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씨’ 무릎 꿇고, MBC 무릎 꿇게 해
  • 임지영 기자
  • 호수 182
  • 승인 2011.03.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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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신의 비애라면, 살면서 누군가의 ‘속알머리’ 볼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주로 올려다보는 신세이다. 그래서 기억한다.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 때 고개 숙여 사과하던 그. 

숨겨진 속알머리를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3년 만이지만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선다. ‘생명에는 영향이 없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노인성 질환’이라는 무릎관절염 때문이다. 칠순을 앞둔 대통령, 무리가 갈까 등산도 삼가야 할 연세에 무릎까지 꿇고 고개를 숙였다.

조간신문을 도배한 대통령의 ‘무릎 꿇고 기도’ 자세가 화제다. 3월3일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영부인과 함께 기도하는 사진이 공개된 것. 두툼한 방석도 없이 붉은 융단에 그대로 무릎을 댄 대통령의 기도 자세는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이로서는 영 보기 불편한 장면이었다.

   
기도회를 이끈 길자연 목사는 “국부(國父)가 겸손히 무릎 꿇는 게 정말 대단한 용기 아니겠나”라며 의도한 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도가니라고도 불리는 무릎뼈는 몸의 거의 모든 무게를 지탱하는 기관이라고 한다. 대통령도 국가의 많은 걸 결정하는 무거운 자리. 그 중요한 자리에서 참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 금권 선거 논란에 휩싸인 한기총 대표 길 목사의 겸손함도 인상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임 축하 기도회를 갖자는 권유에 공공장소 백악관에서 특정 종교단체의 기도는 적절하지 않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우리의 기도회가 열린 곳은 서울 코엑스. 청와대가 아니므로 패스?

그런데,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가 뭘까. 이 단체는 매년 국가조찬기도회를 주관한다고 한다. 평신도 사역운동을 목표로 한다는데, 대한민국 봉헌하겠다고 나서는 것 아니라면 신앙의 자유는 존중해야 할 터이다.

최고 지도자가 무릎을 꿇는 게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1970년 독일의 브란트 총리도 바르샤바 유태인 강제수용소 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대학살에 대한 반성이었다. 겨울비 내리는 날, 융단은커녕 대리석에 무릎을 댔던 그의 포스가 다시금 빨간 융단 위의 ‘국부’를 생각게 한다. 바야흐로 MB 시대, ‘MB씨’는 <PD수첩>의 연출자 최승호 PD를 비롯한 PD 6명을 전출시켰다. 스폰서 검사 등 굵직한 아이템을 소화하던 팀의 갑작스러운 해체 배경에는 이들이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를 취재 중이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마침 스폰서 검사는 무죄판결. 무릎은 정의가 승리할 거라고 믿어온 순진파들이 꿇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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