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30분 서울 을지로에 있는 외환은행 본점 앞으로 출근. 11시30분께 종로구 내자동에 있는 김&장 법률사무소 앞으로 이동해 대표 변호사 면담 요청과 농성. 다시 외환은행 본점 앞으로 돌아왔다가 오후 5시30분 김&장 앞에서 2차 농성. 그리고 퇴근.’ 2월16일부터 내내 이어지고 있는 장화식(48)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의 하루 일과다.

ⓒ시사IN 안희태
외환카드에서 15년간 일하고 노조위원장까지 지낸 그는 2003년 가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2004년 초 외환카드가 외환은행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해고되었다. ‘35% 정리해고’라는 회사의 구조조정 방침에 저항해서다. 그때부터 그는 회사(외환은행)와 대주주인 론스타 펀드, 그리고 그들 뒤에서 법률 소송을 도맡아 해주며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는 김&장을 상대로 끈질기게 ‘문제 제기’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위해 관련 학자들과 투기자본감시센터를 만들었고, 대한민국의 ‘보이지 않는 권력’으로 군림하는 김&장에 관한 책 〈법률사무소 김&장〉도 썼다.

그는 또다시 천막농성에 나선 이유를 ‘절박감에서’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론스타는 5조원을 챙겨서 떠나게 된다. 론스타의 ‘먹튀’를 막고, 그 뒤에 어떤 투자자들이 있는지 꼭 밝혀서 투기자본이 한국을 농락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의 농성장 주변에는 경찰과 경비원들이 늘어서 있다. 한 경비원은 “저 사람은 애국자다. 요 옆에 나석주 의사 기념 터가 있다. 일제 때 동양척식회사에 폭탄을 던진 사람이다. 저 사람이 바로 현대판 나석주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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