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현씨(22)는 10년을 맞은 ‘미국 대학 한인학생회와 함께하는 〈시사IN〉 청소년 글로벌 리더십 포럼(이하 리더십 포럼)’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는 황씨는 2013년(춘천), 2014년(원주) 두 차례 리더십 포럼에 강연을 듣는 청소년으로 참석했다. 새로운 세계를 갈구하던 ‘강릉 소년’은 리더십 포럼을 통해 대관령을 넘는 대신 태평양을 건너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17년과 2019년 리더십 포럼에 강사로 초청받아 연단에 올랐다. 강연을 지켜보던 청소년들도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그에게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황씨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저는 ‘Sunshine(선샤인)’을 ‘순신’으로 읽던 학생이었다. 이 단어를 ‘선샤인’으로 읽기까지 책을 바닥에서 천장까지 세 번 쌓아 올려야 했다”라며 용기를 건넸다.

이번 리더십 포럼은 특별히 이전 포럼에서 강사로 섰던 이들이 다시 참여했다. 한인학생회 소속으로 리더십 포럼을 찾았던 강사들에게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여전히 학문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부터, 학업을 마치고 새로운 길을 나선 이들까지 입을 모아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도 리더십 포럼을 통해 학생들을 만나 새로운 자극을 얻고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그동안 리더십 포럼 역시 더 넓은 세계를 꿈꾸는 청소년과 미국 주요 대학에 재학 중인 청년이 만나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6월11일 오전, 서울 연세대 공학원에서 열린 리더십 포럼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소년들로 가득 찼다. 이번 리더십 포럼은 충북 청주(6월10일)와 전북 전주(6월14일)에서도 열렸다. 각 지역 행사는 충북인재양성재단(청주)과 전라북도교육청(전주)이 함께했다. 서울에서는 120명이, 청주와 전주에서는 각각 21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었다.

ⓒ시사IN 조남진〈시사IN〉 청소년 리더십 포럼이 6월14일 전주시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전북 지역 고교생 2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자신만의 회복 방법을 찾아라”

79전80기. 한혜민(34) 앨러배마 대학 교수(교육학)는 자신의 실패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교수는 중학교 검정고시에서 미술과목 점수 부족으로 가고 싶던 고등학교를 갈 수 없었고, 스탠퍼드 대학원에 입학할 때도 12곳에서 떨어지고 나서야 합격했다. 직장을 구하는 과정은 더 험난했다. 미국·캐나다·싱가포르·홍콩 등지에 있는 주요 대학에 지원서를 내밀었지만 79곳 모두 한씨를 위해 자리를 내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80번째 문을 두드린 끝에 앨러배마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리더십 포럼 강사로 최다 참가자(5회)인 한 교수는 강연 마지막에 “꿈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의한 것, 부당한 것에 대해 분노할 줄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태훈씨(35)는 고난으로 가득했던 성장기를 극복해온 과정을 설명했다. 어렸을 적 빈곤을 경험한 임씨에게 20대는 늘 맨주먹으로 도전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방글라데시에서 국제협력봉사단원으로 활동한 임씨는 자신이 공부한 경영학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하버드 대학 공공정책대학원을 거쳐 현재 라이스 대학 경영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임씨는 어려운 환경으로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먼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을 나눈다. 그런 다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일상적인 차별에 대해 고심하던 청소년들은 여성학 연구자인 오은실(34) 위스콘신 주립대학 교수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 하버드 대학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거쳐 현재 위스콘신 주립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오 교수는 성별이나 인종에 대한 편견이 개인의 잠재력 발휘를 억누른다는 연구를 소개했다. 또한 “삶의 목적과 수단(직업 등)은 다르다”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전자공학·뇌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배준환씨(26)는 꿈을 좇는 지구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씨는 학생들에게 ‘충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스로 방전되었다고 느낄 때 충분히 쉬어야 하며, 자신만의 회복 방법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꿈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양궁 과녁에 빗대어 설명한 배씨는 “비록 처음 목표했던 과녁으로 화살이 날아가지 않더라도, 조금 방향이 바뀌더라도 화살이 날아간 그 자리에는 또 다른 과녁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효석(44) 네오펙트 최고알고리즘 책임자(CAO)는 6월10일 청주에서, 이강욱(31) 카이스트 연구교수는 6월11일 서울에서 각각 연단에 올라 청소년들을 만났다.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이던 2011년 〈시사IN〉과 처음 인연을 맺은 이효석 박사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한때 게임에 빠지기도 하고, 천재라는 환상에 빠지기도 했다며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침으로 삼은 가치를 설명했다.

