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아리랑(강원 무형문화재 제1호)’ 유적지로 알려진 아우라지(정선군 여량5리) 물가에 나서자 어디선가 구성진 아리랑 가락이 들려오는 듯했다. 물소리인가, 바람 소리인가 귀 기울여보니 환청이 아니었다. 실제로 누군가 부르는 느릿하면서 아련한 아리랑 가락. 그 소리에 이끌려 강둑을 넘어서자 반듯한 건물이 나타났고, 간판을 보니 ‘정선 아리랑 전수관’이었다.

이곳의 터줏대감은 홍동주 정선 아리랑 전수단장(62). 그는 10년째 이곳에 머무르며 거의 매일 정선 아리랑을 부른다. 마음먹고 예약한 뒤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기자처럼 ‘저도 모르게 찾아온’ 여행객들에게 정선 아리랑의 멋을 육성으로 들려주는 것이다. 

정선아리랑전수관 제공
그도 처음부터 정선 아리랑의 멋에 빠진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정선 아리랑 소리를 들었지만, 온몸이 가락을 따라 움직인 것은 서른이 넘어서였다. 1977년 제1회 태백문화제에 나가 정선 아리랑을 부른 뒤, 그날 이후 입에 달고 살아온 것.

30년을 넘게 부른 정선 아리랑이지만 그도 아직 모르는 가사가 숱하다. “정선 아리랑의 역사는 600년이 넘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발굴된 가사가 1500곡이 넘는다. 일설에는 2000곡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모든 곡을 다 불러보는 게 꿈이지만, 1000곡을 부르는 데도 온종일이 걸리는지라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선으로 피신한 고려 충신들이 망국의 한을 담아 불렀다는 역사성 때문일까. 가사들은 하나같이 애절하고 구성졌다. 그 중 몇 곡은 저절로 웅얼거리게 되고. “눈이 올라나/비가 올라나/억수장마 질라나/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 매주 수요일 전수관에 가면 무료 강습을 받을 수 있고, 따로 ‘예약 강습’도 한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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