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 독자위원들은 끝까지 뜨거웠다. 한겨울 칼바람을 뚫고 〈시사IN〉 회의실에 모인 이들 여섯 명 독자위원은 〈시사IN〉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동안의 리뷰가 망치였다면, 이번에는 송곳이었다. 기자들이 ‘이런 건 모르고 넘어가겠지’ 하고 두루뭉술하게 넘기려고 한 것들을 콕콕 찍어냈다.

독자위원들은 단순히 지적만 한 게  아니었다.  〈시사IN〉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시사IN〉 기획회의에 초대하고 싶을 만큼 세부적인 제안이었다. ‘이태리 장인’처럼 독자위원들이 하나하나 정성들여 지적한 내용들을 살펴본다.

1월10일 열린 제6기 독자위원회 3차 모임에서는 〈시사IN〉 제168~174호까지 리뷰를 진행했다.

ⓒ시사IN 고재열

● 이 표지 디자인 좋았다 vs 이상했다 방연주:김정일 안경에서 폭탄 터지는 장면이 합성된 제170호 사진의 상징성이 좋았다. 제171호 합성사진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친서민의 가면을 벗는다는 느낌은 주었지만, 썩 호감 가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김준영:‘캐리돌(캐리커처를 담아낸 인형)’을 활용했으면 어떨까 싶었다. 좋은 내용에 호감 가는 사진일 때는 실제 사진을 쓰고, 그렇지 않을 때는 ‘캐리돌’을 활용하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진호:직업이 공무원이라 그 표지가 민망했다. 어디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려놓곤 했다. 제172호 표지에서는 3세 시대면 김정은과 함께 이재용 사진이 나왔어야 하는데, 김정은만 나왔다. 이재용씨 초상권 침해 문제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황수형:광화문 앞에 포탄이 떨어지는 제169호 표지 합성사진이 좋았다. 광화문이 서울의 상징이라서 광화문이 불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전쟁이 날 수 있다는 느낌이 확 왔다. 

● 이 커버스토리 좋았다 vs 이상했다 김경희:제168호 ‘부서진 평화’는 한반도 전문기자의 전문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익명의 취재원이 많았지만, 고급 정보를 잘 녹여냈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속내 분석에서 후계 체제 구축과 경제 회생, 국제 환경 적응 따위 요소를 살폈는데, 이것이 북·미 수교와 직결되어 있다는 건지, 연결고리를 좀 더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박진호:화요일 오후에 터진 일인데 북한이랑 미국 내부 속사정, 우리 군의 대응, 그리고 청와대에서 어떻게 지시를 했고,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을 하고, 한나라당 등 정치권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따위를 파노라마 보여주듯 잘 짚어냈다. 방연주:커버스토리 앞에 4쪽에 걸쳐 사진이 들어갔는데 캡션이 산만한 느낌이었다. 빨간 글씨만 들어가도 될 것 같은데, 다른 색 글씨도 있어서 어수선했다. 박진호:전체적인 맥락을 짚은 기사를 먼저 다루고, 현장을 다루는 르포 기사를 뒤에 실은 것이 좋았다. 왜냐면 사람 죽는 얘기가 앞에 나오면 그거밖에 생각을 안 하니까 그렇다. 큰 장기판은 큼직큼직한 말대로 움직이는 건데, 사람은 전투 현장에 나가면 졸밖에 안 보인다. 이렇게 맨 처음에 왕을 놓고 시작하면 크게 보이는 법이다. 박진호:제169호 ‘전쟁은 미친 짓이다’를 보니 한반도 전쟁 시뮬레이션에 대해서 이전에 썼던 내용과 겹치지 않게 하려고 애를 먹었을 것 같다. ‘노무현과 이명박 누가 군 홀대했나’ 기사가 좋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에 실제 투자를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말로 하는 것은 빵빵한데 돈은 안 쓴다는 것이 요지였는데 흥미로웠다.

