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생태계에 조종 울릴 ‘조중동 TV’
  • 주진우 기자
  • 호수 174
  • 승인 2011.01.1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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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던 종합편성채널 사업자가 선정됐다. 결국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보수 신문사의 방송 입성으로 결론이 났다. 종편은 애초부터 특혜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선정 과정에서 상식은 길을 잃었&
2009년 새해 벽두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미디어법을 두고 격하게 대치했다. 미디어법을 밀어붙이려는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를 장악하고 있었지만, 국민 정서가 좋지 않다는 게 부담이었다. 미디어법 진행이 지지부진해지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조·중·동) 등 보수 신문은 지면에서 한나라당에 법안을 날치기 처리할 것을 훈수한다.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조·중·동은 국회의장 탄핵을 들먹이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미디어법은 민생과 직결되는 법도 아니다. 이 법은 이른바 조·중·동 보수 언론을 어떻게 참여시키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라고 밝혔다.

2009년 7월22일, 한나라당은 난투극 끝에 미디어법을 통과시켰다. ‘자유로운 시장 경쟁’ ‘콘텐츠 산업 활성화’ ‘글로벌미디어 육성’ ‘광고 시장 확대’ ‘신문 시장 위기 극복’ ‘여론 다양성 확대’ ‘일자리 2만 개 창출’…. 날치기 사유는 화려했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2009년 10월 미디어법 처리 과정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의 위법 사실을 지적하고, 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위헌·위법성 문제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지 헌재가 강제할 수는 없다고 결정했다. 법조계에는 헌재가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나섰다는 논란이 일었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헌재가 만들어진 이유가 이런 행위를 법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헌재가 헌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했다”라고 말했다.

2010년 12월3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드디어 조·중·동 등 보수 신문과 〈매일경제〉에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안겨주었다. 종편은 자유로운 경쟁, 시장 논리를 앞세웠지만 그 선정 과정에서는 힘의 논리, 특히 특혜와 반칙이 난무했다. 상식적인 것은 별로 없었다. 야당이 추천한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방송 시장 확장 가능성이 없는데, 4개 종편을 내준 것 자체가 반시장적이다. 평화로운 마을에 강도 넷을 풀어놓고는 알아서 살라는 것이 어떻게 시장적인가. 가장 힘센 강도는 무기를 들었는데 심판은 문제없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종편 선정 과정에서 특혜 시비는 일상화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중·동 방송을 탄생시키기 위한 부서처럼 움직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상파는 전국 권역별로 허가를 받아 설립됐으며 독립적으로 심의·재허가를 받는다. 그러나 종편은 이런 지역 규제 조항이 없다. 전국을 단일권역으로 하는 종편은 지역권역에 묶인 지상파보다 광고 유치에 월등히 유리하다. 종편 사업자는 종합유선방송·위성방송 의무 재전송 특혜를 얻었다.

지상파의 경우 KBS1과 EBS만이 의무 재전송 대상이다. 전 가구의 85%, 1500여 만 가구가 케이블과 위성을 통해서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종편은 지상파와 다를 게 없다. 이 밖에도 중간광고 허용, 24시간 방송 따위 특혜를 받았다. 또 지상파의 경우 국내 제작 프로그램을 60~80%까지 편성해야 하지만, 종편은 20~50%까지만 편성하면 된다. 외국에서 프로그램을 수입해서 시청률 경쟁에 나설 수도 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종편은 특혜 없이 태어날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는 암 덩어리다. 몰상식한 집단이 정권을 잡고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 이번 종편 선정이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한 기자

종편에 참여한 거대 신문사들은 힘의 논리로 시장 논리를 눌러버렸다. 때로는 반칙도 서슴지 않았다. 신문사들은 태스크포스를 꾸려 전사적으로 종편에 매달렸다. 특히 초기 투자비용 3000억~5000억원을 모으기 위해 기업들을 상대로 필사적인 돈 모으기에 나섰다.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이 직접 기업에 돈을 투자하라고 나섰다. 조·중·동이 앞을 다투어 중소기업 시리즈를 연재한 것도 돈을 모으기 위한 전략이었으리라는 게 언론계 일반의 시각이다. 태광그룹 비자금 사건을 정치인 실세가 개입한 게이트급으로 격상시켜 놓은 것도 태광이 종편 경쟁 상대였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기업체 사장 “신문사 협박 무서웠다”

