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버니 씨(48)는 일본에서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고향 스코틀랜드에서 라디오로 처음 접했다.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이바라키와 후쿠시마 등지에서 함께 일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었다. 이들의 신변이 걱정됐다. 그러나 곧 원자력발전소에 생각이 미쳤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원자력발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줄곧 문제의식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린피스 반핵국장을 지낸 션 버니 씨는 영국 킹스 대학에서 동아시아의 핵무기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유엔과 평화단체에서 핵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1999년 프랑스에서 플루토늄을 실은 선박이 대한해협을 통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로 이동한다는 소식에 그린피스 활동가 자격으로 한국·일본 환경단체와 연대해 수송을 저지했다. 민간 핵폐기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시사IN 백승기션 버니 씨는 민간 핵폐기 컨설턴트로 활약 중이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위험을 예견했나?
원자력자료정보실(CNIC) 같은 일본 단체는 핵 원자로가 지어지기 전인 1970년대부터 지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강조해왔다. 2007년 니가타 지진 당시 가시와자키 가리와 발전소에서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가는 등 위험이 잇따랐지만 도쿄전력(TEPCO)은 고의로 증거를 왜곡하고 위험성을 은폐했다.

사고를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했나?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원전의 폭발 장면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충격적이었다. 원전 가동 중단 후, 도쿄전력은 냉각펌프를 가동할 전력을 상실했다. 냉각재 누출 사고가 일어날 때 전력 수급이 안 되면 짧은 시간에도 핵연료봉이 녹는 걸 포함해, 대단히 위험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압력 형성을 제어하는 장치까지 고장이 났고 결국 방사능 유출로 이어졌다. 후쿠시마의 재앙은 세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본은 세계 유일의 피폭국인데도 원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도쿄전력 같은 거대한 에너지회사는 정부 보조 아래 막대한 세금을 들여 원전을 지었다. 이번 사건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한계를 나타냈다. 감시 역할보다 위험한 핵기술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오히려 독려해왔다는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일본 핵 개발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로 핵 기술이 안전하다는 믿음도 문제지만, 경시하는 태도가 더 문제다. 원전 건설 지역의 반대 의견이 쉽게 무시된다. 정부는 태생적으로 경계 너머의 사실을 말해주지 않고, 이는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원자력은 이미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다른 대안이 없지 않은가?
원자력 산업을 찬성하는 쪽은 후쿠시마 원자로가 오래된 연식이라 문제고, 새것은 더 안전할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원자력 에너지는 인류의 미래 에너지를 책임지기에 태생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후쿠시마에 여섯 기의 원자로 대신 풍력발전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고가 발생했다면 마찬가지로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전 세계를 두려움으로 몰아넣진 않았을 것이다. 선택은 간단하다.

원전을 운용 중인 한국에 하고 싶은 말은?
후쿠시마 사건은 원자력 국가에 주는 끔찍한 경고다. 한국도 핵 발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내게 많은 영감을 준 한국의 환경운동가들이 핵 프로그램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체르노빌 재앙 25주년인 올해, 우리 모두 끔찍한 기억을 되살렸다. 미래가 없는 기술에는 미래가 없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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