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 가짜여도 남은 ‘장자연 리스트’의 진실
  • 주진우 기자
  • 호수 183
  • 승인 2011.03.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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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바 '장자연의 편지'는 재소자인 전 아무개씨의 자작극으로 결론났다. 이걸 근거로 수사당국은 '추가 수사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편지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여전히 '장자연 리스트'의 진실은 묻혀있다.
여배우는 절박했다. 장자연씨는 생전에 전 매니저 유장호씨에게 “저는 힘없고 나약한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여배우는 죽음으로 세상에 전했다. 돈과 권력의 노리개로 살아야만 했던 여자 연예인의 비극과 뒤틀린 연예계 관행을. 사실상 유서가 된 앞서의 글에서 그녀는 소속사 김종승 대표(예명 김성훈)에 의해 술자리·잠자리 접대를 강요당했고, 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접대 대상은 유력 일간지 사장 등 언론사 임직원과 PD 등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유서 끝에 주민번호를 남기고 서명을 했다. 그리고 지장을 찍었다.

그녀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고양이 두 마리에게 벽을 타고 놀라며 만들어준 줄을 보면 목을 매달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그리고 결국 그 줄에 목을 매고 말았다. 우울증 약을 한 움큼 입에 털어넣은 상태였다. 2년 전 3월7일에 일어난 일이다.

   
 

경찰은 여느 연예인 사건처럼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사건을 종결지으려 했다. 하지만 성 상납 내용을 담은 장씨의 유서가 세상에 나오자 여론은 폭발했다.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유족은 장씨를 성 접대에 나서게 한 김종승씨와 유력 언론사 사장 등을 성매매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현 경찰청장)은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라고 큰소리쳤다.

리스트에 오른 ‘핵심 인물’ 부르지도 않아


하지만 수사는 초반부터 갈피를 잡지 못했다. 먼저 장씨에게 성 접대를 강요했다는 김종승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경찰은 김씨가 기자들을 만나 언론 플레이 하고 다니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성 접대를 했다고 지목된 장소인 김씨의 서울 삼성동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것도 언론 보도가 나온 뒤였다. 경찰은 유력 인사를 포함한 수사 대상자의 신원과 혐의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해놓고는 나중에는 “실수였다”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이 문건에 등장하는 유력 언론사의 전 대표로부터 두 차례 전화를 받았다는 기사도 나왔다.

경찰 수사는 요란했다. 41명으로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27곳을 압수 수색했고, 통화 내역을 14만여 건 조사했다. 들춰본 계좌와 신용카드 조회 건수도 955건에 이르렀다. 참고인 총 118명을 조사했는데, 기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장자연씨 메모를 공개한 매니저 유장호씨를 병실에서 인터뷰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인터뷰를 돕기 위해 기자와 병실에 함께 간 지인도, 병원 앞까지 데려다준 지인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기자의 지인을 병원 앞에서 태우고 돌아간 지인의 조카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카의 친구들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장자연씨가 2009년 2월28일 작성해 전 매니저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문건. 오른쪽 문서는 장자연씨 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씨 경찰 조서.

