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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짓을 내년 총선에 245번 또 하자고?”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국민참여당은 여전히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단일화 피로증’이 심한 민주당에서는 ‘단일 정당론’이 고개를 든다.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011년 04월 14일 목요일 제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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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이 짓을 245번 해야 하는 거야?” 김해을에서의 야권 단일화 협상 테이블이 우여곡절을 겪던 4월5일, 민주당 소속 한 국회의원은 기자에게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선거구 하나를 조정하는 데도 산 넘어 산인 단일화 협상을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의 전 지역구에서 하는 게 가능한 일이냐는 회의가 묻어났다. 2009년 4월 울산 북구(민주노동당 대 진보신당), 2009년 10월 안산 상록을(민주당 대 ‘진보 정당 지원을 받는 무소속’), 2010년 6월 지방선거 경기도지사(민주당 대 국민참여당), 2010년 7월 서울 은평을(민주당 대 국민참여당)…. 야권연대에 참여하는 야당치고 진이 빠지는 단일화 협상을 겪어보지 않은 당이 없다.

김해을의 풍경은 어디를 보나 새로울 것이 없었다. 민주당이 요구한 국민 참여 경선과, 참여당이 내세운 여론조사 경선의 대립은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등장한 두 당의 대립과 판박이다. 지방선거 때는 두 당이 ‘여론조사 50%+참여 경선 50%’ 방식에 합의한 바 있다.

   
ⓒ뉴시스
곽진업 민주당 후보(오른쪽)는 문재인 변호사(왼쪽)의 제안을 받아들여, 여론조사 100% 경선 방식을 수용했다.

김해을 재선거에 나선 곽진업 민주당 후보는 친노무현(친노) 진영의 정신적 지주 격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참여당이 주장한 여론조사 100% 경선 방식을 수용했다. 전에 없던 모델일까? 그렇지 않다. 2009년 4월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울산 북구에서 ‘노동자 현장 경선’(민노당)과 ‘여론조사’(진보신당)를 각각 주장하며 맞섰다. 당시는 협상이 시한을 넘겨 현장 경선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진보신당이 주장한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을 택했다. 이번 김해을에서도 곽진업 후보의 여론조사 수용 이전부터 “국민 참여 경선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라는 내부 회의론이 고개를 들던 참이었다. 이 또한 판박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모델, 다 나와

무엇을 해도 어디선가 봤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보면, 이제 나올 모델은 다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2012년 총선이 1년 남짓 남은 것을 감안하면, 이제는 ‘표준 모델’이라고 할 만한 것을 정리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김해을 단일화 협상이 유난히 격렬했던 데는 이런 이유도 깔려 있다고 각 당 협상 관계자들은 말한다. 총선 이전의 마지막 야권연대 협상 테이블인 이번 재·보선에서 정리된 단일화 모델이 총선에서도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통 큰 양보’를 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참여당에서 이런 기류가 강하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의 이병완 상임고문(광주 서구 구의원)은 “여론조사 단일화가 공정성은 물론 비용 면에서도 앞서는 방식이다. 한 번 할 때 몇 억원씩 들어가는 국민 참여 경선 방식을 도입하면, 내년 총선에서 군소 야당은 단일화를 시도할 엄두도 못 낸다”라고 말했다. 총선에서의 단일화 협상을 위해서라도 물러설 수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민노당에서는, “이번에 참여당이 ‘여론조사가 가장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법’이라고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부메랑이 될 것이다”라는 반응을 쉽게 들을 수 있다. 17대 국회의원이었던 민주당의 한 386 인사는 “그렇게 나와주면 사실 우리야 편하지. 전 지역구에서 ‘정의롭고 공정한’ 여론조사로 하자고 하면, 내년 총선에서 참여당은 유시민 한 자리 빼고는 전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괄 여론조사 방식은 인물 인지도와 조직이 모두 앞서는 민주당에서 선호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민노당·참여당이 수용할 수 없는 방식이다. 특히 여론조사 방식의 ‘정의’와 ‘공정성’을 강조하던 참여당은 대응 논리가 절실하다. 이번 야권연대의 참여당 협상 책임자인 천호선 전 최고위원은 이런 대안을 제시했다. “일단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을 상대로 야권 단일 후보의 경쟁력 조사를 한다. 거기에서 민주당 후보만 이기는 걸로 나오는 지역은 당연히 민주당으로 간다. 하지만 민주당을 넣어도 이기고 우리나 민노당을 넣어도 이기는 지역에 대해서는 중앙당 차원의 정치 협상으로 들어가는 게 맞다. 그것이 모든 야당이 의석 수가 늘어나는 방식이다.”

