 육군 참모총장만이 아니라, 유사시 가장 핵심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3군 사령관 등 주요 보직을 모두 MB의 동향 측근들이 장악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참의장과 육군총장이 군령권까지 가질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하는 것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육해공 통합군 체제로 군 수뇌부 제도를 개편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여 년 전 노태우 정부 시절에도 일명 818계획이라는 이름으로 통합군 체제를 시도한 일이 있다. 하지만 제1 야당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가 단식농성을 벌이며 반대 여론을 주도해 무산된 바 있다.

307계획이 추진하는 통합군 체계는 오늘날 민주주의를 표방한 주요 국가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제도라는 점에서도 비판 대상이다. 비공산권에서 통합군제를 채택한 나라는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민주국가 대부분은 3군 중 어느 특정 군의 독주 체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국가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도 군에 대한 문민 통제는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항상 전쟁 의지를 다지게끔 되어 있는 군사 지도자들을 유사시 제어하고 통제하는 문민 통수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언제 어디서든 우발적 충돌이 빚어질 수 있는 남북한 군사 대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307계획은 야전군 처지에서 보면 국방부 장관이 2명이 되는 셈이고, 문민 국방부 장관보다 합참의장의 권한이 비대해지면서 유사시 통제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군·공군, 육군 중심 개혁이라며 반발

현재 청와대와 국방부 강경파들은 천안함 침몰·연평도 포격 사건을 예로 들며, 북한을 신속하게 타격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통합군을 추진하고 있다. 지휘체계를 단순화해서 유사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은 군에 대한 문민 통제가 실패해서 발생한 사태라는 지적도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국방부 내 강경파(이상희 장관)가 외교안보 부처와 아무런 협의 없이 군사 분야 비전문가인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NLL 대비 계획’을 들이밀어 쉽게 재가를 받아낸 것이 문민 통제 부실의 첫 징후였다는 것. 이에 대해 군사평론가 김종대씨는 “2009년 2월13일 이상희 당시 국방부 장관이 MB로부터 재가를 받은 NLL 대비 계획은 군 강경파의 대북 선제공격론이었다. 우쭐해진 국방부가 이튿날 대통령 재가 사실과 작전 내용을 조·중·동에 흘리면서 이것이 크게 보도되었다. 그 바람에 북한군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으면서, 이후 극한 대치와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육해공 통합군 제도를 지향하는 307계획은 이 같은 헌법적·정치적 논란 외에도 해·공군을 육군의 지휘 아래 두는 제도라는 점 때문에 해군과 공군의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자군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며 묵살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비전문가의 지휘로 인해 해·공군 작전이 무력화되고 문민 통제도 침해받게 된다는 논리에서다.

이들은 307계획대로 지휘 기능이 통합군 체제로 바뀌면 유사시 ‘지는 전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한·미 합동작전에 크게 의존하는 공군이 문제가 된다. 현행 전시작전권 체제에서는 3군 중 공군만 연합공군사령부(미 7공군사령부) 사령관에 배속된다. 그러나 307계획에 따라 각 군 총장이 군령권을 행사하게 되면 4성 장군인 한국 공군참모총장이 2성 장군인 미 7공군사령관의 작전 지휘를 받게 된다. 청와대는 이런 문제 제기조차 자군 이기주의라고 묵살했다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군령권을 가진 부참모총장제를 신설해 유사시 미 7공군사령관 지휘를 받게 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공군에 군령권자 2명을 두겠다는 것으로 307계획이 얼마나 주먹구구식 개혁안인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청와대 국방 참모들의 아마추어리즘

군 안팎에서는 이런 기막힌 일들이 벌어진 원인을 국방부의 지나친 육군 중심 사고방식과, 대통령 및 청와대 국방 참모들의 아마추어리즘에서 찾고 있다. 특히 청와대에서 307계획을 주도하는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과 이상우 국가안보총괄회의 위원장을 두고 말이 많다(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청와대가 천안함 사건 이후 구성한 국가안보총괄회의는 육해공 대표를 불러들여 307계획을 독려하기 위한 무대였다. 한번은 이 회의석상에서 해군 대표가 ‘딱 10분만 달라’며 우리의 군사제도에 내재된 육군 지휘 중심의 잘못된 인식의 문제점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얘기를 들어보니 주로 해·공군 예비역 장군들이 하는 얘기와 비슷하다”라며 귀담아듣지 않았다. 뒤이어 이상우 위원장이 “자군 이기주의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사실상 307계획의 앞날을 걱정하는 해·공군 의견을 차단했다고 한다.

이런 해·공군 푸대접은 천안함 이후만이 아니라 연평도 포격 사건 뒤에도 일어났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난 다음 달인 12월 해병대가 재차 포사격 훈련을 재개할 무렵 합참에서는 공군 전투기들로 하여금 일렬로 연평도 인근에서 비행하라고 지시했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그런 지시를 내렸던 것. 그러나 이런 전시행정형 군사작전은 공군으로서는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공군 측의 강력한 저항으로 없던 일이 되었지만, 서해 5도상에서 전투기를 일렬로 늘어세워 비행토록 지시한 사건은 육상에서 일렬로 전투훈련을 벌여온 육군식 사고방식의 전형이라 할 만했다.

국방 개혁안에 대한 군 안팎의 불신은 군을 상대로 한 이명박 대통령의 마인드에 대한 불만에서 말미암은 측면도 크다. 그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만 하더라도 예산과 인사 부문에서 일부러 군의 사기를 돋우려고 지원하는 정책을 폈기에, 군 내부에서는 대우를 받는다는 인식과 사기가 높았다고 한다.

왜 대통령 임기 말에 군 개혁 강행하나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보수 정권의 안보 자신감’을 앞세우며 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마인드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08년 3월 국방부 첫 업무 보고 때 “경제가 잘돼야 군이 잘된다”라면서 국방 예산 삭감을 지시했다. 국방과 안보를 경제의 하위 개념으로 두는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올 초 자신의 심복이던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이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비리 사건에 연루돼 낙마했을 때는 “방위사업을 할 때 업자에게 리베이트 20%만 받지 않아도 국방비를 줄일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가 대통령이 군 관계자들을 ‘도둑’ 취급했다는 반발을 샀다. 결국 이 과정에서 군심은 갈수록 멀어져 집권 3년여 만에 남북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군의 사기도 땅에 떨어지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물론 역대 정부에서도 국방 개혁은 추진되었고, 그때마다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중요 사안을 정권 말 들어 서둘러 강행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태우 정권은 집권 직후인 1988년 818계획을 입안한 뒤 오랜 공론화와 수정 보완을 거쳐 1990년에 법제화했다. 김대중 정부 역시 집권 초반인 1999년 국방 기본백서를 채택했다. 노무현 정부도 집권 전반기인 2005년에 국방 개혁 2020을 완성했다. 모두 군 내부의 공론화 과정과 진통을 충분히 거친 뒤 추진해 뒤탈이 없었다.

이에 반해 MB 정권은 임기를 사실상 1년여 남겨둔 시점에, 그것도 역사상 가장 충격이라는 군사 제도 개혁안을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상한’ 군 개혁을 강행한다면 이른바 국방 개혁 307은 군의 반발은 물론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 불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