그런데 정작 수사가 핵심으로 향하지는 않았다. 장씨가 성 접대를 했다고 지목한 일간지 사장에 대한 경찰 조사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경기경찰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워낙 힘이 있는 분이어서 성 접대 의혹만으로 쉽게 부를 수만은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분당경찰서의 한 수사 담당자는 “(문건에 언급된) 언론사 사장을 부르지 않고, (사건을 보도한) 취재 기자를 부른다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다는 것을 우리도 잘 안다. 우리 사정도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스포츠 칸>이 이른바 ‘왕첸첸의 편지’를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었다(23쪽 딸린 기사 참조). 최근 공개된 ‘장자연 편지’ 진위 논란의 핵심에 선 전 아무개씨(31)가 당시 <스포츠 칸>에 편지를 보낸 당사자였다. 보도 직후 수사관들이 전씨가 수감되어 있는 부산교도소로 급파됐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한 관계자는 “전씨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고 편지 제출을 거부했다. 전씨가 ‘또라이’여서 전혀 신뢰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반면 전씨는 경찰이 수사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며, 분당경찰서장과 수사 경찰관 3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2010년 8월 대구지검 의성지청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은 전씨는 “수사가 지체되고 경찰이 장자연 관련 문서를 회수하려고만 한다는 느낌을 받아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나에게 경찰 외에 다른 외부 지인들에게 반출된 것이 있느냐고 하며 이를 반복적으로 물어봐서 경찰한테는 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경찰이 요구해 A4 용지 13장 분량을 자필로 작성해 넘겨주었다”라고 증언했다. 전씨는 검찰에 편지를 제출했다. 검찰은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경찰, 유언 무시하고 ‘산 사람’ 말만 믿어


2009년 7월10일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었다. 경찰은 다섯 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성 접대 의혹은 아예 빠져 있었다. ‘<조선일보> 사장’ 등 술자리에 참석했다고 문건에 언급된 10여 명의 이름 또한 모두 빠졌다.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은 김종승씨와 유장호씨만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는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장자연이 작성한 문서에 ‘<조선일보> 사장’이라는 기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피의자가 장자연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거나, 성매매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해자 장자연이 작성한 문서에 ‘술 접대 강요’라는 문구가 있기는 하나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결국 방상훈 사장은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장씨가 죽음으로 말하려고 했던 술 접대·성 접대 의혹은 아예 사라져버렸다. 장씨와 함께 접대에 나선 장씨의 후배 연예인 윤 아무개씨가 술자리 좌석 배치까지 그려가며 접대 사실을 증언했지만 무시되었다.

한 현직 검사는 “유언은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증거다. 장씨의 유언을 뒷받침할 증거와 증인도 있었다. 그런데 수사에서는 장씨의 유언을 무시하고, 접대가 없었다는 김종승씨의 주장만을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한 현직 판사는 “장자연씨 말대로 폭행이 있었고, 술자리가 있었다. 함께 술 접대를 했던 동료 여배우도 있었다. 성 접대 의혹은 충분히 재판에서 다퉈볼 문제였는데 검찰이 기소를 안 해 재판에 올라오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검찰이 이렇게 나온 데는 <조선일보>의 힘이 절대적이었을 거라며, “<조선일보>가 세긴 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를 종료하기 이틀 전에 방상훈 사장을 코리아나호텔에서 조사한 것으로 안다. 수사는 다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CCTV가 있다고 해도 성 접대 의혹을 규명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결국 수원지법은 장씨 소속사 대표 김성훈씨와 전 매니저 유장호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160시간씩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한다. 김씨는 장자연씨를 손바닥과 페트병 등으로 때리고,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고인을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협박한 혐의 등으로 유죄를 받았다. 유씨는 장씨가 자살한 후 수차례에 걸쳐 ‘장씨가 술 접대·성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문건이 있음을 언론을 통해 암시함으로써 장씨와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유죄로 인정됐다.

   
ⓒ뉴시스
서울 삼성동 장자연씨 소속사 빌딩. 1층은 와인바, 2층은 사무실, 3층은 침실과 욕실이 갖춰져 있었다. 장씨는 편지에서 3층에서 접대가 수없이 이루어졌다며, 그 내부를 자세히 설명했다.

