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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의 수다

안은주 기자 anjoo@sisain.co.kr 2008년 01월 14일 월요일 제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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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별러 전화를 건 것 같은데, 막상 기자가 전화를 받자 그는 바싹 긴장했다. “저는 가판대 독자인데요, 창간호부터 사 본 <시사IN>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라고 하면 보낼게요. 가판대 독자도 독자죠?”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독자와의 수다’ 코너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기자들이 정기 구독자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코너이지만, 이번 호까지만 자발적으로 나선 가판대 정기 독자와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이건혁씨(25), 그는 정치와 시사 이슈에 유독 관심이 많다. 그는 “감동을 주는 정치인이 없고 늘 ‘그 밥에 그 나물’이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알아야 잘살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 국민은 먹고사는 데 급급해 정치와 시사 이슈에는 관심이 없고, 그로 인해 먹고사는 문제에 더 집착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야 위정자들이 제 맘대로 못하는데, 무관심으로 일관하니 위정자들이 더 제 맘대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시사IN>을 좋아하는 까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언론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9·11 테러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며 한국 언론의 속성을 눈치챘다고 한다. ‘우리 왕이 살해당했다’는 투로 대성통곡하는 조선일보를 보며 의아스러웠다고 한다. 미국이 그렇게 정의로운 나라가 아닌데 한국 언론이 왜 그렇게 대성통곡을 할까 싶었단다. 이씨는 그 뒤부터 다양한 언론 매체를 고루 챙겨 보는 습관이 생겼다. “보수 일간지는 ‘정글 자본주의’라는, 자기들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근거만 들이댄다. 정보를 왜곡하는 것이다.” 보수 일간지에 대한 그의 일침이다.

평소 논리적이고 똑똑한 사람들조차 정치 문제만 나오면 판단을 거부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이씨는 한마디했다. 그는 “군사 정책만 놓고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좌파가 아니라 ‘꿈과 희망의 군국주의자’다. 앞에서는 웃으며 북한과 악수했지만, 뒤로는 육군뿐 아니라 해군?공군의 전력을 늘리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참여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전부 좌파 정책으로 몰렸다. 이런 식으로 어떤 현상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편파로 몰아세우는 것은 스스로 ‘정치적인 개’가 되는 길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세상 돌아가는 것을 고루 알아야 ‘정치적인 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씨는 정치나 시사 이슈일수록 다양한 언론 뉴스를 참고해 스스로 판단한다고 한다.

이건혁씨와의 수다는 매우 길었다. <시사IN>에 대한 그의 촌평과 당부는 기자들에게 따로 전했다. 통화 말미에 그가 한마디했다. “기자와 처음 이야기해보는데, 기자도 농담할 줄 알고 편하네요”. 기자는 ‘뿔 달린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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