서울 행사에서 가장 열광적인 호응을 받은 이강욱 교수는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빗대어 꿈을 이루는 과정을 풀어냈다. 이 교수는 한때 〈스타크래프트〉 프로 지망생이자, 〈스타크래프트 2〉 북미 서버 랭커(개인 점수 상위권을 가리키는 말)였다. 그는 “게임과 인생은 비슷하다. 각각의 단계에서 더 높은 레벨(Tier)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타인의 경험을 많이 참고하고 꾸준히 노력하며 즐겨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여가(게임)를 즐기며 공부와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이강욱 박사의 설명에 많은 청소년이 공감을 표했다.

6월14일 전주 강연은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이 특별 게스트로 함께했다. 연단에 오른 이 관장은 과학의 역사는 권위주의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었음을 강조하며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라고 말했다. “과학은 의심에 대한 잠정적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여러분이 잘하는 것이다. 뭘 가장 잘하는지 찾기 위해서는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타인의 실패를 경험하기 위한 방법으로 문학을 많이 접하길 권하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과 멘토·멘티 만남 시간이 이어졌다. 현장을 찾은 청소년 500여 명은 각자의 고민을 담은 질문을 강사들에게 쏟아냈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슬럼프가 찾아올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실패를 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털고 일어나는가”처럼 공부와 관련한 질문부터 “학교에서 부당한 편견이나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처럼 또래 친구들이 느끼는 다양한 문제를 털어놓았다.

〈시사IN〉이 사회 환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해온 리더십 포럼은 이제 지난 10년간의 추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10년을 맞는다. 포럼에 수강생으로 참여했다가 강사로 돌아온 황종현씨처럼 앞으로 10년, 또 다른 ‘강릉 소년’을 강사로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나도 이 자리에 서기를


많은 것을 얻어 가자는 다짐으로 큰 기대를 안고 프로그램에 임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기대 이상이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미래에 대한 근심에 빠져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던 내 인생에 동기가 되었다. 어릴 적 ‘난 안 될 거야’ 하며 접어둔 꿈을 다시 펼치게 되었다.

특히 임태훈 강사의 “외모나 환경같이 여러분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미련을 두지 마세요”라는 말에 평소 내 자신을 반성했다. 남의 시선, 남이 생각하는 내 이미지 등에 신경 쓰느라 무슨 일이든 소극적으로 했던 내가 너무 후회되었다. 
-정택영 (충북 봉명고)


ⓒ시사IN 신선영6월11일 연세대 행사에서 강연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시사IN〉을 창간호부터 구독한 아버지 덕분에 이 포럼을 알게 되었다. 반복되는 일상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지쳐 있던 내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기회였다. 리더십 포럼은 돈 주고는 못 살 값진 경험이었다. 특히 한혜민 강사의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다음 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라는 말이 깊이 와닿았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자책하며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황종현 강사의 강연도 인상 깊었다. 주위 사람들의 쓴소리에도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하늘을 나는 펭귄이 되겠다’는 그가 눈부셔 보였다. 나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길이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재충전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최승준 (전북 이리고)


가장 먼저 눈에 띈 이는 교육학을 전공한 한혜민 강사였다. ‘아재 개그’만 하는 것 같아도 교육심리 얘기를 할 때는 눈빛과 분위기가 180° 달라졌는데,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교육학자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내가 앞으로 걷고자 하는 길을 먼저 걸은 분과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 특히 교육학의 전망에 대해 질문했을 때 국내에 국한되지 말고 세계로 뻗어나가라는 가능성을 제시해주어서 큰 힘이 되었다.

오은실 강사와의 만남에서는 아이스크림 취향 같은 사소한 것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고 진정한 ‘나 자신’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강사들의 강연과 만남을 통해 그동안 막연하게 꿔왔던 꿈의 윤곽이 잡혀가는 느낌을 받았다. 또 끊임없는 질문과 의심을 통해 나를 가꾸어나간다면 국내 혹은 외국 어디에서건 내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꿈을 위해 노력하는 ‘어벤저스’ 멘토들과 만나면서 열정과 꿈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황종현 강사처럼 나도 멀지 않은 미래에 수강생이 아닌 강사로서 리더십 포럼과의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양시현 (전북 전주한일고)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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