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까지 포함해, 핵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해내기 시작한 50여 년 동안 인류는 중대 방사능 유출 사고를 모두 세 번 겪었다.

첫 번째 사건은 1979년 3월28일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의 가압형 경수로 2기 가운데 2호기에서 일어난 5등급 방사능 유출 사건이다. 가동을 시작한 지 4개월을 넘기지 않은 신생 원자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난 직접적 원인은 ‘운전원의 실수’였다. 한 운전원이 원자로 안에 이상이 생겨 자동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긴급노심냉각장치(ECCS)를 한동안 멈추게 만든 것이다. 이후 원자로 안의 온도가 급상승해 이번 후쿠시마 사고처럼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 용융 현상이 일어났다.

사고가 일어난 2~3일 후 상공에서 찍은 체르노빌 원전 모습. 폭발의 흔적이 생생히 남아 있다.
다행히 녹아내린 노심이 격납용기를 뚫기 직전에 냉각펌프가 작동해 그나마 피해를 줄였지만, 이 사고로 주위 주민 20만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뚫리지는 않았지만 크게 손상된 2호기를 정화하는 데에도 최소 10년, 10억 달러라는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미국은 당시 계획 중이던 129기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이미 짓고 있던 53기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취소했다. 미국의 이런 ‘원전 경계’ 기조는 지난해 2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원전 건설 재개를 선언하기 전까지 지속됐다.

하지만 1986년 4월26일 소련(현재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에 비하면 스리마일 사고의 피해는 경미해 보일 정도였다. 체르노빌 원전의 원자로 총 4기 가운데 1983년부터 운전을 시작한 4호기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터빈 기능 실험 도중 발생한 뜨거운 수증기가 감속재로 쓰이던 흑연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벌어졌다. 대규모 화재와 폭발로 인해 핵연료의 방사성 물질이 일파만파 퍼져나가, 체르노빌 사고는 세계 원전 사고 기준상 최고 등급인 7등급을 기록했다.

체르노빌 원전에서 사고가 터진 이후 화재를 진압하는 데에만 열흘이 걸렸고, 방사능 물질을 차폐하기 위해 헬리콥터 30대를 동원해 납 2400t과 진흙 1800t을 쏟아부었다. 초기 대응 과정에서만 56명이 죽었고 이후 정화 작업에 투입된 작업자 22만6000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 사고 당시 발생한 방사능 낙진은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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