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10년간은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라 불렸다. 전 세계 27개국에서 원자력발전소 443기가 가동 중이다. 설비용량만 37만7750GWe였다.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14%를 원전이 담당했다. 하지만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독일은 즉시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시한 연장안을 3개월간 유보했다. 스위스가 3월15일 새 원전 교체안을 보류한 데 이어, 중국도 신규 원전 건설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서 화석에너지의 대체재로 각광받던 원자력 에너지에 또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세계원자력협회(WNA) 기준에 따르면 현재 원자로 수는 미국이 104기로 1위. 프랑스(58기), 일본(55기), 러시아(32기)에 이어 한국(21기)이 5위다. 전체 발전량에서 핵에너지 비중은 프랑스가 75.2%로 가장 높고, 우크라이나(48.6%)와 한국(34.8%)이 그 다음이다. 일본(28.9%)이 뒤를 잇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나라가 주목하는 건 중국이다.

ⓒAP Photo 프랑스 리옹 시 인근 뷔제 원자력발전소 앞에서 3월15일 ‘원자력 이용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은 1990년 친산 1호기를 설치한 이후 전력 수요가 많은 연해 지역에 원전을 꾸준히 건설해왔다. 원자력 의존율이 전체 발전량의 1.9%에 불과하고 개수는 13기(9위)에 그치지만, 현재 건설 중인 것만 27기로 전 세계에서 준공 중인 62기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앞으로 시공 계획 중인 것도 50기다. 2010년 7월, 중국 국가에너지국의 장빙 국장은 ‘신에너지 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원자력 설비 용량 목표를 기존 4000만㎾에서 8000만㎾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풍력에너지·태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에 들이는 총 5조 위안 중 1조 위안을 원자력 에너지에 쏟겠다는 계획이다.

이웃한 우리나라가 긴장하는 건 이 때문이다. 앞으로 우후죽순 들어설 중국 원전에서 혹여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다면? 지진의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지난 1976년 중국 동북부에서 25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7.5의 지진은 홍옌허 원자력발전소에서 300㎞ 떨어져 있었다. 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기획부장은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나면 방사성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올 것이다”라고 관측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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