김경희: 분량 면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다. ‘포토IN’ 사진 ‘불안한 대피소’로 시작해서 7개의 기사가 이어지는데,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었다. 보수 언론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때인데, 전쟁 당위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다른 시각을 열어주었다. 방연주:이 기사 읽을 때 머리를 싸매고 읽었다. 군대 무기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잘 안 읽히더라.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국방비 비교 기사는 명확하게 표로 보여주니까, 쏙쏙 와닿았다. 

김경희:제170호 ‘북핵, 남한 겨누다’에서 북한 핵연료봉을 안 산 이유가 국제 시세보다 비싸기 때문이었다는 증언이 충격적이다. 
박진호:이거 국가 기밀인 거 같은데, 오픈해도 되는 건가? 안 그랬으면 다른 언론에서도 기사화되어야 하는데, 처음 듣는 얘기라. 김준영:이게 과연 사실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사를 믿기가 어렵다. 만약에 그렇다면 한나라당이나 청와대 쪽에 확인을 해서 반론 기사를 썼어야 하지 않나.

김경희: 참여정부 말기에 추진된 일인데 그 당시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왜 어그러졌는지 배경 설명이 더 있었으면 싶었다.  백아란:연평도 사건 터지고 나서 북한 관련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기존 이슈가 다 덮여서 안타까웠다. 민간인 사찰도 그렇고…. 〈시사IN〉에서도 계속 대북 문제만 커버스토리로 다루어서 아쉬웠다. 김경희:제171호 ‘친서민 가면 벗다’에서 사진이 눈에 띄었다. 사진기자의 재치가 눈에 보인다. 기사의 핵심은 날치기가 의도적인 결과라는 것인데, 여러 방면에서 분석을 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표면적으로 복지 예산이 줄었다 늘었다 논쟁만 있었는데, 그중 핵심이 뭔지 정부 의도가 뭔지를 조목조목 잘 짚어줬다. 박진호:아쉬운 점은 이명박 정부가 왜 재정 균형 맞추는 것을 강조하는지 분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을 텐데, 그것을 더 설명해줬어야 했다. 양육수당이나 결식아동 예산 줄어드는 이야기는 워낙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다니는 것이라, 새롭지는 않았다.

백아란:포항 기사 잘 봤다. 신문에서 ‘형님 예산’을 받은 포항과 형님만 말하는데, 포항 시민들을 이야기해서 새로웠다.

방연주:예산안 날치기를 매년 보는데 심의 과정이 어떻기에 이 같은 일이 매년 반복되는지, 해외에서도 이런 일이 빈번한지 궁금했다. 김준영:예산 줄이는 운동을 언론이 해줬으면 싶다. ‘쓸데없는 예산 베스트 10’ 같은 것을 선정해 국민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 좋겠다.  

백아란:제172호 ‘3세 시대’는 커버스토리 들어가는 부분이 눈에 확 안 들어왔다. 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것처럼 해서라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사람들을 좀 더 부각했으면 더 끌렸을 것이다.  

김경희:청록색 글씨가 마음에 안 든다. ‘올해의 인물’이라는 무게감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다. 

김준영:키워드 패러디를 재미있게 봤다. 내가 모르는 게 많았구나, 내가 정말 아저씨가 되었나보다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경제 분야 인물로 이상이 교수와 사회 분야 인물로 김상곤 교육감이 선정된 것은 좀 낯설었다.  김경희:이상이 교수 선정은 좀 이른 듯싶었다. 백아란:인물이 아니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선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인물을 보면 주로 후반기 이슈와 관련된 이들이 많아 보인다. 방연주:최악의 인물은 있는데, 최고의 인물은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 신년 지면개편 ‘대박’

박진호:서점 가서 보는데 신년호(173호) 대박이다 싶었다. 전반적으로 재밌는 뉴스도 많고 연결도 좋았다. 김준영:조국 교수와 이해찬 전 총리 같은 분이 대담할 때 〈100분 토론〉처럼 관심 있는 독자들이 와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방연주:‘잘 놀고 잘 쉬는 법’ 기사 재밌게 읽었는데, 이 사람들은 어떤 계기로 인해서 이렇게 행동을 했는지 그 과정을 좀 더 설명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덜할 수 있도록.

기자명 고재열 기자 (독설닷컴)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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