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장난하냐고 뭐라 하시면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최근 벌어진 상황이 이해 난망이었다. 물론 분노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겠다. 나 또한 이소라·박정현의 열창에 깜박 넋을 잃었던 한 사람이다. 그래서 담당 PD가 범한 순간의 오판이 더 안타까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가수다>에 쏟아지는 비판의 과잉이 불편해졌다. 언제부터 예능 프로그램이 ‘공정 사회’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됐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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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인가. 돌이켜보면 고위직 인사에서 입학사정관 제도에 이르기까지, 지난 몇 년간 이 정부가 공정한 룰을 세우겠다며 벌인 일마다 특혜 시비 내지 현대판 음서제 논란의 온상이 되곤 했다. 그러니 예능 프로그램에서라도 공정한 룰이 제대로 관철되기 바라는 열망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한 탤런트가 해병대에 입대한다고 온 나라가 환호작약하는 거나, <나는 가수다>가 하루아침에 만신창이가 되는 거나 저변에 깔린 민심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조금은 서글퍼진다. <나는 가수다> 담당 PD를 하차시킨 방송사 사장이 사회 비판에 앞장서온 프로그램들을 폐지시키고, 제작진을 이산가족 만드는 동안 우리 대다수는 별일 없이 살아왔다. 국가보안법은 머나먼 남 일이고, 국세청은 본래 그런 종자들이니 관심 밖이라는 식이다. 우리는 어쩌다 만만한 것에만 분노하게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