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벧엘복음선교회 명의 계좌로 5000만원을 송금했다. 같은 날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집회’를 열었다. 당시 세월호 유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이곳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외쳤다. “우리는 먹으면서 싸운다.” “추석이 다가오는데 송편이나 빚으며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라.” “시체장사 하지 말라.”
사흘 뒤인 9월5일 전경련은 벧엘복음선교회 계좌로 4000만원을 추가로 보냈다. 같은 날 어버이연합은 서울 광화문에서 ‘남과 북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한가위 송편나눔 행사’를 열었다. 행사장에서는 “추석을 맞아 남북 어르신과 단원고 유가족과 함께 사회의 온정을 나누겠다”고 했다. 이들은 곧이어 세월호 가족들의 단식 농성장 쪽을 찾아 송편, 과일 등을 전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전경련 사회협력회계 통장 거래 내역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어버이연합 집회 신고 내역 및 당시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전경련과 어버이연합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어버이연합은 전경련에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벧엘복음선교회 계좌로 7차례에 걸쳐 2억1500만원을 받았다. 벧엘복음선교회는 어버이연합이 전경련 지원금을 받은 사단법인이다. 검찰은 어버이연합이 차명계좌로 전경련 돈을 우회 지원받은 혐의(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조사 중이다.
전경련은 또 같은 기간(2013~2015년)에 미디어워치 5000만원, 고엽제전우회 4271만원, 애국단체총협의회 3000만원, 부모마음봉사단 2500만원 등을 지원했다. 특검은 이와 같은 전경련의 ‘입금’을 극우 성향 단체에 대한 청와대의 우회 지원으로 판단한다. 전경련 후원을 받은 적이 있는 한 보수 단체의 고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청와대는 아니고 권력기관 쪽에서 애국시민들이 도와줘야 한다며 집회 관련 연락이 온 적은 있다. 한 번 할 때마다 수천만원이 드는 행사를 우리 힘으로만 어떻게 하나. 거절했다. 그런데 그다음 주부터인가 매주 시위에 나오는 단체가 있었다. 그 돈이 어디서 났겠나.”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013년부터 청와대 직원들에게 “좌파 지원은 많은데 우파 지원이 너무 없다. 정부라도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좌파들은 잘 먹고 잘사는 데 비해 우파들은 배고프다. 잘해보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인사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지원을 배제했을 뿐만 아니라 ‘화이트리스트’로 일컬어지는 극우 성향 단체를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극우 성향 단체에 대한 청와대의 우회 지원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시사IN〉과 전화통화에서 “당시 전경련이 사단법인으로만 후원금을 줄 수 있다고 해서, 내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벧엘복음선교회 명의로 받았다. 받은 돈은 무료급식·안보강연 등 모두 노인 복지를 위해 썼다. 관제 데모는 한 적 없다. 모두 검찰에서 소명한 부분이고, 결과가 나오면 허위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다 고소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어버이연합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어르신 무료 급식 등에 드는 돈으로 억 단위 지원금을 다 썼다는 건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어버이연합의 전직 고위 관계자도 “실권자는 추 총장이라, 추 총장이 오라면 갔지 돈이 어디 쓰였는지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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