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 2년만에 비핵화 비용 680억원 추가 부담해야
  • 박주선 (민주당 국회의원·외교통상통일위원회)
  • 호수 173
  • 승인 2011.01.1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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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인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이 MB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분석 글을 보내왔다. 박 최고위원은 기고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 소극적인 사이 남한이 부담해야할 북한 비핵화 비용만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편집자 주)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발걸음이 재다. 북한은 지난 12월20일 방북중인 미국의 빌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고, △사용전 핵연료봉 1만2000개에 대한 매각 의사를 밝히는 등 2년여 중단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두 가지 중요한 양보 조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동행했던 CNN의 블리처 앵커는 1만 2천개의 미사용 연료봉을 인수하는 나라는 남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핵무기 2~3개를 만들 수 있는 미사용 핵연료봉을 매각을 통해서나마 반출하겠다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의 중요한 진전을 이루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비핵ㆍ개방ㆍ3000’정책이 3년만에 한걸음 나아가는 것일까?

기실 북한의 미사용 핵연료봉 매각제안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2006.02~2008.02)을 지낸 박선원 박사의 말에 의하면, 북한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대하면서 핵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영변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무기 2~3개를 만들 수 있는 핵연료봉 수천 개를 모두 남쪽에 팔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제시가격 몇백억 원이 국제 시세의 두 배라며 이를 거절했다(한겨레 2010/12/20). 

   
ⓒ뉴시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왼쪽 두번째)가 14일(현지시간) 앨버커키에 있는 공항에 도착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당시 매입비용은 어느 정도의 금액이었을까? 북한이 보유한 미사용 연료봉은 1만4800여개(5MW 원자로용 2400여개, 50MW 원자로용 1만2400여개)로, 이는 우라늄으로는 101.9t에 해당되며 현 국제 시세로는 1,100만 달러 안팎(126억 5천만원, 1,150원 기준)으로 분석됐다(파이낸셜뉴스 2009/2/5).

정황을 자세히 보자. 한국은 지난 2007년 북한이 보유한 미사용 연료봉을 우리가 구입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안한 바 있고, 북한 역시 이 제안에 반대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의 미사용 연료봉은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매입에 적극적 입장을 표명했다(연합뉴스 2008/6/9). 

이후 우리 정부는 2008년 12월 6자 수석대표회담 합의에 따라 2009년 1월15일 북핵 6자회담 우리측 차석대표인 황준극 외교통상부 북핵기획단장이 이끄는 남측 실사단이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작업 중 하나인 미사용 연료봉 처리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외교부는 “이번 방북은 2008년 12월29일 우리 실사단의 방북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으며 북측이 2009년 1월12일 이를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와 성사됐다”고 했다(2009/1/13 외교통상부 보도자료).

정부 실사단은 4박5일 동안 평양을 방문했으며, 방북결과는 “본부 보고를 마친 뒤 공개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뉴시스, 2009년 1월 19일), 외교부의 방북결과는 이후 어떤 채널로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장두노미(藏頭露尾)’, 진실은 결코 숨겨질 수 없다. 미사용 핵연료봉 매입과 관련된 진술은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의 발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명박 정권의 그랜드 바겐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이 북한의 ‘핵심적 비핵화’인데, 그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미사용 핵연료봉 반출 문제, 둘째 이미 만들어놓은 핵물질의 반출, 그리고 세번째는 원자로 폐쇄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시사IN[170호] 2010/12/13)

결국 말로는 ‘비핵개방3000’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이명박 정권이 핵무기 2~3개를 만들 수 있는 핵연료봉을 제거하는 데 있어 실제로는 대단히 소극적으로 행동해 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무능’을 감추기 위해 외교부의 방북결과조차 숨겨온 것이 이명박 정권의 실체다. 

지난해 11월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합의에 따라 한국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발언권이나 영향력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비용만 부담하게 될 지경에 처했다. 지난 12월30일 일본 ‘교도통신’과 ‘NHK방송’ 등은 일본 외교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IAEA 사찰관을 허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도 함께 밝혔다고 보도했다. 구체적 조건은 미사용 핵연료봉 매입가격으로 북한이 시가보다 5배 정도 비싼 7천만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2010.12.30 VOA). 한화 기준 805억원(1,150원 기준)이다. 2년 전인 2009년 2월 126억여원에 비해 680억원이나 비용부담이 급증했다.

미사용 핵연료봉 매입 가격, ‘국제 시세 2배’에서 ‘국제 시세 5배’로 급등 

단순하게 보자. 2년간 기다림의 대가는 ‘국제 시세 2배’에서 ‘국제 시세 5배’의 비용부담이다. 뿐만 아니다.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11월12일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핵전문가 지그프리트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 의하면 북한은 초현대식 제어실을 갖춘 수백 개의 원심분리기를 새롭게 건설했다. 원심분리기는 핵 폭탄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우라늄235를 분리하는 시설로, 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현재 북한은 원심분리기 2천 대를 갖추고 있다. 북한의 주장대로 연간 8000㎏-SWU 규모의 농축 역량이라면 북한은 연간 최대 2t의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고, 시설을 전환하면 최대 40㎏의 고농축 우라늄을 제조할 수 있다. 이는 매년 핵무기 2개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북한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한겨레, 2010/11/23). 이 시설은 지난 2009년 4월 해커박사의 이전 방북 때까지만 하더라도 존재하지 않던 시설이다. 

북한의 미사용 핵연료봉을 매입하기 위한 남측 실사단이 방북한지 오는 15일로 딱 2년이 된다. 지난 2년 기다림으로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커졌고, 한국의 비용부담은 680억원 늘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은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조건에 조건을 달며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지난 1월5일 북한의 ‘무조건적 대화 재개’ 주장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답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대화의 진정성’을 검토하는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더불어 북한의 핵능력도 커져간다. 

결국 이명박 정권의 기다림의 끝은 비용 증가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주도권 내주기다. 이명박 정권의 기다림의 끝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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