묻힐 것만 같았던 여배우의 ‘한’은 2년 만에 되살아났다. 2009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장자연 리스트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리스트에 <조선일보> 방 사장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 아니냐”라고 발언했다가, 조선일보사로부터 민·형사 소송을 당했다. 그 뒤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전 아무개씨가 ‘장자연의 생전 편지’라며 재판부에 보낸 문건 230여 쪽의 존재가 포착됐다. 장씨 유족들이 김씨 등을 상대로 낸 소송 기록을 뒤지던 중 이 편지를 찾아낸 안상운 변호사는 “내용을 보니 편지가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들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처음부터 전씨를 정신 병력이 있는 이상한 사람으로만 몰고 가려 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기록이 접수됐다면 편지를 제대로 조사해보는 것이 먼저인데, 경찰·검찰이 전혀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달라진 대응


이 편지가 SBS에 의해 보도된 것이 지난 3월6일이다. 그 뒤 재수사 여론이 비등하면서 정치권, 경찰, 언론 곳곳이 발칵 뒤집혔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곳이 <조선일보>다. 사주의 이름을 거론하는 인사·단체에 대해 민·형사 소송으로 맞섰던 2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지면을 통한 적극적·공격적인 대응을 선택했다. “장자연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 평소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조선일보> 사장’으로 부른 게 오해 불러”(3월9일자 사회면), “김(종승)씨 스케줄 표에 등장하는 ‘SBS 사장’도 계열사 SBS 프로덕션 대표를 잘못 쓴 것”(3월10일자 사회면)이라는 기사가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나아가 국내 대부분 언론사가 2년 전 사건 당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알고 있는데도 또다시 ‘교묘한 방법으로’ <조선일보> 사장 관련설을 들먹이고 있다며, 여기에는 “우리 언론 내부의 이념적 갈등과 경쟁 관계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해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2년 전 상황은 어땠을까. 당시 경찰 조서를 보면 장자연씨는 마지막 남긴 문건에서 <조선일보>를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나와 있다. 매직으로 지워진 문건 첫 머리 부분을 경찰은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파악했다. 2009년 7월7일 분당경찰서에서 있었던 김종승씨 신문 조서다.

ⓒ뉴시스
장자연씨 남자 친구 전 아무개씨가 공개한 장씨의 편지들. 경찰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경찰: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 사장의 룸살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종승: 저는 <조선일보> 방 사장을 본 적도 없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릅니다.

경찰: ‘그 후 몇 개월 후 김성훈 사장이 <조선일보> 사장 아들의 술 접대 자리를 만들어 저에게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시켰습니다’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종승: 제가 장자연과 같이 <조선일보> 사장의 아들과 룸살롱에 동석을 하였던 것은 사실이나 술 접대를 강요한 적은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3월9일자 기사에서 “장씨가 쓴 ‘<조선일보> 사장’은 조선일보사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의 전 사장인 것으로 명백히 확인됐다. 장씨가 문건에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쓴 것은 자신에게 성 상납을 강요한 연예기획사 대표 김모 씨(42)가 평소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그냥 ‘<조선일보> 사장’으로 불렀기 때문이었다. 장씨가 ‘<조선일보> 사장’으로 알았던 사람은 실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었다”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종승씨의 비서였던 심 아무개씨가 작성한 스케줄 표에는 ‘2008. 7. 17. <조선일보> 사장-오찬’이라고 기재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 방 사장은 이날 다른 일정에 참석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주소록에 있는 박 아무개씨 관련 대목에 ‘<조선일보> 사장 소개’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도 김씨는 “<스포츠조선> A사장을 지칭하는데 비서가 잘못 기재한 것이다”라고 진술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씨는 또 2007년 10월 중순경 A사장과 장자연과 함께 중국집에서 술을 함께 마셨다고도 증언했다. 김씨와 A사장 간에 오간 다수의 통화내역도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A <스포츠조선> 전 사장은 <조선일보>의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현재 모 대학 총장으로 있는 그는 비서를 통해 “장자연 사건이나 리스트는 나와 아무 관련이 없다. <조선일보> 기사는 오보다. 사건이 터진 당시에는 이미 <스포츠조선> 대표직을 떠난 상태였다”라고 공식 의견을 밝혔다.

당시 경찰 조서에는 김종승씨가 장자연씨에게 A 전 사장을 소개하는 대목이 나온다. 다음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중국집에서 있었던 A 전 사장, 장자연씨의 첫 만남을 추궁하며 오간 문답이다.

