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창간 10주년을 맞은 남북 관계 전문지 〈민족21〉의 안영민 편집주간(43·왼쪽)은 통일운동가이자 전문기자로서 바쁘고 ‘위험한 삶’을 살았다. 미분 기하학에서 세계적 명성을 떨쳤으며, 일찌감치 통일운동에 뛰어들어 장기 수형을 감당해야 했던 아버지 안재구 박사(77·오른쪽)는 세대를 뛰어넘은 ‘동지’였다. 경북대 학생회장, 월간 〈말〉을 거쳐 몸담은 〈민족21〉에서 안씨는 재정을 책임지는 사장과 내용을 책임지는 편집장을 번갈아가며 맡았다. 이는 새벽에 일어나 다음 날 새벽까지 ‘바깥’에서 일하는 생활을 의미했다.


이런 안씨가 벌써 3년째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작은아들 현산(5)이 기관지염으로 앓아누운 사건이 계기다. 새벽에 아침밥을 차리고, 오전에는 청소와 빨래, 오후에는 부인과 아이들을 기다리며 장을 본다. 저녁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 먹고 아이들을 재운 뒤 책 보고 글 쓰며 세월을 보냈다.

안씨도 처음엔 두려웠다. 10여 년 쌓아온 통일 언론인, 북한 전문가로서의 존재 가치가 잊힐까봐. 그러나 지난 3년에 대해 안씨는 오히려 ‘내리 사랑을 통해 스스로를 버릴 줄 아는 지혜를 배운 시기’라고 정리한다. 심지어 운동사회 내에서도 우리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명망을 향해, 중앙으로 기를 쓰고 올라가려 해온 것이 아닐까. 그러다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는커녕 배척과 비판에만 익숙해져버린 것이 아닐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안씨는 “아빠의 1년 휴직을 법제화하는 것도 좋겠다”라고까지 말한다. 이런 경험들을 담아 안씨는 지난달 〈행복한 통일 이야기〉를 냈다. ‘통일을 왜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세태 속에서 그는 “행복해지기 위해 통일이 필요하다”라고 감히 말한다. 안씨와 안재구 박사가 큰아들인 인산(11)을 가운데 두고 찍은 가족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인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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