즉, 모든 지역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단순 선두를 공천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에서 군소 야당도 민주당만큼은 아니지만 한나라당을 이길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지역에 대해서는 중앙당 차원에서 주고받기를 하자는 것이다. 야권의 현 정치 지형이 유지된다면 이것이 참여당의 기본 전략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 현실적으로 군소 야당도 한나라당보다 경쟁력이 있을 대표 지역은 호남이다. 그렇다면 이번 김해을 협상 과정에서 유시민 대표가 민주당의 전남 순천 양보를 “의미 없다”라고 깎아내린 것은 두고두고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어떨까. 여론조사니 국민 참여 경선이니 정치 협상이니 하는 기술적인 논의는 당내에서 증발한 지 오래다. 민주당의 지배적인 분위기는 ‘단일화 피로증’이다. 당내 진보파는 갈수록 단일 정당론으로 기울고 있고, 보수파는 각자도생해도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류가 읽힌다. 어느 쪽이든, 지금과 같은 선거연대 방식의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는 회의가 크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야권연대가 내년에 어떻게 될 것 같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안 해. 끝났어. 이게 마지막이야. 한집에서 싸우든 아예 따로 살든 해야지, 번번이 이걸 어떻게 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동교동계 출신의 한 의원도 “이번에 예고편을 너무 세게 봐서 다들 질렸다”라고 말했다. 특히 참여당과의 협상은 뒤끝이 좋았던 적이 없다는 정서가 민주당 내에 넓게 퍼졌다.

민노당은 정치협상 방식 선호

민주당 내 진보파 모임인 ‘진보행동’에 속한 한 전직 의원은 당내 기류와 고민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제는 선거 연합 방식의 수명이 다한 것 같고, 단일 정당론을 내세울 때 아니냐는 논의가 모임 내에서 나온다. 문제는 대선이다. 총선만이라면 독자 돌파까지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총선에서 야권이 아름다운 연대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 같은 선거 연합 방식으로는 그게 참 어렵다.”

민노당은 야권연대 테이블이 열리기 전(2009년)부터 중앙당 차원의 정치 협상 방식을 선호하는 기류가 강했다. 민주당이 선호하는 단일 정당론과는 전혀 다르고, 참여당이 내놓는 ‘선 여론조사·후 정치 협상’ 방식과는 절반만 겹친다.

문제는 정치 협상에서 성과를 올릴 주도권을 쥘 수 있느냐다. 얼마 전까지 민노당에서 핵심 당직을 맡았던 한 인사는 “내년 선거를 지금 야권 구도대로 치르기야 하겠어요?”라고 되물었다. 새 진보 정당 건설 논의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진보 정당이 모두 한 지붕 안으로 들어오고, 거기에 시민사회가 대규모로 결합해서, 민주당과 한 테이블에 앉아서 얼추 협상이 가능한 덩치를 만드는 게 선결 과제이다. 그런 다음에야 정치 협상도 의미가 있다.”

야권연대 당사자이면서 최근 몇 번의 테이블에서 한발 물러섰던 진보신당은 집안 사정이 시끄러워 연대 방식을 고민할 겨를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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