경찰:당시 장자연에게 A사장을 누구라고 소개하였나요?

김종승:<스포츠조선> 사장이라고 분명하게 소개를 하였습니다.

<조선일보> 보도와 달리 A씨를 ‘<조선일보> 사장’이 아닌 ‘<스포츠조선> 사장’이라 소개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3월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A씨를 이렇게 두둔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내부 사정에 밝은 제보자를 통해  <스포츠조선> 사장은 장자연 사건이나 리스트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조선일보> 사주 일가와 저녁 술자리를 했다는 제보자로부터 ‘그 자리에 장자연씨가 함께 있었고, 분위기로 보아 장씨가 (사주 일가와) 익숙한 파트너였던 것으로 보였다’는 말을 들었다.”

   
ⓒ뉴시스
장자연씨는 꽃 같은 여배우들이 불행하게 사는 이유를 죽음으로 고발했다. 2009년 3월9일 있었던 고 장자연씨 발인.
경찰 조서에 따르면 장자연씨 사건에는 또 다른 <조선일보> 관계자의 이름도 등장하는데, 방상훈 사장의 아들 B씨가 그 사람이다. 김씨는 2008년 10월28일 밤 10시께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 유흥주점에서 방상훈 사장의 아들 B씨, 한 아무개씨 등과 술자리를 가졌다고 증언했다. 이 자리에 장자연씨가 함께했고, 여자 종업원 1명과 마담 1명도 동석했다.

김종승씨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부터 알던 사이’라고 B씨와의 관계를 경찰에서 밝혔다. “한국에 귀국해 <조선일보> 계열사 잡지 회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만나지 못하다가 당일 술자리에서 처음 보았다”라고 했다.

경찰, 자기 발등 찍는 결과 내놓을지 의문

조서에 따르면 이날은 장씨 어머니의 제삿날이었다. 장씨를 술집에 태워준 매니저 김 아무개씨의 진술에 따르면, 장씨는 어머니 제삿날에도 김씨의 강요로 술 접대 자리에 불려나가게 되자 차 안에서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술집에 가기 전 장씨는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했고, 회사 육 아무개 실장으로부터 “너 머리 사진이나 카메라로 찍어놔”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장씨가 소속사와 맺은 계약서에 따르면 회사는 공식 활동에 따른 미용비에 대해 비용 처리를 해주게 돼 있었다. 김종승씨는 “나와 함께 행동했기 때문에 미용비를 지급해주었다”라고 증언했다.

이날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술자리가 끝난 10월29일 새벽 1시22분 김씨는 장씨에게 ‘직원들 앞에서 말조심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김종승씨는 이날 만남이 유흥주점에서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장씨에게 노래나 춤을 시키거나 술을 따르는 행위를 시키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날 술자리에 동석했던 종업원은 “장자연도 같은 술집 접대부인 줄 알았다”라고 증언했다. 접대부와 거의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술자리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B씨를 조사했는지에 대해 경찰은 “밝힐 수 없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아는 바가 없다”라고 했다.

장자연씨 사건이 다시 불거지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경찰의 자존심을 걸고 철저히 수사하겠다”라고 말했다. 경기경찰청은 3월9일 범죄심리 분석관 등 50여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수사팀을 꾸렸다. 2년 전 장씨 사건에 참여했던 수사 인력이 거의 모두 차출됐다. 경찰이 자신의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3월10일 경찰은 전씨의 교도소 방을 압수 수색하고, 편지봉투에서 조작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한 수사 관계자는 “정확한 내용은 국과수의 감정이 나와야 알겠지만, 신문 기사를 보고 전씨가 상상해서 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교도소에 혼자 오래 있으면 미친 짓을 하는 사람이 꼭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종걸 의원은 “지금까지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사건의 내용 일부를 언론에 흘려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당장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처음부터 언론 플레이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2년 만에 다시 열린  ‘판도라의 상자’는 또 이렇게 묻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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