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로 보나 나무랄 데가 없는 음반이다. 멜로디는 깔끔하면서도 설득력 있고, 곡마다 다양한 편곡을 일궈낸 것은 물론 이를 감싸는 사운드는 꽉 찬 공간감으로 듣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오히려 나무랄 지점은 우리가 가진 편견이라 할 것이다. ‘아이돌 밴드’라는 간판만 보면 반사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우리의 편견 말이다.
 
데이식스(Day6)를 처음부터 주목한 건 아니었다. 즉, 나도 그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평단의 극찬을 받는 경우는 대개 둘로 나뉜다. 고뇌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는 인디 뮤지션· 밴드이거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슈퍼스타다. 구분하자면 데이식스는 후자에 속할 것이다. 그들이 솔로가 아닌 밴드라는 데서 편견은 도리어 강화된다. 이제는 그 편견, 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 이 글을 쓴다. 최근 나온 〈더 북 
오브 어스:그래비티(The Book of Us: Gravity)〉가 이를 증명한다.

 

ⓒJYP 엔터테이먼트 제공데이식스는 최근 〈더 북 오브 어스:그래비티(The Book of Us:Gravity)〉를 발표했다.
첫 곡 ‘포 미(For Me)’부터 인상적인 멜로디가 귀를 확 잡아챈다. 나는 지금 일부러 잡아챈다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선율이 즉각적으로 와닿는 곡이라는 의미다. 글쎄, 희극보다는 비극에 무의식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는 관성에서만 벗어날 수 있다면 이런 유의 곡을 거부할 이유는 ‘1도 없다’고 본다. 심각하다고 반드시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법은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첫 싱글로 공개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도 마찬가지다. 박력 넘치는 코드 진행, 중독성 높은 코러스가 돋보이는 이 곡을 낮게 평가할 이유를 나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34초 지점, 즉 두 번째 도입부에 자연스럽게 더해지는 기타 연주와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이라는 노랫말과 함께 폭발하는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노력과 결과가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게 인생이라지만 이 곡만은 예외라고 확언할 수 있다. 공들인 만큼 아주 좋은 싱글 하나가 나왔다. 동료 평론가 김윤하씨는 이 곡을 두고 “‘그대에게’의 2019년 버전 같다”라고 평했는데 나 역시 동의하는 바다.
 
‘그대에게’의 2019년 버전 같은 노래 
 
‘하우 투 러브(How To Love)’는 어떤가.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달콤한 멜로디가 있고, 이를 뒤에서 받치는 탁월한 연주가 있다. 편곡은 과하지 않은 선에서 곡의 외양을 풍성하게 일궈냈다. 자, 더 이상 뭐가 필요한가. 
 
‘돌아갈래요’로 음반은 표정을 조금 바꾼다. 이 곡을 통해 당신 역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수록곡들의 만듦새가 예상 이상으로 다채롭다는 사실을 말이다. 앨범에서 가장 쫄깃한 리듬 연주를 맛볼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반면 ‘포장’과 ‘베스트 파트(Best Part)’는 사운드와 스케일에 중점을 둔 트랙이다. 곡의 파워를 잃지 않으면서도 소리가 울려 퍼지듯 프로듀스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면서도 ‘포장’에서는 선율을 한결 강조했고, 2분10초쯤에 변주를 한 번 더 하면서 (적어도 나에겐) 감탄사를 내뱉게 했다. 당신의 독후감은 과연 어떨지 가장 궁금한 곡이다.
 
이것만은 강조하고 싶다. 진정한 놀라움은 몰랐던 걸 알았을 때 찾아오지 않는다. 도리어 잘 안다고 믿었던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깨달음 속에 찾아온다. 그렇다. 이 글은 데이식스 팬들이 읽으라고 쓴 게 아니다. ‘아이돌 밴드’라는 수식에 얽매여 그들을 지레짐작했을 모든 사람에게 이 글을 부친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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