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지난해 12월29일 민노당 중앙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당원들이 당 혁신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흔히 NL과 PD, 또는 민노당식 표현으로 ‘자주파’와 ‘평등파’. 나는 이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다. 굳이 파를 나누자면, 녹색파에 속한다. 그렇다고 강성의 생태 근본주의자도 아니고, 무정부주의자는 더더욱 아니다. 물론 나도 반자본주의와 민중에 대해, 때로는 혁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스탈린주의 지지자가 아니고, 북한 정권을 군벌 독재 체계로 이해하며, 일부 통일 근본론자를 너무 강력한 쇼비니스트, 즉 민족 제일주의의 ‘인종주의’ 혹은 ‘패권주의’라고 비판한다.

재벌이 보기에 ‘골프장 300개’를 반대하는 나는 위험한 사상을 가진 사람일 수 있고, 특히 건설자본이 보기에는 “난개발은 안 된다” “그린벨트는 지키자”라고 사사건건 반대하기 때문에 아주 불편한 존재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한국 우파나 혹은 한국 극우파에게, 절대로 대화할 수 없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좌파나 우파나, 이 사회를 좀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두 개의 다른 시선이기 때문이다. 내가 미흡하게나마 우파와 대화가 가능한 것은, 그들이 내가 ‘친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이렇게 글을 쓰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유럽식으로 따지면 나는 녹색당에 속하는 것이 맞고, 1990년대 철학 논의대로는 신좌파에 해당한다.
한국에는,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환경·여성·문화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와 같은 이른바 시민사회 영역이나 소수자 보호 같은 영역에서 새로운 경제에 대해 고민하고, 문화적 아방가르드를 지지하고, 가난한 사람의 삶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고 알고 있다.

좌파 등에 업고 국회 진출 노리는 주사파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친북 좌파 노선을 채택했고, 이들이 권영길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물론 그것도 민주주의 절차이기는 하다. 그리고 그들을 등에 업고, 솔직히 나도 대화하기가 불가능한 주사파가 이제 국회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 내가 이들을 반대하는 이유는 ‘종북주의자’라서가 아니라, 위험할 정도로 강렬한 극우 민족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노동당 내 논란을 보면, 사회의 생태적 전환과 성 평등,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꿈꿀 수 있는 좌파 정당이 다행히 2008년에는 생겨날 듯하다. 1987년도에 벌어졌어야 할 이 정상적인 분화가 20년 만에 시작되는 셈이다.

한국의 좌파는, 한 번도 자신들이 지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당을 가져보지 못했다. 아직 좌파는 우파보다는 더 따스한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에 대한 청사진을 낼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민족주의 쇼비니스트들과 결별하고 비로소 21세기 한국을 직시하는 신좌파 정당이 등장하면, 다음 번 대선은 지금처럼 ‘땅 짚고 헤엄치기’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든 오세훈이든 만만찮은 좌우 정책 대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신좌파의 진화는 이제 시작된다. 노무현에게 속고 주사파에 기만당한 좌파, 이 치욕의 5년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

기자명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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