한 기업에서 출자했다는 소리가 나오면 다른 언론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한 매체의 경제부장이 ㅁ사에서 투자를 받자, 다른 매체의 산업부장이 나서 훼방을 놓다가 두 사람이 멱살잡이를 하기도 했다. 한 대기업의 홍보 담당 임원은 “언론은 태생적으로 자기 돈 내고 사업하는 집단이 아니다. 종편 최소 자본금 3000억원은 고스란히 기업에 대한 압박으로 전가되었다”라고 말했다. 한 10대 기업 계열사 사장은 “종편에 참여하는 신문사들의 회유와 협박이 무서울 정도였다. 안 만나주자 회사에 대한 삐딱한 기사가 계속 나왔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한 간부 기자는 “회사의 사활이 걸린 일이어서 기업 투자를 받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누가 얼마를 끌어왔다는 소리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한 중견 기자는 “취재 잘하고 기사 잘 쓰는 것이 능력 있는 기자의 척도가 아니고, 돈을 잘 끌어오는 기자가 최고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의 한 차장기자는 “L그룹에 대한 비판 기사를 준비하는데 보류하라는 지시가 왔다. 특정 기업을 조지고, 특정 기업은 조지지 말라는 지시가 윗선에서 내려왔다”라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선일보〉는 종편에 선정될 거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나왔다. 오른쪽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업자 선정 이후 종편 업자들은 더욱 노골적인 사인을 보내고 있다. 기업체들은 걱정이 더 커졌다고 한다. 한 대기업 홍보 담당 임원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광고 압력이 심하게 들어오고 있다. 아직 올 한 해 광고 계획을 못 세웠다. 얼마 전 홍보 책임자들끼리 모였는데 모두 머리 아프다고 하더라. 올 상반기까지만 홍보팀에서 일하고 자리를 옮기자는 소리도 많았다. 왜 방송국이 생기는데 기업이 머리 아파야 하는가? 종편이 생기면서 저널리즘 시대는 가고 미디어 산업 시대로 바뀌었다. 기자는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했다. 기자들이 지분 참여하라고 하더니 이제는 광고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한 유통회사 홍보 책임자는 “영향력 순서대로 4곳이 종편을 받았다. 파워로 밀어붙이는 통에 올해가 홍보맨에게는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회사 사장은 “광고라는 게 무작정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무조건 광고 시장을 늘리라는 것은 기업의 팔목을 비틀어 돈을 갈취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매일경제〉의 한 간부는 “종편 허가와 각종 특혜를 놓고 정부가 언론을 컨트롤하고 있다. 기자를 로비스트로 만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라고 말했다.

종편 측 “특혜 논란 책임은 정부에 있다”

종편은 특혜를 더 달라고 요구한다. 네 곳이 종편 업자로 선정된 이후 더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첫째로 황금 채널을 요구하고 있다. 종편을 받은 다음 날인 1월1일 〈조선일보〉는 “종편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2~3년간 케이블TV의 낮은 채널 번호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상파(6·7·9·11번)와 인접한 5·8·10·12번 등 이른바 황금 채널을 종편에 배정하라는 것이다. 채널을 지정하는 것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의 고유 영역이다. SO들은 지상파 사이에 홈쇼핑 채널을 편성해 한 해 400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다. 이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위헌 소지가 있는 요구지만 종편은 정부를 윽박지르고 있다.

둘째는 광고다. 중간광고를 확보한 종편의 요구는 거침없다. 〈동아일보〉는 1월1일자 사설에서 “KBS 2TV의 광고를 폐지하고 공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공영방송다운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종편은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광고 판매대행사)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인 광고 영업이 가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를 위한 방송광고 판매제도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미디어렙을 통한 간접 광고영업만 허용된 지상파와 달리,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이 가능해지면 종편이 힘을 앞세워 광고를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 한 10대 기업 광고책임자는 “(종편에 선정된) 언론사에 총량을 정해놓고 신문이든 종편이든 나눠 가지라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조·중·동과 매경이 밀어붙이면 어느 정도 후퇴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다른 언론사 광고를 종편에 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광고 총괄 임원은 “방송 시장의 확대로 광고 시장이 성장한다고 해도 경제 효과는 미미하다. 기업에 큰 부담이 되며 결국 소비자가 광고비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종편은 먹는샘물과 의약품 광고 허용, 종편 전문 펀드 세금 면제, 종편 사업자 세제 혜택 등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1월4일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의 조사에 따르면 종편에 더 이상 특혜를 주면 안 된다는 일반인이 69.1%나 되었다. 한나라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64.8%가 종편 추가 지원에 반대했다.

하지만 종편은 특혜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종편은 계속해서 정부를 압박하고, 정부는 종편의 도우미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상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장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종합편성채널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을 다 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행정지도를 통해서라도 종편에 낮은 채널 번호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6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방송을 안 하면 신문사는 서서히 망하지만, 방송을 하면 빨리 망한다”라고 말했다. 빨리 망하는 길을 선택한 방 사장은 자신이 있는 듯했다. 1월3일 신년사에서 방 사장은 “조선일보의 뛰어난 경영 능력과 우수한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 비상한 각오로 종편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 대기업 홍보 책임자는 “우리나라에서 언론이 망하는 것 보았는가? 종편은 모든 특혜와 비리를 통해서 살아남을 것이다. 시장이라면 분명히 망하기도 하는데 한국 언론은 시장제도를 비웃는 괴물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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