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한국 땅” 말했다 곤욕치른 일본 양심
  •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 호수 186
  • 승인 2011.04.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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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도 독도가 한국 영토라고 말하는 양심 세력이 있다. 이들은 사회적 지위를 박탈당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양심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우익 세력은 호시탐탐 독도 상륙 기회를 노린다.
NHK·〈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독도를 자국의 고유 영토라고 기술한 중학교 공민(일반사회)·지리·역사 교과서 등 12종 사회 교과서가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비교적 짤막하게 보도했다. 요즘은 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기사만으로도 지면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2005년 3월16일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명칭)의 날’(2월22일)을 제정했을 때에도 한국 언론들은 ‘제2의 한국 찬탈’ ‘한국의 광복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대서특필했지만, 일본 언론들은 〈라이브 도어〉라는 신흥기업이 후지TV 주식을 매수하는 소동을 집중 보도했다.

ⓒ연합뉴스독도를 자국의 고유 영토라고 기술한 일본 중학교의 사회와 역사 교과서들. 이 책들은 내년 4월부터 사용된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대다수 일본인은 다케시마가 어디에 위치한 섬인지도 잘 몰랐다. 예컨대, 당시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다케시마가 ‘일본 영토인지, 한국 영토인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한국 영토라고 대답한 사람은 3%였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각 지방의 교육위원회는 올여름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지리·공민·역사 교과서 중에서 한 종류를 채택해 관할 중학교에 통보한다. 그러면 일선 중학교는 내년 4월부터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 ‘한국이 다케시마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의 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세뇌 교육은 중학교에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문부과학성은 작년 3월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표현을 담은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또 2009년에는 고등학교 교과서 학습 지도 요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모든 초·중·고교 학생들이 일제히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세뇌 교육을 받게 된다.

학교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다. 일본 외무성은 4월에 발표하는 〈외교청서〉 2011년 판에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분명히 못 박을 방침이다. 7월에 나올 〈방위백서〉에도 똑같은 내용을 넣을 예정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독도는 한국 영토’라고 말하는 양심 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호리 가즈오 교토 대학 교수는 1987년 〈조선사 연구회 논문집〉에 기고한 ‘1905년 일본의 다케시마 편입’이라는 논문에서 독도는 한국 영토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호리 교수 “독도는 분명히 한국 영토”

호리 교수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1952년 이른바 ‘이승만 라인’(이승만 대통령이 발표한 ‘해양 주권 선언’에 의해 한반도 주변의 수역에 설정한 해역선)이 선포되자 이를 반박할 역사적·학문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관 가와카미 겐조에게 논문 작성을 의뢰했다. 그 후 외무성 관료들은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 가와카미가 1966년에 작성한 〈다케시마의 역사·지리학적 연구〉를 야전 교범으로 삼아 한국 측과 승강이를 벌여왔다.

교토 대학으로 직접 취재를 간 필자에게 호리 교수는 “가와카미 논문을 읽어보고 학자적 양심에서 그 논문이 하등 역사적·학문적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반박 논문을 집필했다”라고 말했다. 논문의 요지는 “독도가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조선이 일본보다 200년 빠르며, 조선은 15세기부터 독도에 대한 영유 의식을 갖고 있었다. 메이지 정부의 다이조칸(太政官:지금의 내각)도 1877년 다케시마가 일본의 영향력이 미치는 판도 외라고 인정했다. 러일전쟁 때의 군사 야욕이 일본의 다케시마 편입을 부추겼다”라는 것이다.

ⓒAP Photo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2005년 3월16일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자 우익단체 회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와카야마 요시부미 논설주간도 2005년 3월 ‘다케시마와 독도’라는 칼럼에서 “일본은 큰맘 먹고 독도를 한국에 양도하고, 한국은 독도를 우정도로 명명하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했다. 한국은 그 대신 독도 주변의 일본 어업권을 무기한 인정해주고, 다른 영토 분쟁에서 일본을 지지할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다른 영토 분쟁’이란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북방 영토 문제와, 중국과 일본 사이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을 말한다.

 나이토 세이추 시마네 대학 명예교수도 월간 〈세카이(世界)〉(2005년 6월호)에서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은 허구’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의 와카야마 논설 주간이 우익 세력으로부터 매국노라는 공격을 받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일본의 양심 세력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교과서 검정 계기로 공세 펼치는 우익 세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에 일어난 ‘도이 의원 사건’이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인 도이 류이치 중의원 의원은 지난 2월2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기독교 의원 연맹 모임에서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즉각 중지하라’라는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자민당을 비롯한 우익 세력이 “집권당의 현직 국회의원이 내각의 방침을 무시하고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문서에 서명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매국 행위다”라고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더불어 금배지도 내놓으라는 압력이 거세다. 이에 따라 도이 의원은 민주당의 정치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임하고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직 목사이기도 한 도이 의원은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다. 그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국익을 의식하는 한편 한·일 간의 진정한 화해를 실현하기 위해 풀뿌리 운동을 계속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반면 일본의 우익 세력은 이번 교과서 검정을 계기로 독도 문제뿐 아니라 북방 영토,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움직임이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는 중의원 시절 자민당의  극우 모임인 ‘세란카이’ 멤버들과 함께 간사이 대학 모험부 학생들을 동원하여 센카쿠 열도에 등대를 설치한 바 있다.  

이시하라는 또 운수장관 시절 우익 세력을 동원해 독도 상륙을 결행하려다 이를 알아챈 당시의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가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시하라를 비롯한 우익 세력은 지금도 독도 상륙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그들은 “특공대가 독도에 상륙하려다 한국 해군이나 해양 경찰에 나포되면 자위대가 즉각 출동하라”고 얘기한다.

교과서 검정 문제로 한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일본 정부는 “한국의 지진 피해 돕기 운동과 교과서 검정은 별개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겉과 속이 다른 일본과 일본인들의 이중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해프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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